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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Земное сердце стынет вновь대지의 가슴은 다시금 차갑다
  • Земное сердце стынет вновь
    대지의 가슴은 다시금 차갑다

    알렉산드르 블록(Александр Блок, 1880-1921)
    ....


    .
    Земное сердце стынет вновь,
    대지의 가슴은 다시금 차갑다,
    Но стужу я встречаю грудью.
    그러나 이 폭한을 나는 가슴으로 마주하련다.
    Храню я к людям на безлюдьи
    간직하련다 나는 사람 없는 곳에서 사람들을 향하여
    Неразделенную любовь.
    분리시킬 수 없는 사랑이 여전히 있음을.
    .
    .
    Но за любовью ― зреет гнев,
    그러나 그 사랑 너머엔 ― 분노가 익어가고,
    Растет презрение и желание
    경멸과 희망도 함께 자라나리라
    Читать в глазах музей и дев
    박물관과 처녀들의 눈 속에서 읽을 수 있는
    Печать забвенья, иль избранья.
    망각이거나 선택의 증거 같은.
    .
    .
    Пускай зовут: Забудь поэт!
    떠들게 내버려둬라: 잊어버려라, 시인이여!
    Вернись в красивые уюты!
    돌아가자 모든 아름다운 아늑함으로!
    Нет! Лучше сгинуть в стуже лютой!
    아니다! 맹렬한 폭한 속에 꺼져버리는 게 더 낫겠다!
    Уюта ― нет. Покоя ― нет.
    아늑함 ― 그런 건 없다. 평온 ― 그런 건 없다.
    (1911―6 февраля 1914.)
    .
    .
    .
    1971년 모스끄바의 <ПРАВДА(쁘라브다)>(진실)출판사에서 간행된 6권짜리 [알렉산드르 블록 전집] 3권에 나오는 이 시는 1911년 2월에 쓴 것으로 1914년 <ямбы(약강격)> 라는 제목으로 1907~1914까지 쓴 단시들을 모아놓은 중에 수록된 작품이로군요. 1911년 쯤이면 블록의 시적 감수성이 최대로 꽃을 피우던 시기인데, 1914년 쯤에는 벌써 시인으로서의 생애 후반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블록은 묵시록적인 「12」라는 시를 썼는데, 제 개인적으로 그것은 여러 면에서 마치 죽기 전에 김수영이 남겨놓은 「풀」과 같은 시였습니다. 이 시는 보다 젊은 날에 쓰여진 시니까 아직 왕성하고 활발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1911년이면 니꼴라이 2세 짜르 정권이 입헌군주국으로 체제개조를 일부분 꾀하면서 동시에 혁명의 기운을 진정시키고 진압하려고 부심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말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희망과 경멸처럼 교차하며 급박하고 빠르게 변화하던 시기였을 겁니다.

     

    그 폭한(이 폭한은 실제 러시아에 해마다 오는 폭한이겠지요) 과도 같은 세월을 살면서 시인은 사랑을 간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분노가 익어가는 사랑입니다. 그 분노 속에는 경멸과 희망이 같이 들어있는데, 시인은 그걸 박물관에서 읽게 되는 이미 죽은 망각이거나 처녀들의 눈 속에서 발견되는 선택(신랑? 구원?)의 증거 같은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 시인이 추구하는 핵심을 잃은 채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음과 같은 겁니다.

     

    시인은 거기에 같이 일희일비하며 희망을 품었다가 경멸을 쏟아 붓는 따위 반복되는 지리멸렬함에 환멸을 느끼며 자기는 이제 그것들과 결멸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시인이 바라는 것은 그 따위 박물관과 처녀들의 눈 속에서 보이는 그런 애매모호한 따위가 아닙니다. 그의 추구는 차라리 모든 아름다운 아늑함, 아늑함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마지막에 다시 아니라고 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따위 세상 속에서 자신이 찾는 그런 아늑함과 평온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걸 알고나 싸우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맹렬한 폭한 속에 꺼져버리는 게 더 낫겠다!’ 곧 분노가 익어가는 속에서 경멸과 희망이 환멸스럽게 교차하는 폭한과 같은 현실 속에서 그 추위를 온몸으로 부딪히겠다. 가짜 희망과 거짓된 약속에 기웃대지 않는 채로 죽겠다. 그런 시로 읽혀지는군요.

     

    힘차고 아름답고 절망적이면서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시라고 할까요. 진도와 추위의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블록의 시를 읽으니 다시 그의 마지막 시 생각이 납니다. 혁명의 와중에서도 현실의 혁명으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묵시를 여전히 품었기에 그는 그렇게 시대의 폭한 속에서 심장발작으로 죽을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아, 뭐라 말을 맺지 못하여 계속 주절거립니다마는, 세월호에서 죽어간 아이들과 이 써늘한 5월의 추위는 정말 느끼면 느낄수록 살을 파고드는 군요. 연일 악몽 속에서 아이들의 죽음과 나의 죽음이 교대로 재연되는 자고 깸을 반복하면서 저는 살 용기를 다 잃어버린 듯 싶어요. 무섭고 떨립니다. 아우슈비츠 이후라는 말처럼 저는 세월호 이후가 제 인생의 분수령, 혹은 거기서 끝난 것이거나, 발이 묶인 채, 한 발자국도 더 이상 앞으로 걸어갈 수 없으리란 운명같은 게 느껴집니다.

     

    모든 원수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블록은 [보복Возмездие]이라 이름붙인 시집을 끝내 완성 못하고 죽었다 하더군요. 인간은 완성하지 못할지라도 이 보복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보수는 내 것이라 그들의 실족할 그때에 갚으리로다. 그들의 환난의 날이 가까우니 당할 그 일이 속히 임하리로다.(신명기 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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