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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소식 - 잔잔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기도합니다.
  • 아마존 안소식 23

    벌레가 아침부터 내 다리를 물기 시작한다.
    참기 어려운 가려움은 우리의 잠까지 방해하여 피곤함을 더하게 했다.
    아마존의 생활은 점점 쉬워지기보다 우리의 인내를 더 요구한다.

    강으로 빨래하러 가던 중에 나의 빨래 동무인 네피가 가까이에 원숭이가 있다고 말한다.
    인디오들은 어릴 적부터 정글에서 자랐기 때문에 동물들의 소리나 냄새에 민감하다.
    강에서 냄비를 씻다가 손이 미끄러워 냄비 뚜껑이 빠졌다.
    빠진 뚜껑을 꺼내려고 막대기로 휘젓다가 강으로 더 깊이 들어가 뚜껑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네피가 도와줄 사람을 부르러 갔다.
    갑자기 정글 속 강가에 혼자 있으니까 순간 무서움이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단 한 번도 혼자서 강에 갔던 적은 없었다.
    좀 전에는 느끼지 않았던 이상한 동물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것 같았고 자꾸 벌들이 나에게 날라 왔다. 수건으로 벌들을 쫓으며 노래를 부르니 좀 나아졌다.
    네피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무척 반갑게 들린다.

      
      

    네피와 함께 빨래하는 동안 여자들이 설거지와 빨래를 하러 모여들기 시작했다.
    빨래하고 나니 땀이 내 이마와 등에 미끄러진다.
    흙이 섞인 강물이 그리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속에서 느껴지는 내 다리의 시원함으로 인해 누런 강물조차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강물 속에 내 머리를 넣고 머리를 감기 시작하니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어떤 행동을 하든지 나의 모든 것들이 이들에게는 아직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바나와 인디오 여자들은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에 눈에 띄지 않게 강에서 목욕한다.
    내가 머리를 감는 동안 네피 엄마는 빨래를, 아꼬마리는 설거지를, 아이들은 수영한다. 한 강물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나흘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다.
    며칠째 이어지는 더운 날씨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집안 온도가 40도, 바깥은 50도라고 온도계가 말하고 있다.
    앉아 있어도 습도 덕분에 끈적이는 땀과 더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먹을 것만 해결하고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의자에만 앉아 있었다.
    더운 낮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는 인디오들처럼 나도 아마존 정글에 적응하기 위해 이들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먼지가 낀 창틀을 보니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친정 엄마는 무척 깔끔하신 분이시다.
    아침저녁으로 청소는 물론이고 늘 방안에 먼지가 있는지 살피며 걸레도 행주처럼 깨끗하게 세탁하여 수건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엄마를 도와 청소할 때면 방바닥을 여러 번씩 닦아내야 했다.
    그런 엄마의 영향으로 결혼하고 나도 집안을 늘 깔끔하게 가꾸며 살았었다.  

    이렇게 살았던 나는 바나와 마을에서 완전히 바뀐 생활을 하고 산다.
    하루 생존을 위해 청결보다는 대충 지내면서 배고픔만 해결한다.  
    엄마가 지금의 내 모습과 내 집을 보시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바나와 마을에는 나이 든 할머니 중에 특별히 행동이나 차림새가 남다른 ‘자부’ 할머니가 계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 집에 와서 마음껏 달라고 말하는 할머니, 가끔은 마른 나뭇잎으로 만든 부채를 가져와 물건을 요구하는 때도 있지만, 빈손으로 와서 그냥 달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처음에 나는 이 할머니가 무서워서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것이 불편했다.
    어떤 때에는 갑자기 말없이 방 안까지 들어와 이것저것을 살피고 둘러보곤 해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늘 가지고 다니는 할머니 키보다 더 기다란 지팡이도 무서웠다.
    이가 많이 빠져서인지 할머니의 말하는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했고 할머니의 귀가 어두워 매우 큰 소리로 말해야 상대방의 소리를 할머니는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나 혼자 있을 때 우리 집으로 오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면 옆집 아이들을 불렀다. 그러면 아이들이 큰 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하여 나와의 대화를 도와줬다.
    가끔 할머니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말할 때면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피한다.

    예쁘게 옷을 입고 할머니가 우리 집을 방문하였다.
    이제는 할머니의 행동이 익숙해져 아이들 없이도 편안하게 과자와 커피를 대접한다.
    오늘도 할머니는 필요한 세숫비누와 빨랫비누 그리고 커피가 든 봉지를 들고 만족스럽게 집으로 가신다.

    항상 씩씩하게 잘 걸어 다니시고 목소리도 크시던 자부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시기 시작했다. 기운이 없어 보이고 먹기를 어려워하시더니 몸이 붓기 시작하고… 결국, 몇 달을 못 사시고 돌아가셨다.
    자부 할머니는 동생인 ‘다까’ 할머니와 네 마리의 개들과 한집에서 사셨다.
    사실 자부 할머니보다 신장이 좋지 않은 ‘다까’ 할머니가 매우 아파서 더 걱정되었었는데, 자부 할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셨다.

      
         우리 집 앞에서 자부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 집에서
      
    바나와에서는 죽은 사람의 집을 태움             자부 할머니의 살던 집

    베뚜가 오래전부터 이가 아파 고생하더니 치과가 있는 ‘까누따마’란 조그만 도시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까누따마’ 도시는 바나와 마을에서 걸어서 꼬박 사흘이 걸리는 거리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늘에 먹구름 없이 맑더니 새벽부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퍼붓는다.
    한솔이 또래인 베뚜가 이 빗속을 뚫고 사흘씩이나 걸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강선교사는 강한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군인용 우비와 먹을 것을 챙겨 주며 정글에서 밤을 지낼 때 맹수로부터 비로부터 안전하기를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었다.

    몇 주 후 까누따마에 갔던 베뚜가 돈이 부족하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빌려준 우비를 보니 다 찢겨 한 조각만 가지고 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빗속을 가는데 다른 인디오들을 만나 서로 나누어 쓰려고 찢어 주었다고 한다.
    찢긴 비닐 조각이 된 우비를 보니 아깝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웃음이 나왔다.

    ‘꾸야바’란 도시에 인디오 성경 학교(3년 과정)가 있어 이번에 아리파와 베뚜를 보내어 공부하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1월부터 아마존 정글에는 ‘까스땅야’-브라질 아몬드-가 떨어지는데, 이때는 모든 인디오 남자들이 마을을 떠나 한 달 이상을 정글 깊숙한 곳으로 옮겨 다니며 까스땅야를 줍는다. 아리파와 베뚜를 포함한 바나와 인디오 마을의 남자들도 까스땅야를 주우러 떠났다.

    인디오 학교에 가기 위한 약속된 날짜가 되었는데 아리파와 베뚜가 오지 않아 내 마음이 초조해졌다. 바나와 마을을 떠나기 전날 밤, 다행히도 베뚜는 사흘 동안 정글을 걸어서 돌아왔는데, 배를 타고 온다는 아리파는 한 주간이 지체되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베뚜만 성경번역센터에 데리고 나와 우선 아픈 이부터 치료를 해주었다.
    그동안 베뚜는 마리까와 결혼을 했었는데, 마리까가 바나와 마을에 방문한 다른 브라질 남자와도 잠을 자서 일 년 후에 낳은 아이가 본인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헤어졌었다. 주위의 비난으로 상처가 있었던 베뚜가 이번 기회에 말씀으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는데, 베뚜가 스스로 성경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여 너무 기뻤다.

    포토벨류에서 1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꾸야바에 도착하여 다시 버스를 갈아타서 한 시간을 가면 ‘샤빠다’란 인디오 학교에 도착한다.
    여러 부족의 인디오들이 성경 공부를 하기 위해 아마존의 각각 먼 곳에서 어떤 이들은 하루 혹 이틀 사흘 이상 걸려서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감동되었다. 이들 중에 이미 도시를 경험해 본 청년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머리크림을 잔뜩 발라 머리를 위로 세워 멋을 내기도 하였다. 강선교사와 나는 베뚜에게 인디오 성경 학교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것들을 준비시켜 주고 한 학기 동안 건강하게 잘 배우기를 기도해 줬다.

      

       인디오 학교에서 베뚜와 함께                   인디오 성경 학교 개강 예배

    바나와 마을에서는 서로 모이면 특별히 주고받는 말들이 있다.
    ‘너 왜 예쁘니?’, ‘너 왜 착하니?’, ‘너 왜 기쁘니?’, ‘너 왜 웃고 있니?’ 하고 뭐든지 물으면
    답변은 어김없이 바나와 말로 ‘예수에네’-예수님 때문에- 라고 말한다
    늘 예수님의 은혜를 입으로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은혜이다.
    예수님 때문에.. 라는 말을 듣고 싶어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요 20;29 ) 말씀처럼 하나님을 눈으로 볼 수 없고  
    아직 읽을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없지만 전해준 말씀을 마음으로 그대로 받아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예수님 때문에 좋다고 입으로 고백하는 이들이 귀하다.

    예수님 때문에 아마존에 있는 심순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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