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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5월 27일] 성령강림주일
  • 청지기
    조회 수: 1753, 2012-05-29 14:06:00(2012-05-29)
  • 할렐루야! 오늘은 성령강림주일로 교회의 생일입니다. 이렇게 좋은 교회를 허락해 주셔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날씨도 너무 좋고 연휴 중인데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하신 모든 교우님들에게 주님의 은혜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오늘 이 예배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시는 은혜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는데, “왜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만 해!, 엄마는 왜 엄마 마음대로만 해!” 주훈이가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만 놀고 유치원에 가라고 해도, 이제 씻고 잘 시간이라고 말해도, 그만 놀고 밥 먹자고 말해도... 왜 아빠나 엄마 마음대로만 하냐고 항의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와 제 아내가 아이에게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는 명령체로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와 번번이 다투게 되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것, 서로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표현하는 것이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려고 하니 말로는 표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마음도 조금 깨달을 수 있었는데, 어린 아이처럼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살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뜻대로는 못해, 안해, 싫어! 마치 어린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유산을 받아 집을 나간 둘째 아들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임을 깨닫게 됩니다. 더 이상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지 않겠다는 독립 선언과 함께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하느님을 떠난 우리들을 하느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서 예수님을 보내시어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구원에 이르러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존재입니다.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생명을 허락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새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성령 하느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을 주신 것도 모자라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분까지 주신 하느님,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까지 챙기시는 하느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는 성령 하느님의 도움으로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성령 하느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예수님을 닮아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시작하신 일을 이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일은 우리의 힘과 우리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며 나를 죽이고 성령 하느님의 인도를 따라 살아갈 때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고, 세상에 생명을 전하는 이 복된 삶에 우리는 초대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성령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시기 위해서 우리 안에 살아 역사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성령을 받으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인데요, 여러분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기쁘십니까? 설레이십니까? 혹시 두려우십니까?

    성령 하느님에 대한 오해가 몇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성령을 받으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완전히 변화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외적으로 특수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싫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성령만 받으면 완전히 변화되어서 거룩하고 경건한 삶을 살게 되고, 마음과 생각도 완전히 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성령의 은사와 능력을 강조하는 교회에서는 성령만 받으면 모든 일이 되는 것처럼, 성령을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 교회들의 영향 때문인지 성령 받으면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부담스럽고 두려운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성령 하느님은 우리를 억지로 이끌어 가시거나 부담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성령 하느님은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동의 없이 억지로 일을 행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심판하고 단죄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처럼 성령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부담스럽고 어렵게 하시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능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성령 하느님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일어나는 외적인 변화와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방향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하느님을 알아가고, 닮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신앙이고 그래서 예전부터 신앙을 여정으로 비유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평생을 거쳐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건강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구원자로 고백할 때 우리는 이미 성령 하느님을 선물로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하느님과 대화하게 되면서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것입니다. 성령 하느님이 내 안에 살아 계시는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그 분을 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우리를 돕기 원하시는 그 분과 대화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그 분의 도움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는 평생을 거쳐서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보다 심지어 바로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잘 아십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우리에게 허락하시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 분을 믿으십시오. 두려움과 부담을 떨쳐 내십시오. 그리고 유혹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 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능력있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고 예수님처럼 세상을 이기는 거룩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성령의 은사와 능력이 나타난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기도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성령의 은사는 공동체를 섬기기 위해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혹시 성령의 능력이 내 삶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가 교회를 위해 어떤 섬김과 헌신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기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픈 사람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고 기도하게 될 때, 치유의 은사가 나타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신앙에 대해서 알려 주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복음에 대해서, 성경에 대해서 가르쳐줄 때 가르침의 은사가 나타납니다. 교회를 위한 섬김의 자리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용기를 내시고 결단을 통해 그 자리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성령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는 손길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가르치는 자리에 있지 않은데 가르침의 은사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나에게 그런 은사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교회의 섬김과 봉사의 자리에 믿음으로 나아가시고 주님이 주시는 은사를 마음껏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는 달란트 비유의 결론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하면 할 수록 더 많은 능력과 은혜를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 제자들은 아직 두려움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성령이 임하시자 제자들은 능력을 받아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리는 바로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누구나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 허락하시는 성령 하느님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우리가 참 좋아하는 공짜입니다. 아무리 많은 도움을 받아도 공짜입니다.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면 더 큰 능력을 얻게 됩니다. 얼마나 기쁘고 좋은 일입니까?

    또한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도 변화됩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우리 삶의 거룩함이 성령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고 그 도움을 받게 될 때, 조금씩 이루어집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는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일이 내 삶에서 이루어집니다. 할렐루야!

    이천여 년 전에 임하셨던 성령 하느님의 임재가 오늘 바로 이 시간 우리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 분의 임재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들 가운데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그 분의 임재는 우리를 평온함으로 인도합니다. 그 분의 임재는 우리를 기쁨으로 인도합니다. 그 분의 임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령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사역을 이어가는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공짜로 베푸신 놀라운 은혜로, 바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이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으로 말하자면 그리스도께서 부어주신 성령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살아 계시는 한, 아무에게도 가르침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부어주신 성령은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진실하셔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그 성령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시오. (요한1서 2:27)

    -김문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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