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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는 내게 의사다
    부처는 내게 의사다, 집착을 없애주는 의사 중의 의사

    [중앙일보] 입력 2011.05.05 00:22 / 수정 2011.05.05 00:33

    10일은 부처님 오신 날, 푸른 눈의 예수회 신부 서명원 교수에게 붓다를 묻다프랑스 출신인 서명원 신부는 예수와 부처의 공통분모에 관심이 크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수도생활보다 가정생활이 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가정은 좋은 수행처가 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10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3일 서울 서강대 다산관에서 프랑스 출신 서명원(58·본명 베르나르 스네칼) 신부를 만났다. 부처님 오신 날에 가사(袈裟) 두른 선사(禪師)가 아닌 로만 칼라를 한 가톨릭 예수회 신부는 왜?

     서 신부는 캐나다에서 19년, 프랑스에서 17년을 살았다. 한국에서도 20년 넘게 살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서 6년간 의학을 전공했다. 350구가 넘는 시신을 해부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았다. 인간이 왜 아픈지, 왜 죽는지 말이다. 그래서 신부가 됐다.

     예수회 소속인 그는 1985년 한국에 파견됐다. 그리고 불교를 접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 불교 공부를 시작했고, 불교를 이해하면서 그리스도교를 더 깊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파리 대학에서 받은 석·박사 논문 주제도 성철(性徹·1912~93) 스님에 관한 것이다. 그는 현재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다. 17년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통한 불교식 참선법) 수행도 하고 있다. 예수회 신부에게 부처는 어떤 의미일까.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다.

     “종교적인 기념일은 중요치 않다. 부처님께서 오신 의미가 중요하다. 성탄절도 마찬가지다. 예수님께서 오신 뜻이 중요하다.”

     -부처님이 오신 의미, 예수님이 오신 뜻이 뭔가.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은 공통분모가 있다. 그건 ‘깨달음’이다.”

     -무엇에 대한 깨달음인가.

     “부처님은 생사해탈(生死解脫)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럼 예수님의 깨달음은 뭔가. 하늘나라에 대한 깨달음이다.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를 얻을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걸 아니까 부처님도, 예수님도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던 거다.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바른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바른 생활이라면.

     “그리스도교에선 하느님의 뜻에 맞추는 생활이다. 하느님의 뜻을 묻고, 그것과 하나가 되도록 생활하고 실천하는 거다. 그럼 ‘지금 여기’가 하늘나라가 된다. 하느님과 합일되기 때문이다.”

     -불교의 바른 생활은.

     “집착하지 않는 생활이다. 집착이 떨어지면 나의 본래 모습과 합일이 된다. 그걸 불교에선 성불(成佛)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부처가 되는 거다.”

     -2500년 전의 역사적 인물, 고타마 붓다. 신부님께 그는 어떤 사람인가.

     “의사다. 의사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병에는 원인이 있다. 가령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보자. 원인은 에이즈 바이러스다. 그 바이러스를 없애버리면 병이 치유된다. 삶도 그렇다. 생로병사로 얽힌 삶은 온통 고통이다. 원인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없애버리면 삶이 치유된다. 부처님은 그 방법을 일러줬다. 의사 중의 의사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은 도달하기 힘든 경지다.

     “수도생활보다 가정생활이 더 쉽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며칠 전에도 파리에 가서 의대 시절 동창을 만났다. 다들 사춘기 자녀를 두고 있더라. 저마다 고민이 있더라. 현대인의 가정생활은 힘들다. 힘들기 때문에 좋은 수행처가 되는 거다. 의대 동기 중에 가톨릭 수사가 되려다 여자를 만나 결혼한 친구가 있다. 그는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가정에서 가족을 대할 때도 수도를 하더라. 그는 재가 수행자였다. 그 친구의 수준이 수도자보다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일상이 수행처란 말인가.

     “물론이다. 나는 올해 안식년이다. 파리에 갔다가 지난 주말 귀국했다. 왔더니 교수실의 화분이 말라있었다. 먼지도 많고, 책이 쌓여 공간도 좁았다. 내게 중요한 건 그런 문제다. 이런 사소한 것이 나를 일깨워준다. 이런 문제를 만나고, 그 문제를 풀면서 나는 깨달음을 얻는다. 나도 오랫동안 하늘나라를 멀리서 찾았다. 멀리서 하늘나라를 찾는 것과 가까이서 하늘나라를 찾는 건 통한다. 나는 그걸 ‘생수불이(生修不二)’라고 부른다.”

     -생수불이가 뭔가.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니란 얘기다. 화초를 가꾸는 일과 수행이 통한다는 얘기다. 말라가는 화초, 물을 주고, 다시 생기를 찾는 화초. 그런 걸 보면서 많은 걸 깨친다. 일상이 중요한 거다. 한국 불교는 지나치게 출가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가자들이 일상에서 불교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했다. 이런 탄생설화를 황당하다고 보는 그리스도교인도 많다.

     “거짓말을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다. 담긴 뜻을 찾는 게 중요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내 안의 불성을 일컫는다. 그건 절대적 선언이다. 예수님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하느님)께 갈 자가 없다’고 하셨다. 그것도 절대적 선언이다. 불자들이 불교 안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았듯이, 그리스도교인은 그리스도교 안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았던 거다.”

     -한국의 불교와 그리스도교, 어찌 보나.

     “최근 경제전문 잡지 ‘이코노미스트’를 읽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해안의 석유 기사가 있었다. 해안에서 수백㎞ 나가면 바다 수심이 5000m였다. 그 바닥까지 내려가 다시 3000m를 파면 석유가 있다. 엄청난 양의 석유다. 그러나 파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도 그런 보물이 있다. 잠재적인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다. 나는 불교를 통해서 얼마나 더 좋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발견하고 있다. 그런데 두 종교의 만남은 브라질의 석유처럼 저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다. 그게 깨어나면 굉장할 거다. ”

    글=백성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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