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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희망을 선물하자! - "희년함께"에서 퍼온 글

  • 다음 해에 대한 기대가 없는 세상에게 희년(희망)을 선물하자


    전은호 / 희년함께 회원


    2011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한 조급함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담은 회상을 하게 만든다. 어떤 기간에 있어서 끝이 존재한다는 것은 절실한 삶의 태도를 만들어 내고, 끝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여유는 사라져간다.

    연말의 조급함과 절박함이 영원하지 않는 것은 다행히도 다음의 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안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들을 못 이루었기에 오는 조급함과 절박감은 잠시이고 아쉬움을 접고 희망을 담아 다음 해를 기다린다. 만약 다음이라는 기간이 없다면 어떨까? 인간에게 있어서 제한된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수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다소 억지가 담긴 상상을 해보려 한다. (다분히 오류가 많은 가정들과 상상의 요소들이 담겨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셔야 한다.)

    이 이야기는 토지가치의 독점이 가져올 미래 어느 시대의 이야기이다.

    만약 모든 세상이 일순간 시간을 멈추고, 그 순간까지 각자 소유하고 있던 토지의 가치를 시간으로 환원하여 인생의 남은 시간(수명)으로 각자에게 주어진다고 말이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나 알기 쉽게 손목에 시계처럼 표시되어진다. 손목에 표시된 시간이 ‘0’이 되는 순간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선, 가장 걱정은 땅 한평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겐 더 이상 인생을 살아갈 시간이 1초도 없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 땅없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공평히 1년 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하자.

    다음으로 상상해 볼 것은 시스템이다. 이렇게 시작된 세상에서는 화폐가 곧 손목에 채워진 시간이다. 모든 교환의 수단은 손목에 표시된 남은 시간(토지가치)이 되고, 커피한잔을 사먹으려면 3분, 버스를 타려면 10분, 물건을 사거나 월세를 내는 것, 집이나 차를 사는 것도 남은 시간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물론, 일을 한 만큼의 댓가도 시간으로 주어질 것이다.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던 부유한 사람들 중에는 남은 인생이 수백년에 달하는 사람도 있고, 많게는 수천년을 살 수도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따로 일하지 않아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굳이 걱정하지 않을 만큼 남은 인생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이 장악한 세상에서는 더 많은 토지가치가 지속적으로 이들의 수명시계에 축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1년이라는 남은 시간을 쳐다보며 하루살이 삶을 시작하게 된다. 1년이라는 시간은 몇 달도 안 되어 모수 소진되고, 결국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 조차도 버거운 삶을 살게 된다.  

    더욱이 이곳에는 시간은행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을 대출해 주면서 고리의 이자를 받고 물가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 은행의 주인은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계속해서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 일반 평민들은 안정된 여생이 보장되지 못한 채 하루 생명을 연장하기에 급급하다 결국엔 더 이상 사용할 시간이 없어 죽어가게 된다. 이들의 삶은 매일 손목에 채워진 수명시계를 수시로 쳐다보며 불안함과 긴장속에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조차도 사치라 여기며 일분일초를 아까워하는 삶이다. 이미 처음부터 벌어진 수명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땅 한평 없는 사람들의 삶은 초조함과 절박함으로 가득한 삶이다.

    토지가치의 독점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어쩔 수 없는 사망으로 이끈다는 이야기는 다소 엉뚱한 상상이지만, 이러한 상상은 인간시간 즉 생명의 유한함(죽음)에 대한 모든 인간이 느끼는 공포에 도움을 받아 토지가치의 독점이 ‘나’라는 한 인간에게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주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준다.

    왠지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듯 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분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바로 두 달 전에 개봉했던 영화 ‘인타임’의 시나리오를 살짝 바꾸어 본 것이다. 영화 ‘인타임’은 ‘돈이 곧 생명이고, 파워다’라는 것을 말하려고 만들어진 영화다. 25살이 되면 각자에게 주어지는 1년의 시간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빈민 노동자들에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선 열심히 일해서 하루 삶을 충전해야 하고, 타인의 시간을 훔치거나, 비싼 이자를 지불해서라도 대출을 받아야 한다. 사람들 간의 소통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웃은 무의미하며, 참 공동체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반면, 이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1%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의 땅’인 것이다.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빠르게 죽어가야만 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의 남은 수명을 재촉하는 그런 세상이라면 정말 끔찍하지만, 이런 상상의 세상이야기를 영화로 보는 내내 지금의 삶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무너뜨릴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된 세상에 산다는 것, 더욱이 회복의 기회, 새로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세상에 산다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인타임과 유사한 이야기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책에도 나온다.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 은행에 저장하는 회색신사. 이들의 목적은 사람들이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하고, 분주하게 살아가게 한다. 여기서 남는 시간은 회색신사가 모두 훔쳐 자신들의 은행에 모아두고 사람들을 점점 시간의 노예로 만들어간다. 이 마을에 모모라는 아이가 나타났다. 이 아이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었는데, 바로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모모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삶속의 작은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회색신사들은 모모를 잡기위해 애를 썼고, 모모 역시 마을사람들의 메마름이 회색신사에 의한 것임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회색신사들을 물리치고 마을에 다시 생기를 찾아준다는 이야기이다.

    올 한해도 우리는 먹고살기에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 없이 무감각하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토지가치의 독점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으며 , 해가 갈수록 그로 인한 서민의 고통은 더해져만 가고 있다. 공동체가 만들었고, 만들어내고 있는 가치들의 독점이 끝나고 모두가 그 가치를 공유하는 세상, 그런 때 바로 희년.. 이것은 우리에게 '회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며,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도록 새로운 다음날과 다음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망과 절망의 고통에서 건져내 주는 '은혜의 해'인 것이다.

    이 시대에 해가 바뀌어도 우리를 계속해서 절망 속에 가두어두는 토지가치의 독점과 또 다른 무수한 문제에 대하여 과감히 희년을 외쳐야 하며,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년을 선물해야한다. 당장은 삶속의 작은 희년부터 이루어 내야 한다. 모모는 마을사람들에게 작은 귀 기울임을 통하여 잠간 이지만 안식을 경험케 해 주었다. 희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힘들지만, 우선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나의 이야기 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슴깊이 새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호라 박사가 모모에게 전해준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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