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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의 크리스마스 - 퍼온 글
  • 해방의 크리스마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2012년 12월 23일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로마 군대가 갈릴리 농민들의 반란을 유혈 진압하면서 이스라엘은 절망의 땅이 되었다. 더는 희망을 말한다는 것이 망상처럼 여겨졌고, 다시 일어설 기운은 사라지고 있었다. 견뎌내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 지중해를 석권하면서 새로운 제국이 된 로마는, 이스라엘의 주거지역 팔레스타인을 동방 진출의 기지이자 식민지로 삼았다. 헤롯은 로마와 결탁하면서 권력자가 되었고, 반란의 기세가 보이는 즉시 무력을 동원했다.

    이스라엘의 북부에 있는 갈릴리는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었다. 로마의 폭력과 헤롯의 착취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이 곡창지대는 피를 빨리는 현장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농민들의 항전은 여기저기서 계속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저항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패배주의가 사람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제 이길 수 없구나, 하는 낙담으로 삶에 대한 용기를 잃고 주저앉는 이들이 늘어만 갔다. 본래부터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했고, 힘없는 이들은 여전히 주변부로 밀려나는 처지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무모해보였고 자신들과 하나가 되어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뤄낼 메시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역사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고, 반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바로 이러한 때에, "임마누엘"의 소식이 들린다. 그 뜻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것이었다. 처참한 비극 앞에서 "신의 실종"을 체험하고 있던 이들은 이 이야기에 온 정신을 집중시키기 시작한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던 것이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기도는 또한 어떤가? 마리아의 찬가라고 불리는 그 기도의 한 대목은 이렇다. "주께서는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시며,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강한 자들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자, 떠밀려 있는 이들에게 주는 힘찬 약속이다.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는 시절에 주어진 이 하늘의 꿈과 좋은 소식, 곧 복음은 어둠을 뚫고 지금도 우리를 빛으로 이끄는 해방의 사건이다. 결코 낙심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축복의 세월을 만들어나갈 일이다. 역사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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