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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또 다른 비평글
  • 부시도 예수의 고난을 알까?

    [영화]예수의 고난이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하여 '예수의 수난만 그렸지 그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부족하다' '인간 예수가 받은 잔인한 고통을 묘사했다' '예수의 고통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등의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가 '자신이 메시아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혼미하게 한다'는 죄목으로 붙들려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묘사하는 데에 치중한다. 그 과정이 매우 잔혹하게 그려져 있어 그야말로 '예수의 수난' 그 자체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많은 우리 나라의 비평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지나치게 수난만을 그리다 보니 예수의 생애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조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영화의 전체적 흐름이 그의 고통을 묘사하는 데에 치중하다 보니 이와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독교가 중심이 되는 미국에서 보수 가톨릭 신자인 멜 깁슨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영화인지라 이와 같은 특징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성경 구절 하나 하나를 어린 시절부터 외우다시피 하는, 그리고 예수의 생애를 다룬 어린이용 책들이 범람하는 서구의 기독교 중심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 사상에 알게 모르게 젖어 있고 예수의 삶과 성경 말씀을 가슴으로 체득한 서구인들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예수의 고난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가치 있는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과장되고 미화된 예수의 이미지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기독교 중심의 서구에서 받아들이는 그 의미가 우리 나라에서는 그다지 긍정적인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야, 왜 이렇게 끔찍하냐!" "잔인하고 재미없다"고 투덜거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독교 사상에 대한 가슴 깊은 이해가 부족한 우리 관객의 입장에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영혼을 뒤흔드는 울림'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인이 아닌 이상, 도대체 왜 예수가 그렇게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교회력(교회의 달력)은 예수가 수난을 받았던 이 시기를 특별히 지정하여 부활 전의 몇 주간을 '사순절'이라는 시기로 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신자들은 예수가 받았던 온갖 핍박과 고통을 기리고 금육과 금식을 통해 그의 삶을 회고한다.

    이 회고의 기간을 통해 그리스도교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은 바로 '희생을 통해 인류를 구원으로 이끈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 정신을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하여, 영화에서도 묘사되는 예수의 십자가 길을 기도와 함께 기리도록 한다.

    예수가 붙들려 매를 맞고 십자가를 짊어진 채 언덕을 걸어가면서, 몇 번이고 넘어지고 하나님을 향해 간구하는 장면들은 실제 성서를 바탕으로 하여 철저한 순서를 밟고 있다. 예수의 말씀과 제자들의 행동들은 모두 철저한 성서 고증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 기나긴 '십자가의 길' 여정에서 감독은 줄곧 사탄의 모습을 삽입했다. 중성적 이미지를 지니고 영화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사탄은 첫 장면에서는 뱀을 몸에 휘감고 있다. 이 뱀을 죽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예수가 인간의 사악함과 원죄를 뿌리뽑는 것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구원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희생당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예수의 숙명은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에 '인류의 구원을 위한 숭고한 희생'을 의미한다. 그의 죽음을 통해 인간은 원죄를 씻고 '사랑'과 '희생'을 통해 하나님이 전하는 성경 이야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기독교 사상이 깊게 뿌리 박힌 집안에서 자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악'으로, 미국과 자신은 '선'으로 규정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성경에 언급된 사탄 퇴치의 길을 실천하는 양 행동해 왔다. 하지만 그가 규정하는 '악의 축'인 타 민족은 예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사랑'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인간인 것일까?

    인간들의 모든 죄악을 판단할 수 있는 자는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기독교 정신에 철저히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부시.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기독교 정신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조금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 건지….


    간음한 여자인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의 희생을 보면서도 그것이 인류를 구원하는 사랑의 메시지임을 알기에 눈물을 흘릴 뿐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바로 컴컴한 곳에 머무르는 인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가르침이다.

    감고 있는 눈을 뜨고 사랑의 정신으로 모든 이들을 감싸 안으라는 성경의 메시지를 잊어버린 로마와 유대인, 갈릴리인들에게 몸소 희생을 통한 가르침을 주었던 예수. 이 영화는 그 예수의 고난과 희생을 통해 현대를 사는 바보 인간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생생히 보여 주는 데에 목적이 있다.

    다가오는 4월 10일은 부활 전야이고 다음 주는 부활 주간이다. 오랜 고통 끝에 부활의 길을 걷게 된 예수처럼 우리의 삶도 사랑과 희생을 통해 질시와 반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지…. 이를 통해 우리들 자신 또한 진정한 마음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  

    2004/04/07 오후 1:48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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