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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4투표 잘 하세요. 첨부글 : : 교회여 잠에서 깨어나라 ! (제주교회에서 퍼온 글)
  • 퍼온글 - 교회여, 잠에서 깨어나라
    교회여, 잠에서 깨어나라

    독재정권의 반민주, 반인권 행태가 극에 달했던 1970~80년대, 기독 청년들이 귀에 못 박히도록 자주 들어야 했던 성경 구절이 있다.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는 로마서 말씀이 그것이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이 세우신 통치자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신학으로 포장되어, 불의한 정권을 정당화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악용되었다. 복종을 논하는 데서 정권의 도덕성, 폭력성 따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우상화한 국가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하다 무참하게 처형 당하면서도 끝내 비폭력을 고수했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피와 땀이 그 말씀의 진정한 배경임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덕분에, 무조건적 복종을 가르친 목사님들은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진 폭력집단의 집권 기간 내내, 햇볕 따스한 양지에 머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기독교의 이름을 내건 집회가 부쩍 늘어나고, 일부 목사님들의 ‘정치’ 설교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민주화 투쟁과 데모, 전교조나 한총련 등에 가입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좌익 혹은 적화통일론을 주창하기 때문에 낙선시켜야 한다”는 그 분들의 구시대적 색깔론 앞에 많은 시민들은 혀를 찬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목사님들의 말씀보다 그 분들의 면면이 더 충격적이다. 1980년대 중반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들에게 성경 구절을 들이대며 독재자에 대한 맹종을 강요하던 바로 그 얼굴들이, 이제는 대통령을 밀어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학이 바뀌었는가, 아니면 박정희, 전두환과 달리 유독 이번 대통령만 ‘위에 있는 권세’로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교회와 선교단체를 사유화하여 갖가지 형태로 부와 권력을 세습했다고 비판받는 분들까지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코미디야, 코미디”란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 주말의 부활절 비상구국기도회에서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란 찬송가 가사를 “좌익 척결”, “한미동맹” 등으로 바꾸어 부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노예선 선원으로 일했으나 훗날 회심하여 영국 노예해방운동의 선구자가 된 작사자 존 뉴튼 목사가 ‘좌익 척결’ 같은 이상한 가사로 바뀐 자신의 노래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총선 결과에 따라 연방제가 되고, 이 땅이 공산화될지 모른다는 일부의 ‘예언’이 성취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기독교 잡지 <복음과 상황>에 2년 전 실렸던 인터뷰 기사로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시민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당시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 골라가면서 다 하는” 기독교를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그 몇 마디를 뒤늦게 찾아내어 ‘기독교 폄하’라고 ‘오버’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민감함도, 그걸 선거 이슈화한 사람들의 민첩함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착취와 차별의 대명사인 록펠러, 포드 등 자본가들을 기독교인의 모범인 양 예찬하면서 불황 극복의 지혜를 강조한 목사님들의 근거 없는 설교 예화를 들으며 분노한 것은 비단 유 의원만이 아니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 정작 사과문을 써야 할 사람은 비기독교인인 유 의원이 아니라, 그런 엉터리 예화들 앞에 침묵해 온 나처럼 비양심적인 기독교인들이다.

    과거의 신학적 입장과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면서도 거리낌 없는 목사님들이나, 좌익척결, 한미동맹을 외치는 거짓 예언자들, 유 의원의 발언에 흥분하는 기독교인들은, ‘자기 또는 자기 공동체의 이익’에만 예민한 사람들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교회는 근본적으로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그 교회가 기댈 언덕이, 전쟁을 서슴지 않는 초강대국 미국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이어야 함도 자명한 진리다. 나의 사랑 한국 교회여, 더 늦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라.

    김두식/한동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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