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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 3주일 설교문
  • 조회 수: 4141, 2013-07-31 22:17:10(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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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가끔 시간이 나면 양산도서관에 갑니다. 좋은 시설에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실컷 책을 보고 올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처음에는 어린이 열람실에서만 지내다가 저도 책을 빌려서 봅니다. 우연히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빌려서 보고 있는데,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요리책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행복에 관한 책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정작 행복지수가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혹시 지금 인생의 위기 가운데 계십니까? 찬양의 가사처럼 행복하기를 원하신다면 예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경말씀을 읽고 설교를 준비하면서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꿈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셨지만 정작 저는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 다들 그렇듯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을 가기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고 막상 기대하던 대학에 들어가면서 알게 된 세상은 참으로 두렵고 낯선 곳이었습니다.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친 대로 열심히 공부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라 믿었지만 그것은 저의 잘못된 믿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대 중반에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성직자가 되기 위한 시작부터 참 힘들었습니다. 제가 그리고 바라던 모습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 제가 너무나도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딪히고 좌절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성직자가 되어 살고 있지만 몇 번의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이 되어서 교회 신부님에게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을 한 것 같다며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아프고 힘들고 사방이 캄캄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내내 마음속으로 슬피 울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회한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알 수 없고 다시 시작을 하려고 해도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성지자가 되는 것이 너무도 바라는 일이지만 제가 잘 할 용기도 자신도 없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제가 잘 할 수 있다는 격려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계속해서 교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제 스스로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의 모습이 그 때의 저와 많이 비슷해 보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기나 잡으러 가겠다며 고향인 갈릴래아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깊은 절망과 좌절 속에서 아마 너무도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와 같은 베드로에게 나타나셔서 다시 그를 회복시키셨습니다. 도망치고 실패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늘 한계에 부딪히고 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참된 행복을 원하지만 그것을 얻지 못합니다. 기독교의 복음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상태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바로 그 곳, 소명의 자리에 있을 때, 하느님을 깊이 경험하고 그 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의 뜻과 힘으로 살아가며 좌절하고 길을 잃고 헤매일 그 때 주님이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우리를 주님의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에게 주시며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와 기쁨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십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를 멈추시고 생명의 길로 초대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성경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베드로는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어떻게 회복시키십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은 베드로를 처음 부르셨던 그 사건과 소명을 일깨워주시고 자신을 배신한 잘못을 용서해 주십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날, 그날도 베드로는 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져 너무도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심으로 처음 만난 그 소명의 자리를 기억시키십니다. 베드로는 물에 뛰어들어 주님께 헤엄을 쳐서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숯불을 피워놓고 계신 모습을 보고 얼음처럼 그 자리에 멈춰버렸을 것입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그 분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닭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 나가 통곡했던 자신의 배신을 떠 올리며 가만히 서 있었을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다시 한 마디를 더 던지십니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네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었는데 아직도 물고기를 잡고 있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에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만났지만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지만 정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아니 실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때 주님과의 경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나를 불러주신 그 날을 기억하십시오. 나를 받아주신 그 날을 기억하십시오. 나에게 들려주신 그 분의 음성을 떠 올리십시오.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기억들이 다시 우리를 소명의 자리로 인도합니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 줍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나를 짖누르는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을 줍니다. 다시 주님을 바라보는 것!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것이면 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될 때,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받게 될 때 우리의 모든 문제는 사라집니다. 너무도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정리됩니다. 아!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되는구나!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이,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를 짖누르는 걱정과 근심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구나! 그리고 놀랍게도 주님은 다시 우리를 초대해 주십니다.

     

    나를 따라라!

     

    이 간결한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미 실패한 사람이고 감히 주님을 따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주님은 그런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주님의 뒤를 따르는 길이 바로 생명의 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된 것이며,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그 무엇이 이 주님의 초대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 무엇이 이 초대에 응답하지 못하게 하겠습니까?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이나 장애물도 이 부름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베드로와 사도들의 삶이 이것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너무도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이끌었습니까? 바로 예수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이 그들을 움직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한 복판에 다시 찾아오시는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 사건은 내 존재의 이유를 아는 길이며, 온전한 삶으로의 초대이고, 영원한 생명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의 시작입니다. 이 놀라운 부활의 축복을 오늘 삶의 한 복판에서 풍성하게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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