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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4월 14일 주일 복음 묵상
  • 베드로와 토마를 비롯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체험하고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갑작스런 발현은 제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부활의 기쁨도 잠시, 이내 현실로 다가올 위험에 막막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은 자신들이 본 환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에게 가장 익숙한 고기잡이를 하러 다시 호수로 돌아갑니다. 마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집트의 노예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랐던 것처럼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삶의 현장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돌아간 호수는 맑고 고요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밤을 새워 물고기를 잡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많은 물고기를 바라기보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으로 혼란스럽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펼친 그물이 엉켜있듯이 혼돈과 의혹, 불안과 슬픔으로 뒤엉킨 제자들의 마음 탓에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좌절과 허탈함. 어떠한 인간의 언어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무거운 감정만이 걷어 올리는 가벼운 그물에 무게를 더할 뿐입니다.

    그때 호숫가에 서계시던 예수님은 처음 그들을 부르시던 그 때처럼 그물을 던지라고 하십니다. 그제야 그들은 그분을 알아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늘 복음서의 사도들처럼 부서지고 깨어진 마음으로 힘겨운 일상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희망을 주십니다. 비록 마주한 현실이 처참하고 견디기 힘들어도 예수님을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을 찾아 오시어 음식을 함께 나누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으셨습니다. 왜 이렇게 같은 물음을 세 번이나 반복하셨을까요? 이에 대해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 잡히시어 대사제에게 신문받는 동안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였기 때문입니다(요한 18,12-27 참조). 비록 당신을 배반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용서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죄를 따지시기보다 당신에 대한 그의 사랑을 확인하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베드로에게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양 떼를 맡기기에 앞서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려는 것입니다. 그 일이 너무나 중요하므로 세 번씩이나 물으십니다. 그런데 양 떼를 돌보는 사람의 자격 기준이 양을 치는 기술도 아니고, 양에 대한 지식도 아니었습니다. 양 떼의 참주인이신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그 기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만 사랑한다면 충분히 당신의 양 떼를 잘 돌볼 것으로 여기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말의 원문을 통하여 그 이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두 번은 ‘아가페’(agape, 신적인 사랑)로 사랑하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두 번 다 ‘필로스’(philos, 우정)로 사랑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 번째에는 ‘필로스’로 사랑하느냐고 물으십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이해하는 사랑의 정도에 눈높이를 맞추어 주신 것입니다.

    우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으시고 벗이라고 부르시는 주님은 이렇게 우리를 찾아 오시어 다시 주님과의 우정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십니다. 그 우정과 사랑으로 이제 예수님은 당신을 모른다며 배반하였고, 당신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부족한 베드로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당신의 양 떼를 맡기십니다. 그만큼 베드로를 신뢰하고 계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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