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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독교 환경주일
  • 2013년 환경주일 6월 2일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강물

     

    오늘은 한국교회가 함께 드리는 환경주일입니다. 한국교회가 환경주일을 제정하여 지키는 이유는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죠. 이는 사람이 자연을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여겨왔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보 그림을 보시면... 우리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전환되어야 하는지... 실로 회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공기 오염문제, 지구 온난화문제, 물 문제, 사막화 문제-몽골 은총의 숲 가꾸기,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 원전문제 등등. 그 중에 오늘은 물 문제에 관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날 물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물 위기의 심각성은 유엔이 2013년을 ‘물협력의 해’로 지정하는 데서도 분명해집니다.

     

    물 위기는 인간의 생명과 생존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물 위기에는 약자 배제라는 사회적 요인과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는 생태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앙적으로 보면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어 버렸다는 것을 말합니다.

     

    생명은 물을 전제로 합니다. 물과 생명을 떼어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구 표면의 3/4이 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물의 97.3%는 바닷물입니다. 이 물은 염분이 많아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염분이 없는 물 가운데 2%는 북극과 남극, 그리고 높은 산의 빙하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쓸 수 있는 물은 지구에 있는 물의 0.7%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물이 부족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25년에는 이런 물 부족이 훨씬 심각해져서 세계 52개국 약 3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물 부족 현상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물 발자국’이란 말이 있습니다. 참 생소한 단어입니다. 물이 지나온 흔적을 말하는 걸까요? 물발자국은 네덜란드 트벤테대학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가 고안한 개념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생

    산하고 소비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뜻합니다. 개별국가나 지역이 얼마나 많은 물을 소비하고 있고 얼마나 불평등하게 배분되는지를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발자국으로 보자면, 쌀 1Kg를 생산하는데 물 2500리터가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는 1만 5400리터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햄버거 하나의 물 발자국은 2,400리터입니다. 소고기 육식을 줄여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됩니다. 티셔츠 한 장은 4,100리터, 우유 1리터에는 1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생활용수가 363리터인 것을 보면 엄청난 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서구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물 부족 국가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평균 40-70배나 많은 물을 소유합니다.

     

    물발자국의 개념으로 보면, 물 부족의 위기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이기주의의 산물임이 분명해 집니다. 가진 자들의 독점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어느덧 하느님이 창조하신 물은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온갖 편리함을 누리게 하는 당연한 삶의 요소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사느냐 죽느냐하는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물은 국가간의 분쟁 이슈가 되어 있습니다. 요단강을 두고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다투고 있습니다. 나일강 상류에 수단과 우간다가 댐을 건설하자 이집트가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유프라테스강 상류에는 터키에서 댐을 건설하였는데 이 때문에 시리아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샤오완댐을 건설하여 메콩강을 하류에서 공유하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유엔은 2010년 결의문을 통해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와 하수를 가질 권리는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인권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은 당연히 공공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한 국가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인류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물은 사유화되었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의 사유화는 인간관계뿐 아니라 생태계마저도 파탄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성서에 귀를 기울여 보겠습니다. 구약성서는 물이 갖고 있는 두 가지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첫째는 혼돈의 물입니다.

     

    창세기 1장 2절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혼돈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창조를 행하셨는데, 그 혼돈의 근원에 물이 있었습니다.

     

    시편 74편 13절-15절에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13 당신은 그 크신 힘으로 바다를 가르시고 바다 위에 솟은 괴물들의 머리를 짓부수신 분, 14 레비아단, 그 머리를 깨뜨리시고 그 고기로 사막의 짐승들을 먹이신 분, 15 샘을 터뜨려 물길을 트시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도 말리셨습니다.”

     

    여기서 물은 혼돈을 나타냅니다. 제어해야 하는 위협, 죽음의 세력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생명의 물입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한 이미지는 성서에 가득합니다. 창세기 2장에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에덴동산에서 발원하는 네 줄기의 강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 네 강을 설명할 때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싸밥’입니다. 이 말은 휘감아 돈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강물이 휘감아 도는 곳마다 윤택하고 비옥함이 넘쳐납니다. 에덴의 물은 생명과 풍요의 상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에덴의 네 강 가운데 하나가 기혼강이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예루살렘 성문 밖에 있던 샘이 기혼샘입니다. 기혼샘은 예루살렘의 생명줄이었습니다.

     

    이렇게 구약은 예루살렘 성전과 에덴의 낙원을 동일시합니다. 에덴의 강줄기가 주변을 적셔 생명을 가득하게 하듯, 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의 백성들의 영적인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생명의 강물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물은 하느님의 창조질서 아래 있을 때 생명과 풍요,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통치를 벗어나면 혼돈과 죽음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혼돈과 죽음의 세력인 물이 죽음의 물이 호시탐탐 자신의 때를 노리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노아의 홍수 사건에서, 인간의 죄악이 온 땅에 가득해지자 하느님께서 대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태초의 혼돈의 세력을 풀어놓아 세상을 심판하신 것입니다. 창세기 7장 11절을 보면 ‘바로 그 날 땅 밑에 있는 큰 물줄기가 모두 터지고 하늘은 구멍이 뚫림’으로 세상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노아 홍수 이야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세계가 유지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깊은 샘과 하늘의 창문을 걸어 잠그셨기 때문에 창조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하느님께서 노아 홍수 이후 다시는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으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그래서 노아 홍수와 같은 재앙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심판은 다른 양상으로 일어납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온 바벨론에 의해 파괴당한 것은 메소포타미아의 큰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를 상징하는 죽음과 혼돈의 물 세력에게 무너진 것을 상징합니다. 성소의 생명의 물이 혼돈의 강물에 의해 무너진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소가 왜 무너졌습니까?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통치를 벗어나 하느님과의 언약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저버렸기 때문에 창조질서의 중심인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 에제키엘 본문은 심판으로 인해 예루살렘 성전의 생명의 물이 메소포타미아의 혼돈의 물 세력에 의해 무너진 후 보여진 환상은 회복될 미래를 보여줍니다. 회복의 구체적 내용은 물입니다.

     

    성전 문지방에서 생수가 흘러나와 큰 강을 이루는 환상을 보여줍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나고, 바닷물까지 되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생명이 회복되는 역사입니다. 강물은 생명으로 약동하여 이르는 곳마다 무성한 나무와 물고기 떼와 생물의 번성함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해라고 불리는 바다까지도 생명으로 넘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가슴 벅찬 환상입니까.

     

    하느님은 망가진 이스라엘과 무너진 성전 회복에 대한 웅장한 그림을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유장한 강물로 표현하고 계십니다. 오늘의 본문은 물이 갖고 있는 중요성과 상징성을 힘껏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의 회복은 생명의 회복입니다. 물이 제대로 흐를 때 하느님의 통치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물의 총량은 늘어날 수 없습니다. 물의 문제는 정해진 양을 어떻게 나누어 쓰느냐

    의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성전에서 솟아나와 온 세상으로 흘러가야 할 하느님의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탐욕이 얼마나 큰지 성찰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탐욕과 이기심은 하느님의 통치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의 통치를 벗어난 죽음의 물이 성전에서 솟아난 생명을 살리는 풍성한 생명의 강물로 바꿔지기를 소원하십니다. 이를 위해 에제키엘의 환상을 품고 생명의 물을 흐르게 하는 하느님의 백성들이 나타나기를 바라십니다.

     

    바로 여러분이 이 땅에 생명의 물을 흘러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성공회 선교정신 중 5번째가 바로 환경 보전에 관한 사명을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합니다.”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앞서 먼저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당 마당에 빨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6월의 장미를 보며 이런 시를 노래했습니다. 읽어드리겠습니다. 눈을 감고 감상하세요.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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