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성금요일
  • 성금요일

    할 말을 잊습니다.

    2천 년 전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면서 조롱합니다.

    “하하, 너는 성전을 헐고 사흘 안에 다시 짓는다더니 십자가에서 내려와 네 목숨이나 건져보아라.”

    “남은 살리면서 자기는 살리지 못하는구나!”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

    하고 서로 지껄입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자들까지도 예수를 모욕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그리스의 대표적인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이 생각납니다. 그는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는 사람들의 조롱이 사탄의 마지막 유혹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것이 예수의 <최후의 유혹>일까요?

    아무리 카잔차스키스의 상상력을 존중한다만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했을 때 나는 고러고 싶었다 해도 그럴 능력이 몸입니다.

    십자가 형틀 하나 메고 갈 수 없을 만큼 기력이 바닥났는데,

    게다가 두 손 두 발에 굵은 쇠못이 박혔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내려온단 말인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는 그들의 말은 내게 유혹이 아닙니다.

    그저 그런 식으로 해 본 조롱이었을 뿐입니다.

    예수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런 예수는 성경이 말하는 이미 예수는 아닙니다. 인간이 된 예수를 ‘당신은 인간이 아닙니다.’며 다시 예수를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는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이 되신 지극히 평범한 인간입니다.

    아침에 해 뜰 때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고 저녁에 별 뜨는 것을 보면서 별들을 노래하다 하루를 마치며 살았습니다. 잠으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던 아주 평범한 삶을 사는 예수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수는 봄이면 노고지리 공중에 높이 뜨고, 가을이면 기러기 북에서 날아오는 이 세상의 뭇 생명과 함께 삶을 살며 배우며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십자가 사건은 분명히 우리의 죄값을 대신 값는 대속의 죽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이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 이루었다”는 말은 “다 갚았다”는 말입니다.

    아담 이후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날까지 모든 인류가 지은 죄, 지을 죄의 값을 하느님이 대신 죽으심으로 갚아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인류의 죄를 대신하신, 죄인된 인류를 대표하신, 하여 하느님과 화해하는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대속의 죽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어린 양이십니다.

    하지만 사회학적으로 보면 예수님이 평범한 사람으로 사셨듯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도 특이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랑과 정의의 삶이 불의와 폭력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나타냅니다. 양심을 어길 수 없어 ‘예’할 것은 ‘예’라고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하면서 생긴 사건입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정직하고 하느님께 충성된 사람을 세상은 그냥 놓아두지 않습니다.

    양심을 밝히는 성령의 인도를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합니다. 그들의 순종은 대개가 권력을 가진 세상을 거스르는 것이 됩니다. 하여 기득권자들에게 저항세력입니다.

    재물과 권력을 쥐고 하느님 행세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뜻만을 따르고 하느님의 마음만을 나누는 예수가 제거 대상의 일 순위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인류 역사 안에서 계속 있어왔던 이야기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오늘도 이 나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억울한 죽음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십자가의 사건이 이 땅에서 성주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성주간 지금은... 세월호 참사로...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는 온 국민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 줍니다.

    제주도 수학 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어머니들과 백성들의 한탄과 절망의 통곡소리가 삼천리강산을 뒤 덮습니다.

    이렇게 사방에서 십자가 사건이 벌어지는 세상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남에게 십자가를 지우는 사람으로 살지 말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사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에게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워라.” 말씀하십니다. ‘남은 살리면서 자기는 살리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예수였습니다. 그런 예수에게 배우라고 합니다.

    세상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날마다 순간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합니다. 선장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자기를 믿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면서 살아 보라는 말씀하십니다.

    “나 죽고 너 살리는 삶!” 성주간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입니다.

    이렇게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따르다보면 때가 되어 아버지께서 세상을 따르는 것에 익숙한 ‘나’를 모두 거두어 가시고 그 빈 자리를 하느님의 자신으로 ‘나’를 채워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요. 그것이 부활입니다.

    낮 열두 시가 되자 온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됩니다. 세 시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십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렇게 예수의 마지막 숨을 거둡니다.

    예수님 자신이 숨을 거둔 게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숨을 거두어 가십니다.

    삶도 죽음도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내가 그 사건의 주인은 아닙니다. 마음에 새겨 둘 일입니다.

    내가 순간마다 마시고 토하는 숨이 사실은 내가 마시고 토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순간마다 당신 숨을 나에게 주시고 거두시는 것입니다.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는 아이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물이 차오릅니다.”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엘로이, 엘로이------‘

    하고 부르짖습니다.

    그 부르짖음 속에서, 아버지 품에 몸을 던져 깊숙이 안기려는 간절한 절규입니다. 그리고 침묵입니다.

    지금 진도 앞바다에는 아이들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깊은 침묵입니다.”

    깊은 침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의 무능과 무지 앞에 할 말을 잊습니다.

    잠시 침묵합시다.

    세월호 침몰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려드립시다.

    주님께서 수난 당하신 성금요일에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합니다. 특별히 세월호 침몰참사로 큰 슬픔에 빠진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무엇보다도 꿈을 키워가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희생되어 더 큰 애통함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침몰참사로 별세한 영혼과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과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침묵)

    ...

    + 하늘과 땅을 지으신 성부 하느님,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이 세상을 구원하신 성자 하느님,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신자들을 거룩케 하시는 성령 하느님,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거룩하시고 영화로우시며 찬미 받으실 삼위일체 하느님,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하느님, 성자의 이름으로 구하는 기도를 들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주님의 뜻을 따라 드리는 우리의 간구를 자비로이 들으시고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며,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시어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하나이다. 아멘

    + 주여,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별세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오니, 별세한 이들의 영혼을 자비하신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영원토록 평안히 쉬게 하소서.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주여, 슬픔에 빠져있는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그들의 찢어지는 애통함과 원통함을 불쌍히 여기시어 사랑으로 위로하여 주시며, 부활의 빛으로 슬픔을 이겨내게 하소서.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그리스도여, 어두움과 추위와 외로움으로 두려움에 빠져있는 생존자들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오니, 은혜를 베푸시어 희망을 잃지 않게 하시고, 구조의 손길을 그들에게로 속히 인도하여 주소서.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주여, 생존자들의 구조를 위해 애쓰고 있는 구조대원들을 위해 기도하오니, 구조활동의 모든 순간순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여 주소서.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주여, 이 재난으로 인해 놀라고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오니, 이 나라와 이 백성을 인자로이 돌아보시어 슬픔을 이기게 하시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시며, 이 사회의 정의와 생명과 평화를 위해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 자비하신 하느님, 주께서는 통회하는 자의 탄식과 슬퍼하는 자의 소원을 멸시하지 않으시나이다. 비오니, 우리가 도탄 중에 기도함을 불쌍히 여기사, 이제와 영원히 우리를 보호하시고, 상한 자와 사로잡힌 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애통하는 자를 위로하시고, 죽음에 이른 자를 돌아보시고, 죽은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모든 백성으로 하여금 화합하여 기도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458 김장환엘리야 1684 2014-04-20
김장환엘리야 1791 2014-04-20
456 김장환엘리야 2663 2014-04-20
455 김장환엘리야 1819 2014-04-20
454 김장환엘리야 2316 2014-04-20
453 김장환엘리야 2197 2014-04-20
452 청지기 1597 2014-04-13
451 김장환엘리야 1930 2014-04-06
450 김장환엘리야 2566 2014-03-31
449 김장환엘리야 1861 2014-03-26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