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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목회세미나 폐회예배 설교 임보라 목사 '그 한 처음처럼'
  • 말씀 구절
    말라기 3:1-4, 히브리 2:14-18

    예수 목회 세미나에는 제 일 년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그 주간을 다 비워놓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바빴습니다. 새로운 깨달음이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소위 말하는 예배 법조인들인 사법 연수원에 들어갈 분들과 로스쿨에 들어갈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기장 여신도들과 성서연구 모임을 가졌습니다. 기장 청년 모임에 보내는 설교문도 작성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놀랍게 관통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차별과 오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현장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온몸이 받아들이는 키워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숫자로의 말도 있을 수 있고, 커져 버린 교회 크기에 대한 방식, 그리고 독단적인 목회 방법을 성찰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말라기 말씀을 오늘 말씀으로 선택했습니다. 말라기는 상실감과 허탈감의 시대에 쓰였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오늘과 마찬가지입니다. 번성에 대한 기대입니다. 하나님께서 힘들 시절을 지나왔으니까 잘 대접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입니다.
    말라기는 레위의 후손들에게 하는 말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라기가 사제들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구절들로 새겨봐야 합니다. 1장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사제라는 것들은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너희들은 뻔뻔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2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습니다. “인생의 바르게 사는 법을 살려고 하면서 다른 길을 가고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 3장 뒷부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희는 사람을 속이면서도 발뺌한다.” 결국 “천벌 받을 것들아 너희는 다 나를 속이고 있다”라고 합니다.

    너희 사제라고 전제가 달린 문장들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말라기를 통해 내 자신과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멜론 신부가 이런 이야기를 적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스승이 있었고,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스승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은 수도승은 겨우 옷 한 벌 가질까 말까 할 정도로 가난합니다. 어느 날 목욕을 합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쥐가 또 옷을 갈아먹습니다. 어렵게 옷을 다시 구해옵니다. 쥐는 다시 또 갈아먹습니다. 그래서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갖다 놓습니다. 고양이를 기르기 우유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소를 데리고 왔습니다. 소를 먹이고 재우려다 보니 일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이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을 구해 같이 일을 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이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멋진 집이 서 있었습니다. 스승은 영문을 몰랐습니다.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니까 놀랍게도 수도승이 나오는 것을 스승이 보았습니다. 스승에게 부끄러워진 수도승은 변명합니다. “내 옷을 보관하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여러분에게 다가왔습니까? 예수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우리도 어느 새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안의 불안감을 넘어서는 것이 구원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가 보여주신 해방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방을 선포 받고, 너희가 놓인 바대로 살아가라고 했지만, 우리는 무언가에 매여 있습니다.

    저도 작은 공동체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세미나를 통해 다시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반면 이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도 엄습됐습니다. 방금 전 프로그램에서 “2박3일의 일정을 통해 여러분들이 접근한 점은 무엇이며 접근하지 못한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김준우 박사님이 했습니다. 이 세미나를 통해 각자 충족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들의 목회를 곱씹어 보는 성찰의 고요한 시간이 얼마 없었다는 점입니다.

    김준우 선생님의 글 중에 “가난한 자들이 희망이라는 말을 목회자 언어라는 바꾸자면 작은 교회가 희망이 아닐까요”라는 글을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감당하려고 하고 감당하고 있는 여러 모습들은 일을 해 나가면서 다소 변화 할지 모르지만, 핵심인자는 “예수를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있다고 믿습니다. 몸부림치는 가운데 번영의 유혹이 없어야겠습니다.

    해방의 소식을 몸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어떤 박해에도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분명히 갖게 됩니다. 몇 달 전부터 어떤 교회의 모습이 필요할지 생각해 봤지만, 요즘 들어 나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해 봅니다. 목사가 스스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듣게 됩니다. 저도 93년부터 목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 정도 목회를 하지만, 성도들의 헌금에 제 생활의 문제를 기대왔습니다. 목회자 사례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떻게 나의 먹고 사는 문제가 교인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숫자로 이야기하지면 100명 분가를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작은 숫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분들은 재정 자립도를 걱정합니다. 교회가 내어줌을 이야기 할 때 그 안에 속해 있는 목사는 무엇을 내어주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다시 말라기 말씀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내어줌은 물질 뿐 아니라 전 생애를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돌아가야 할 한 지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여기 성서에 나온 말처럼 ‘그 한 처음’, ‘처음처럼’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한 처음처럼’이라는 지점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냥 주변을 맴돌고만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수가 우리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은 늘 새롭게 다가오는 고백입니다.

    우리는 이런 말씀을 기억하면서 말라기를 다시 읽겠습니다. 그리고 종이를 나눠드리려고 합니다. 이 종이에는 다시 처음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적기로 합니다. 그리고 적힌 것은 서로에게 읽어주도록 하겠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한 지점과 개인적으로 시작해야 할 한 지점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나눠서 받은 쪽지는 잘 보이는 곳에 놓고 계속 보시면 됩니다.

    히브리서 본문에는 예수는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가지고 또 다시 묵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기도문을 하나 나눠드리겠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기도문을 같이 읽겠습니다. 이 기도문처럼 사랑을 잃지 않는 그릇으로 다시 재창조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주여, 우리의 의심을 지켜 주소서,
    의심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의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많은 답들과
    두려움 없이 마주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주여, 우리의 결정을 지켜 주소서.
    결정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의심을 이기고,
    이 길과 저 길 중에 하나를 선택 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주소서.
    우리의 긍정이 긍정이도록,
    우리의 부정이 늘 부정이도록 하소서.
    한번 결정한 길은 뒤돌아보지 않도록,
    후회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소서.

    주여, 우리의 행동을 지켜 주소서,
    행동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우리가 맺는 가장 좋은 열매가 되게 하소서.
    노동과 행동을 통해
    우리가 받을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꿈을 지켜 주소서.
    꿈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나이와 외적 조건에 상관없이
    가슴 속에 성스러운 희망과 인내의 불씨를 품게 하소서.

    주여, 우리에게 열정을 주소서.
    열정 또한 기도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를 하늘과 땅, 어른이나 어린 아이들과 결합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열정은 우리의 욕구가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최선을 다하도록 북돋워 줍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열정은 재삼 확인해 줍니다.

    주여, 우리를 지켜 주소서.
    생명은 우리가 당신의 기적을 다시 펼쳐 보일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땅이 씨앗을 낟알로 여물게 하시고,
    밀알을 빵으로 만들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외롭게 하지 마소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시며,
    의심하고 행동하고 꾼과 열정을 품은 사람들,
    매일매일 주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이들과더불어 함께하게 하소서.

    작은 새싹에게 큰 나무의 꿈을 주신 하느님께,
    예수이름 의지하여 기도드립니다.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댓글 1

  • 김장환 엘리야

    2012.02.22 16:28

    내어줌은 물질 뿐 아니라 전 생애를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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