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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와 토지 - 가난한 자들이 먼저 받아들이는 복음


  •                                                                  신 현우(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유대인들을 위한 복음을 유대인들이 거부하고 오히려 이방인들이 먼저 받아들였듯이, 부자들을 위한 복음은 부자들에 의해 먼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가난한 자들에 의해 먼저 받아들여진다. 마가복음 10:31은 이것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
      여기서 ‘먼저 된 자’는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권력의 서열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였다. 마가복음 6:21에서 이 단어는 “권력자”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9:35에서도 ‘먼저 된 자’는 ‘종’에 대조되어 쓰였으므로 섬김을 받는 자를 가리킨다. 마가복음 10:44에서 ‘먼저 된 자’는 ‘노예’(둘로스)에 대조되어 쓰여서 주권을 가진 자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마가복음 10:31에서도 ‘먼저 된 자’는 권력자, 주인, 높은 자 등을 가리키며, 부에 관하여 이야기되고 있는 문맥상 부자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자들이 나중 된다는 것은 그들이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중에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는가? 그들은 “나중 된 자”들이다.
      ‘나중 된 자’는 ‘먼저 된 자’에 대조되었고 ‘먼저 된 자’는 부자를 가리키므로 ‘나중 된 자’는 가난한 자를 가리킨다. 가난한 자들이 먼저 복음을 받아들인다.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에서 쓰인 ‘먼저 될 자’는 ‘나중 되고’에 대조되어 시간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마가복음 10:31은 부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나중에 받아들이게 되고, 가난한 자들이 먼저 받아들이게 됨을 지적하는 말씀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부자가 구원받는 길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르침을 가난한 자들이 먼저 받아들인다. 가난한 자들은 이 가르침으로부터 직접 얻는 것이 없는데도 이 가르침을 받아들인다. 반면에 부자들은 이 가르침의 가장 큰 수혜자인데 이 가르침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난한 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인 후에 물질의 복을 받아 부자가 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예수를 믿는데,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가난할 때에는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지만 부자가 된 후에는 그것을 거부하게 된다. 이제 그가 가난할 때 받아들인 복음을 따라 행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부자가 된 후에 복음을 버리고 세상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복음을 변질시켜서 믿는 사람들도 생긴다. 부자들에게 토지를 포기하라고 주신 말씀을 흐려버린다. 부는 물론이고 토지나 가옥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괜찮다고 성경이 가르친다고 왜곡한다. 나아가 토지와 가옥을 많이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경적 가르침을 대적한다. 이렇게 복음을 왜곡하는 것은 복음을 버리고 세상으로 가는 것 못지않게 악한 것이다.

      교회의 재정을 튼튼히 하고 수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면 교회를 부자친화적으로 변질시키고 복음도 물질친화적으로 변질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참으로 부자들을 위한 복음을 이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못주는 복음으로 전락시킨다. 재물친화적인 복음의 수혜자는 부자도 아니고 가난한 자도 아니다. 그 속에서 부자들은 교회성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며, 가난한 자들은 무시당하여 실족한다. 그러한 복음을 전하는 자들마저도 수혜자는 아니다. 심판 때에 그들이 받을 벌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복음을 왜곡하는가?


      우리는 복음을 믿고 복을 받아 부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을 피할 필요는 없으며 벌어서 남에게 주기위하여 부자가 되려고 힘쓰면 좋다. 그러나 우리가 부자가 되었다고 복음을 부자들이 받아들이기 좋게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복음을 그렇게 변질시키면 그것은 더 이상 부자들을 위한 복음이 아니게 된다. 부자들이 받아들이기 좋은 복음은 더 이상 부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복음이다.

      세상이 바뀌고 그리스도인들이 부자들이 되어도 복음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교회의 편의를 위해서나 우리의 기분을 위해 그것을 바꾸면 안 된다. 교회성장을 위해 복음을 변질시키는 죄, 토지를 포기하기 싫어서 복음을 변질시키는 죄, 이 죄는 복음을 따르지 않는 죄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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