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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강명관 선교사 편지
  • 아마존 안소식 20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인디오 청년 ‘아리파’의 손에 예슬이가
    좋아하는 아주 새콤한 맛인 큰 열매 ‘꾸뿌아수’ 3개를 들려져 있었다.
    ‘꾸뿌아수’ 열매에 예슬이의 얼굴이 보인다.

    아!!! 예슬이가 너무 보고 싶다.  예슬이는 지금 미국에 있다.
    한국에서 의학공부를 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그 동안 12년을 한국을 떠나 지내면서 예슬이에게 한자어 섞인 한국말이 무척 어려웠고, 18번이나 여러 학교로 옮겨 다니면서 모든 성적 증명서와 제대로 서류를 갖추지 못해 한국 대학에 입학이 되지 않아 미국 오클라호마에 있는 기독교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간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예슬이가 홀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준비해 주고 옷을 정리해 주던 중 예슬이의 옷들을 보자 나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 동안 예슬이와 한솔이는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서 남들이 입던 옷들을 받아 입었었다.
    새로운 다른 옷들을 가져올 때마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건지, 스타일을 생각하는 건지 ‘이것은 누가 입던 거예요?’ 하며 물으면서..
    ‘엄마 우리는 누가 옷을 주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말하던 예슬이의 말이 생각나 더 마음이 짠.. 해졌다.

    레이스가 달려 있지 않거나 분홍빛 색의 꽃무늬가 없으면 누나가 입던 옷까지 물려 입고 찢어진 운동화에 물이 들어가니 다른 새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해도 그 운동화 밑바닥을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고 꿰매 신으며 학교를 다니는 한솔이도 생각났다.
    기특하고 고마운 나의 소중한 아이들..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헤어지기 전날 난 예슬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가 울었다.  
    또 헤어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거울을 보니 눈이 벌겋게 보였다.
    그래서 한참을 더 있다가 세수를 하고 나오는데
    예슬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꼭 안아주는 예슬이의 품에서 보이고 싶지 않은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내가 그 동안 떨어져 지낸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예슬이의 말이 맞다.
    사실 그동안 선교 훈련을 받는다고 한국에서 조차도 외할머니 집에 또 이모 집에 몇 달씩 떨어져 있었고 또 선교사역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정글학교에 두고 오랜 세월을 떨어져 지냈는데……
    그런데도.. 난 왜 자꾸 아마존 정글보다 미국이 더 멀고 깊은 정글에 남겨 두는 느낌이 드는 걸까?
    ‘하나님… ‘ 기도하면서도 난 잠을 이루지 못하며 힘든 마지막 밤을 지냈다.
    헤어지는 아침 날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예슬이는 그렇게 엄마를 위로하며 보냈다.

    (사진)  
    기숙사 앞에서 예슬                아마존 강에서 한솔

    정글의 우기철에는 습한 기후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모기들이 극성이다.
    모기들 가운데 밤에 활동하는 일반 모기와 달리 낮에만 활동하는 고약한 댕기`Dengue’ 모기가 있다.
    사람들 앞으로 날아다니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종아리 부분과 팔 뒤꿈치 부분으로 접근해서 문다.
    보통 모기는 피를 빨 때 통증을 느끼게 해서 잡히는 경우가 있지만 댕기모기는 통증을 주지 않고 피를 빨아 먹기 때문에 고스란히 헌혈을 해줘야 한다. 속도가 두 배나 빠른 이 녀석을 잡기란 그리 쉽지가 않지만 우리는 몇 마리를 잡았다.
    댕기모기는 몸과 다리에 흰 줄의 띠를 가지고 있어서 확인이 어렵지 않다.

    그 고약한 댕기 모기에 강선교사가 물렸다.
    두통과 피곤함으로 낮에도 계속 잠을 자고 식욕부진과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근육통을 동반한 추웠다 더웠다 하는 몸살이 났다.
    댕기는 정해진 약 치료법이 없고 잘 먹고 쉬는 것이다.
    며칠 사이 수척해진 강선교사가 걱정스럽다.

    나도 머리가 심하게 가려워 긁다가 살펴보니 여기저기가 부어 오르고 어느 곳은 진물도 나왔다.
    얼마 전 바나와 아이들을 안아주고 몇몇 여인들을 껴안았을 때 이가 옮긴 것이다.
    머릿니를 죽이는 약을 바르고 시간이 되어 빗으로 빗으면서 머리를 감았다.
    가려움이 나아졌다.
    선교 지에서 예슬이가 어렸을 때 머리에 이가 생겨 치료해 준 일은 있었어도 나에게 이가 생긴 것은 처음있는 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이가 많았다고 하는데 오래 전에 우리 나라에 온 서양 선교사들도 아마 나와 같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참 힘들었으리라 생각하며 그분들에게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다미르’와 ‘지다’가 결혼을 했다.
    바나와에서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결혼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의 먹을 것을 구하는 일에 보낸다.
    그러다가 장가를 가게 되면 그때부터 처가살이를 해야 한다.
    그 의미는 아내의 식구를 위해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
    다미르는 사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용한 성격에 주로 낚시를 하거나 손으로 바구니를 짜며 지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다의 아버지 싸바따웅은 다미르를 사위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결국 둘이 결혼하게 되었다.

    바나와 마을에서의 결혼식은 따로 없다.
    남녀 둘이 서로 좋아하게 되면 정글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고 나온다.
    그 의식이 결혼이고 신혼여행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신부 집 가까이에 집을 지어야 한다.
    집이 지어질 때까지는 남자 집에서 당분간 지낸다.

    지다는 참 어린 소녀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들쥐를 잡아 먹을 것이 생겼다고 나에게 자랑하며 보여주던 순박한 아이였고 재작년에 첫 생리가 시작되어 성인식을 마쳤었다.
    어린 소녀 지다가 이제 4개월 후면 아기 엄마가 된다.

    몇몇 바나와의 여자들이 아기들을 낳아 식구들이 늘어가는 것이 참 든든하다.

    1000명 이상 되는 옆 부족 ‘빠마리’ ‘자라와라’ 부족처럼 바나와 인디오들도 90명에서 100명 200명 생육하고 번성하게 될 수 있도록 나와 강선교사는 행복한 꿈을 소망한다.

    (사진)
            쥐를 잡은 지다                             우리집 앞의 바나와 아이들

    일년에 두번 있는 ‘엠빠’ 훈련이 있어 아리파와 다미르, 지다 부부 그리고 룻시아나를 데리고 바나와에서 센터로 데리고 나왔다.
    훈련기간에는 포르투갈어와 성경 공부 그리고 산수를 배운다.
    아리파는 이번이 4년째 받는 훈련이고 다미르도 역시 두번을 받은 적이 있어 센터 내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처음 도시로 나온 지다와 룻시아나에게는 화장실 사용법과 전등과 수도 사용법을 먼저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익숙지 않은 습관 때문에 매번 사용 후에 화장실의 물을 내리는 것이나 전등을 끄는 것과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사진)  
    강선교사,아리파,룻시아나,지다,다미르                     엠빠 성경공부 시간
      
    ‘엠빠’ 훈련중의 오후                           자마마디 인디오들과 강선교사
    수업 중에 말을 못하고 포르투갈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지다와 룻시아나를 보니 내가 처음 바나와 갔을 때 귀머거리와 벙어리였을 때가 생각났다.

    이번 훈련기간에는 빠마리, 자마마디, 바나와, 자라와라, 자미나아, 수루에하하,
    야노마미 등 많은 부족에서 인디오들이 훈련을 받으러 왔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인디오들에게 음악 수업으로 피아노와 키보드를 가르쳤고 강선교사는 토요일과 주일에 성경공부 및 주일 설교를 맡아 함께 찬양하며 예배를 드렸다.
    매 주일마다 나는 주스와 팝콘과 과일을 준비하여 예배 후 함께 다과를 가졌다.
    두 달간의 엠빠 훈련 후 인디오들이 다시 각 부족 정글 마을로 돌아갈 때 배운 성경말씀과 더불어 맛난 팝콘과 주스에 담긴 사랑을 안고 갔으면 좋겠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리는 날에.. 심순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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