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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적 여정을 기록하기! (김오성 목사)
  •   우리는 이 세상을 걸어가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주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걷고, 성령의 깨우침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기독교인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 ‘안’의 존재이며, 동시에 주님의 은총을 통하여 이 세상을 ‘넘어선’ 삶을 살아가는 역설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영성 일지는 이 세상 안에서, 이 세상을 넘어서는 여정중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 기록물을 일지(journal)라고 하는 것은 이 기록의 성격을 드러내 줍니다. 일기(diary)는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사건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지는 일기와 동일한 사건들을 기록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사건들과 상호 작용을 하는 자신의 내면을 파악하고, 그 사건의 순간에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기록하는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성 일지는 하나님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하나님 앞에서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며, 나의 가장 깊숙한 곳에 계신 하나님을 깨닫는 훈련인 것입니다.

      영성일지는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에 대하여 되돌아 살펴보는 행위입니다. 일지 쓰기를 통한 영성훈련은 일상의 표피적인 서술 너머에 우리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고 있는 어떤 패턴들을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다양한 시대, 다양한 환경 속에서 하나님에게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기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계획과 기대를, 근심과 걱정을, 절망과 한탄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록해나가는 가운데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낮은 목소리와 낮은 자리에 놓인 희망을 발견하고 서서히 변화되기도 합니다. 이 변화는 너무나 미세해서 때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만 그 변화의 정도를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나무가 움이 터서 자라는 것을 우리가 지켜보는 것과 유사한 과정입니다. 하루 이틀로는 그 변화를 알 수 없지만, 한 두달이 지나고, 일 이년이 지나고, 이 삼십년이 지나면 그 확실한 변화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성 일지를 쓰면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적인 공간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자아가 불러 일으키는 모순되는 감정과 혼돈을 글을 통하여 표현하게 됩니다. 내면의 공간에서 자아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듯한 어린 아이와 같은 전능감을 갖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속에 허덕이기도 하며, 외부의 미세한 먼지 하나가 부딪혀오는 작은 사건 하나에도 충격을 받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쳐 달려가는 변덕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아가 내면의 공간안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모든 일을 행합니다.

      하지만 펜을 들어 우리의 내면 속의 어린 폭군과 같은 자아를 드러나게 한다면 우리는 자아가 만들어놓은 상의 다른 모습들을 하나님의 눈을 통하여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과 우리가 만들어놓은 비밀스럽고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의 어린 자아는 그 껍질을 깨고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영성 일지를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영성 일지를 쓰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주 적어도 2~3회, 가능하면 매일매일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 가운데 번득이며 스치는 미세한 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일들로 차고 넘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그물과 같은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
    건들 속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영성 일지를 기록하는 것은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기 위하여 나의 몸을 훈련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영성 일지는 우리의 영혼에 어떤 울림을 주는 경험들을 섬세하게 알아듣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일지를 쓸 시간이 되면 자신이 선택한 장소를 가지런하게 정리를 하고 앉아서 차분하게 심호흡을 합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기도를 하면서 지난 하루의 일과를 되돌아보면서 찬찬히 톺아봅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질문해봅니다. 그 사건들 속에서 특별히 더 나를 잡아 이끈 사건들은 무엇이고, 왜 그 사건들이 나를 잡아 이끄는지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불명료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는지, 다하지 못했던 말이나 행동은 없었는지를 물어봅니다. 어떤 행동이나 말이 나에게 강력한 정서를(기쁨, 분노, 상처, 염려, 실망, 자부심 등) 불러 일으켰습니까? 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면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을까요? 나는 하나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요? 영성 일지를 쓰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하나님과 나의 상호 관계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잘 살펴보면서, 하나님과 더 친밀한 사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보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심층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읽으면서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교과서를 가지고 시험 공부하듯이 지식적으로 알아나가는 것이 아니닙니다. 오히려 성경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낸 연애편지와 같은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연애편지를 받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연애 편지를 통해서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알아내고, 또 답장을 보내기 위해서 애를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이렇듯 성경속에 쓰여진 하나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하여 되풀이하면서 읽고 또 읽어, 그 말씀과 대화가 되는 과정이 그려지게 될 때, 성경은 나의 삶속에 살아 숨쉬게 됩니다. 말씀이 나의 삶속에 녹아들어가게 됩니다.

      성경 속에서 새롭게 깨달아 나의 삶속에 살아 숨쉬는 것들이나, 또는 성경과의 대화과정을 적어보는 것도 영성 일지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뿐만이 아니라 신앙의 고전들을 이렇게 읽어나가면서 일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당신에게 말씀을 건네실 수 있습니다. 그러한 대화라고 느껴지는 대화 내용이나 인상을 기록해두는 것도 일상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자취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화의 내용을 정확하게 인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분위기와 감정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때 나는 어떤 태도를 대화에 임하고 있었는지, 대화할 때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있었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태도나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은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해봅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을 통하여 나에게 말씀을 걸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계시는 것은 우리의 호흡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호흡을 하면서도 우리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호흡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야 비로소 우리가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창세기에서 이 호흡(숨)이 하나님께서 불어넣어주신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가 호흡을 하고 있는 한 하나님의 생명(숨)은 나와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시편 기자는 ‘내가 스올에다 자리를 펴도 주님은 거기에도 계십니다’(시편 139편 8절)라는 고백은 호흡이 없는 곳마저도 주님이 계신다는 것을 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절대로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곳마저도 하나님은 계신다는 신앙고백인 것입니다.

      이렇듯 보이는 모든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알아차리고, 모든 곳에 계신 하나님과 깊은 사귐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 바로 영성 일지입니다. 영성 일지를 통하여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이루어나갈 때,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보다 더 나를 잘아시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열려질 것입니다.

댓글 1

  • 김장환 엘리야

    2012.01.21 23:29

    2012년, 저의 새로운 도전도

    영적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몇 줄이라도 쓰면서 주님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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