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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교회와 토지
  •                                                          신현우(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마가복음 10:29-30은 예수와 복음을 위하여 주택이나 가족, 토지를 포기한 자에게 백 배의 주택과 가족, 토지가 주어질 것을 약속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이것은 마치 한 알의 씨앗이 100 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마가복음 4:8의 비유를 연상시킨다.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자라 무성하여 결실하였으니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 배가 되었느니라.”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싹이 터서 100 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마치 이처럼 한 채의 집을 포기하면 100 채의 집을 얻게 되고, 한 평의 땅을 포기할 때 100 평의 땅을 얻게 된다. 한 사람의 가족을 포기할 때에는 100 명의 가족을 얻게 된다. 부활 이후가 아니라 현세에 그렇게 된다.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그런데 이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 이것이 가능해 지는 기적은 교회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교회야말로 한 알의 씨앗이 100 배의 결실을 맺는 기적의 장소이다. 어떻게 이러한 기적이 교회에서 이루어지는가? 교회는 예수 안에서 한 가족이므로 교회에서 이러한 기적이 이루어진다. 바울은 오네시모를 자신의 자식(‘떼끄논’)이라고 부르고, 루포의 어머니를 자기의 어머니라고 부른다(로마서 16:13). 초기 기독교인들은 서로 형제, 자매라 불렀다.1) 이처럼 ‘어머니,’ ‘형제,’ ‘자매’라고 부른 것은 서로 서로를 가족으로 여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수를 믿기 위해 가족과 결별해야 했던 사람들은 예수의 가족인 교회에서 100 배의 가족을 얻는다.

      포기되는 목록 중에서 ‘자녀들’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어른에게도 사용될 수 있는 ‘떼끄논’이다. 어린 아이를 가리키는 ‘빠이디온’이 사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복음을 핑계로 부모의 의무를 회피하지는 말아야 함을 암시한다.2) 포기될 수 있는 목록에서 ‘아내’가 빠진 것도 복음을 핑계로 이혼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혼을 금하는 마가복음 10:9과 일관성 있게 연결된다.

      100 배 받는 목록 속에 ‘아버지’가 언급되지 않는 것은 교회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버지이시며 사람 중에 가부장적 권위를 행사하는 전통적인 아버지가 없어야 함을 암시한다(마태복음 23:9 참조).3)

      가족은 재산을 공유한다. 그리하여 가족을 100 배 얻을 때, 재산도 100 배 얻게 된다. 따라서 집이나 토지도 100 배 얻게 된다. 교회가 예수 안에서 한 가족이라면 교회에 속한 모든 사람들의 가옥이나 토지는 그들 모두의 소유처럼 여겨진다. 특히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기의 집과 가족을 떠난 선교사들은 선교 여행 때 가는 곳마다 기독교인 형제들에 의하여 집들을 제공받으며 결과적으로 많은 집들을 소유함이나 다름없게 된다.4)

      가옥과 토지를 100 배나 얻게 되는 것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예루살렘 교회의 모습을 통해서 이해될 수 있다.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사도행전 4:32). 이러한 교회에 소속한 사람은 그 교회의 성도들의 재산을 모두 공유하므로 재산을 100 배 이상 얻게 된다. 단 이러한 교회에 소속하기 위해서 (여분의) 토지나 가옥이 있는 자들은 이것을 포기해야 했다.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사도행전 4:34-35). 토지를 제대로 포기하지 않은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결국 죽음을 당한다(사도행전 5장). 그러나 집과 토지를 포기한 사람들은 교회에서 공유되는 모든 재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가옥과 토지를 포기한 자가 현세에서 100 배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은 교회를 통해 가능하게 된다. 가옥이나 토지를 포기한 자는 교회를 통해서 그것을 포기하고, 교회는 그러한 가옥과 토지를 공동재산으로 관리하여 가난한 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소유를 포기한 사람도 교회가 관리하는 모든 재산들을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포기한 재산의 100 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교회들은 성도들이 포기한 것의 100 배를 얻게 하는 공동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포기한 것들이 가난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복음을 위하여 가족을 포기한 자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집을 포기한 자들에게 집이 되어 주고 전토를 포기한 자들이 일할 수 있는 전토를 제공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전체 교회가 그렇게 될 수 없을 경우에는 최소한 교회 속에 그러한 공동체를 두어야 한다.

      교회에는 예배당이 필요하고 교육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생활관이나 숙소들이 필요하다. 그곳에는 집 없는 사람, 복음전도자, 은퇴한 선교사 등이 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숙소들이 많이 생겨나서 집이 없는 자들과 복음을 위하여 집을 버린 자들이 세계 어디를 가든지 자기 집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토지나 가옥을 교회에 내어 놓은 성도들은 주님의 말씀대로 마땅히 현세에서도 100 배를 받아야 한다. 그들은 내세의 구원과 함께 현세에서 약속받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그것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회는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한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공유하는 부분이 늘어나야 하며, 교회들 사이에서도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예수를 믿고 그의 계명을 따르기 위하여 집, 형제, 자매, 어머니, 아버지, 자녀, 전토를 떠나고 포기한 자는 현세에서 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100 배나 보상받을 것이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는 예수의 말씀(21절)이 지켜지는 교회에서는 또한 복음을 믿다가 가족의 버림을 받고 상속받을 집과 토지도 잃어 가난하게 된 자들 역시 교회에서 형제들, 자매들, 어머니들, 자녀들을 100 배나 만날 것이며 집과 토지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교회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는 더더구나 발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교회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교회가 예수께서 기대하신 교회이다. 우리는 현실의 교회를 예수께서 기대하시고 원하신 교회의 모습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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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 R. Donahue & D. J. Harrington, The Gospel of Mark, Sacra Pagina Series 2 (Collegevill, Minnesota: Liturgical Press, 2002), 308.

    2) R. H. Gundry, Mark (Grand Rapids: Eerdmans, 1993), 558.

    3) Gundry, Mark, 558-9.

    4) Donahue & Harrington, Mark,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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