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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루지테이프의 편지

  • 고영근 / 희년함께 사무처장


    “성경말씀에 승복하지 않는 악마를 퇴치하려면 비웃고 업신여기는 것이 상책이다. 악마는 경멸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르틴 루터

    이 편지는 C. 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이 편지를 C. S. 루이스에게 바칩니다.

    <미리 알림>

    1. 스크루지테이프(Scroogetape): 맘몬의 삼촌인 사탄. 자신과 돈 밖에 모르는 수전노라는 뜻도 있음

    2. 맘몬(Mammon): 사탄의 조카인 돈 귀신(物神)

    3. 원수(Enemy): 사탄의 입장에서 원수는 하나님

    4. 상속자(Inheritor): 예수님

    5. 환자(Patient): 각각의 악마들이 맡은 사람



    사랑하는 맘몬에게


    사랑하는 나의 조카, 맘몬아.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는구나. 요즘 환자들을 원수의 품에서 빼내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지? 날도 더운데 니가 고생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이 삼촌이 너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원수의 품에서 빼내어 우리 집(지옥)으로 끌고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사실 이건 우리 지옥세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인데, 내가 오늘 특별히 고생하는 너에게 알려주마. 잘 들어보렴.

    그 비법이란 바로 ‘토지사유제’라는 바알(Baal)의 토지제도란다. 맘몬아, 너의 조상 바알을 잘 알고 있겠지? 구약시대라는 아주 오래전에 활약했던 너와 아주 가까운 친척이란다. 오늘 너에게 너의 친척 바알이 써먹던 비법을 알려주마.

    그 전에 먼저 너에게 이 삼촌이 들려줄 이야기가 있단다. 아주 오래전인 태초에 원수가 토지를 만들었지. 그리고 그걸 환자에게 돌보고 다스리라고 주었어. 나는 원수에게 죽도록 충성했건만 원수는 어느 날 환자를 창조하더니만 자기가 만든 토지를 환자에게 주었단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구나.

    내 것이던 토지를 환자들이 가로챈 것도 참기 힘든 판에 원수는 환자를 자신의 자녀로 삼을 계획까지 자기 아들인 상속자와 함께 미리 세워놓았더구나. 나보다 못한 환자를 나보다 더 높은 자신들의 자녀로 삼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짓이냐? 어느 날 원수는 환자를 내 앞에 데려오더니 내게 인사를 시키더구나.

    나더러 환자에게 인사하고 마음을 풀라고 하길래 난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지. 그 때 원수의 안색이 달라지더구나. 난 그 순간 결심했어. 저 환자 자식을 죽여 없애버리고 나만의 지옥왕국을 따로 건설하겠다고. 난 원수에게서 환자를 빼내어 내가 건설한 지옥왕국으로 끌고 와 내 노예로 삼기로 결심했단다. 그래서 난 결심을 바로 실행으로 옮겼지. 어떻게 했냐고? 환자 중에서 먼저 여자를 꼬드겨서 원수가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먹게 만들었지. 그리고 환자가 원수를 떠나게 만들었어.

    그리고 나는 환자가 내게서 가로챈 이 세상과 정사, 권세를 다시 되찾았지. 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환자들을 내 뜻대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가 죽으면 지옥으로 끌고 오는 재미로 살고 있단다. 근데 꼴도 보기 싫은 그 원수가 자신의 아들인 상속자를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보내서 환자들을 다시 구하려고 시도하더구나. 상속자 얼굴도 보기 싫은 판에 내가 죽이고 싶은 환자의 몸을 한 상속자라니.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구나.

    그래서 난 상속자마저도 죽이기로 결심하고 내 수하에 있는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을 시켜서 상속자를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만들었지. 정말 통쾌하더구나. 근데 난 그 상속자가 환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주는 것이라고는 도무지 상상도 못했어. 사실 난 자기 비움과 희생이라는 게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거든. 상속자가 십자가에서 죽더니만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더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난 그 상속자 녀석에게 철저히 속았단다.

    사실 내가 전에 상속자를 세 번이나 시험해서 넘어뜨리려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그래도 난 상속자가 이 세상에 다시 오기 전까지는 이 세상의 정사와 권세를 쥐고 흔들면서 환자들을 계속 죽일 수 있단다. 그 전까지 우리 부지런히 원수의 품에서 환자들을 빼내어 우리의 지옥왕국을 더 크게 만들어 마침내 우리가 원수보다 더 높아지자꾸나. 그러면 결국 우리가 승리하는 거란다.

    그러기 위해 내가 아까 말한 토지사유제라는 바알의 토지제도를 알려주마. 토지사유제는 원수가 토지를 창조하여 모든 환자들에게 선물로 공평하게 나눠준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환자들이 자기 맘대로 토지를 영원히 사고팔면서 돈과 권력만 있다면 한 사람이 모든 토지를 다 차지해도 되는 제도란다. 토지는 원수가 모든 환자들에게 나눠준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을 환자들이 절대로 알지 못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토지사유제를 통해 토지 소유를 아주 극단적으로 불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단다.

    그리고 원수는 토지가 자신이 창조한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데, 환자들이 이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게 만들어야해. 난 토지가 원수의 것이라는 말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단다. 토지가 원수의 것이라면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원수가 또 자기 맘대로 환자에게 줄 게 아니냐? 토지는 내가 환자에게서 빼앗은 나의 것이란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환자들이 토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토지는 원수가 창조한 원수의 것이 아니라 환자들 자신의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란다. 그렇게 되면 환자는 원수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결국 우리의 종이 되고 만단다. 환자들이 우리의 종이 되면 환자들이 원수에게서 받은 토지도 결국 나의 것이 되고 말지.

    일단 환자들이 토지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게 만든 다음에는 그런 생각이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해. 그게 뭔 줄 아니? 그래. 바로 토지사유제란다. 토지사유제는 토지가 원수의 것도 아니고 모든 환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라고 공적으로 고백하도록 만드는 비장의 무기란다. 토지사유제를 제도화해서 법적으로 토지가 소수 환자들만의 것이라고 하면 토지가 원수의 것이라는 말과 원수가 토지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공평하게 주었다는 듣기도 싫은 창조 이야기는 그냥 속빈 헛소리가 되고 말지.

    원수가 토지를 창조했다는 사실과 원수가 주장하는 자신의 주권과 통치를 환자들이 부정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해. 원수가 모든 것의 주(主)라는 사실을 환자들이 부정하게 만드는 거지. 환자들이 원수의 창조와 주권을 부정하면 결국 원수에게서 멀어지고 자신들이 홀로 서려고 시도하게 된단다. 그럴 때 그 생각을 더욱 강하게 불어넣는 거야. 환자들에게 너희들의 영원한 안전과 생명을 너희들의 힘으로 얻으라고 계속 부추기는 거야. 너희들의 힘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이야. 사실 이건 내가 처음에 아담과 하와에게 써먹었던 방법인데 지금도 여전히 잘 통한단다.

    토지사유제로 환자들이 원수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또 한 가지 특효약이 있는데, 그건 두려움과 탐욕을 이용하는 거란다. 토지사유제를 이 세상의 제도 속에 심어놓으면 우리는 별로 힘을 안 들여도 환자들을 계속 날로 먹을 수 있단다. 토지사유제로 인한 토지 소유의 양극화 때문에 빈부의 양극화가 일어나면 환자들은 생존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탐욕에 더 빠지게 된단다. 거기다가 세상에 있는 생존물자는 인구수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환자들에게 계속 심어주면 두려움과 탐욕을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들 수 있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잘만 써먹으면 수많은 환자들을 날로 먹을 수 있단다. 환자들이 죽음에 종노릇하게 만들 거라.

    그리고 토지사유제로 극단적인 빈부의 양극화를 일으키면 돈 많은 환자들과 돈 없는 환자들끼리 서로 미워하게 되고 죽을 때까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전쟁을 하게 된단다. 그럼 우리는 전쟁의 불꽃놀이나 구경하면서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거란다. 난 이 수법으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내전과 세계대전까지도 일으킬 수 있었단다. 그리고 토지사유제로 로마와 같은 여러 거대한 문명도 멸망하게 만들 수 있었지. 어디 그 뿐인 줄 아니? 토지사유제가 이 세상과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단다.

    두려움과 탐욕을 원동력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 때문에 땅값 집값이 폭등하면 돈 없고 집 없는 환자들이 고통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지. 또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 돈 많은 환자들은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면서 교만해지고 돈 없는 환자들은 가난해서 온갖 죄악을 저지르게 되지. 그러다가 부동산 거품이 붕괴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제 불황과 공황이 일어나면 실직과 실업 상태에 빠진 수많은 환자들의 가정이 파괴되고 고통을 당하다가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단다.

    토지사유제로 인한 빈부의 양극화는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를 서로 싸우게 만들고 양쪽 모두를 원수에게서 계속 멀어지게 만드는 비결이란다. 토지가 없으면 사실상 실질적인 자유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땅 없는 환자들을 땅 있는 환자들의 노예로 만들어라. 그리고 서로 미워하면서 싸우고 죽이게 만들어라.

    또 빈부의 양극화가 벌어지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성적 타락이라는 환락의 파티도 벌일 수 있단다. 돈 많은 남자들은 돈 없는 가난한 여자들의 성을 맘껏 살 수 있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환자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고 성적인 타락과 성범죄에 쉽게 빠지게 되지.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고통당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니? 힘없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이란다. 먼저 여자들을 파괴하는 거야. 왜냐하면 여자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생명을 낳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지.

    남자들은 토지를 대하는 똑같은 방법으로 여자들을 대한단다. 토지를 이윤과 착취, 쾌락을 위한 대상과 도구라고 생각하면 여자도 똑같이 이윤과 착취, 쾌락의 도구로 삼게 된단다. 바알과 아세라(물신숭배와 음란) 부부는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우리 지옥세계가 자랑하는 환상의 콤비란다. 토지사유제로 인해 환자의 후손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으면 우리가 죽여야 할 환자들의 수도 계속 줄어들어 우리도 편해지니 얼마나 좋으냐?

    남자와 여자가 진실로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서로를 미워하고 파괴하게 만들 거라. 남자와 여자가 진실로 서로 사랑하게 되고 가정을 이루어 원수의 사랑이 나타나는 꼴을 난 두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단다. 명심해라. 남자와 여자를 연결하는 사랑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가정을 제일 먼저 파괴하거라. 그러면 환자들의 자녀들도 동시에 죽일 수 있단다. 사실 나도 그래서 제일 먼저 남자와 여자 사이를 갈라놓은 거란다.

    토지사유제로 인해 환자들이 서로를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쾌락의 대상과 도구로 여기게 되면 환자들의 영혼이 서서히 파괴되어 버리면서 결국 환자들은 고깃덩어리(flesh)로 물화(物化)되어 버린단다. 그러면 우리가 좋아하는 물질주의와 유물론을 환자들에게 더 손쉽게 주입할 수 있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환자들이 바로 너, 맘몬을 숭배하게 된단다.

    꼭 명심해야 할 것은 환자들을 원수에게서 어떻게든 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란다. 그러면 결국 환자들은 자신과 돈을 숭배하게 되고 마침내 우리 밥이 되고 마는 거란다. 환자들이 자기 자신과 돈을 숭배하게 만들어라. 그럼 결국 우릴 숭배하게 된단다.

    게다가 환자들이 자기 자녀까지 숭배하게 만들면 더 효과적이란다. 토지와 자녀는 원수가 창조하여 환자들에게 돌보라고 맡긴 선물이 아니라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자기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계속 심어주어야 해. 부동산계급사회에다 학벌사회까지 더해지면 그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란다. 빈부의 양극화를 일으키는 부동산과 교육 문제의 밑바닥에다가 자기 소유물이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과 탐욕, 비교와 질투, 열등감, 교만이라는 죄를 심어 놔라. 그러면 환자들은 줄줄이 우리 손아귀로 넘어오게 된단다.

    사실 토지사유제는 이런 죄 외에도 탐욕, 탐식, 나태, 정욕, 교만, 시기, 분노라는 7가지 대(大)죄악을 환자들이 저지르게 만드는 강력한 자극제란다. 토지사유제로 환자들을 넘어뜨릴 수 있는 수많은 비법들이 있지만 지면상 오늘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원수가 만든 땅과 온갖 생명들도 함께 파괴하는 방법까지만 알려주고 이만 펜을 놓을까 한다.

    토지사유제로 인해 토지불로소득이라는 엄청난 돈 잔치가 벌어지면 이걸 놓고 환자들이 서로 피터지게 싸우게 되지. 그리고 가난한 환자들이 사는 자연의 땅을 빼앗고 내쫓으면서 파괴적인 개발을 하게 된단다. 게다가 원수가 창조한 자연과 온갖 생명들을 마구 파괴하고 훼손하면서 필요도 없는 막개발을 벌이게 되지.

    또 땅을 쉬지 못하게 하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땅에 들이부어 계속 경작하게 만들면 땅이 황폐해져서 환자들이 먹을 것을 얻어야할 땅도 죽게 된단다. 땅을 파괴하면 식량 위기와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환경 재앙, 동식물 멸종으로 인해 결국 모든 환자들이 다 죽게 되지.

    환자들이 미래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당장 현실의 쾌락만을 위해 살도록 만들 거라. 그러면 머지않아 이 세상에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생명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원수의 나라가 아닌 우리의 지옥왕국이 이 땅에 임하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니?

    그 날이 올 때까지 토지사유제를 세상에 계속 심어놓으면서 원수와 상속자의 품에서 환자들을 빼내어 우리의 지옥왕국을 계속 확장하도록 하자꾸나. 오늘도 세상에 나가 환자들을 우리 지옥세계로 끌고 오기 위해 수고하거라. 다음 기회에 또 편지하마.

    너를 아끼는 삼촌, Scroogetape

댓글 1

  • 김장환 엘리야

    2011.07.09 21:25

    고영근 사무처장은

    얼마 전 결혼한 오찬화 안젤라 자매의 신랑의 여동생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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