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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안소식 18


    9월 그리고 10월

    저녁식사가 다 마치기도 전에 ‘베드로’하고 강선교사를 부르며 인디오들이 한 두 명씩 집안으로 들어 온다. 식사를 다 끝내고 그들에게 가기를 바랬지만 강선교사는 언제나 그들이 우선이었다. 결국 저녁을 다 먹지 못한 채 나는 그들에게 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식탁을 치운다.

    나무로 지어진 우리 집은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우기철이 지나고 나면 나무 틈 사이가 조금씩 더 벌어진다. 그렇게 벌어진 집 천정의 나무 틈 사이에서는 지붕과 천정 사이에 살고 있는 박쥐들의 분비물이 눈과 몸에 떨어져 건강에도 좋지 않았고 집안이 늘 지저분하게 되어 자주 청소를 해 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벌어진 천정의 나무 틈을 넓은 테이프를 붙이고 갈아가며 지냈다.

    이 지붕수리를 위해 미국 위클립 성경번역선교회 자원봉사자이신 권집사님께서 미국에서 오시고 바나와 찬양집 중보 편찬을 위해서 최전도사님께서 한국에서 오셨다. 아마존 바나와 마을에까지 단기 선교 봉사를 하러 오신 귀한 손님들이다.

    권집사님은 우선 천정의 일부 나무를 뜯어내었다.
    그러자 셀 수 없는 박쥐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하였다.
    바나와 청년 아리파와 다피와 강선교사는 야구 하듯이 나무 막대기로 박쥐들을 때리고 축구 하듯이 발로 차면서 집 안에서 박쥐들을 죽이고 집 바깥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집 주위를 빙 둘러서서 도망치는 박쥐들을 역시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잡기 시작했다. 나중에 잡은 박쥐들은 세어보니 백마리 정도가 나왔고 백마리 정도의 박쥐들은 도망을 가 버렸다. 죽은 박쥐들이 혹시나 나쁜 병을 옮길까 조심스러워 태웠는데 그 냄새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독히도 고약한 냄새였다.

    그 날 밤 달아났던 흡혈 박쥐들은 다시 집으로 찾아 들어 왔다.    
    그리고 미처 다 나오지 않았던 박쥐들이 뜯어진 천정에서 나와 푸덕거린다.
    3일 동안 밤 낮 박쥐와의 전쟁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집 천장에 사는 박쥐 쫓기>                       <죽은 박쥐들>

    강선교사는 작년에 만든 찬양 곡에 추가하여 50곡의 찬양을 더 번역하였다.
    그리고 최전도사와 함께 번역한 찬양 곡을 가지고 아침과 점심 저녁.. 정말 틈 나는 대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기타를 치며 열심히 찬양을 가르쳤다. 아마존의 신고식 중의 하나인 독충에 다리가 많이 물림에도 불구하고 최전도사님이 너무나 기쁘게 인디오들을 섬겨주었다.




    11월과 12월

    강선교사와 나는 아마존이 아닌 미국에 와 있다.

    작년에 명성교회에서 우리의 사역과 삶에 대해 만든 선교 영상이 우여곡절로 일반 극장에서 선교 다큐멘터리 영화로 상영을 하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터넷에서 이름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극장에 상영되기 전 강선교사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아름답게 사역하시는 많은 선교사님들도 있고 부족한 우리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워 질 것이 염려되어 반대의 입장을 전했었다.

    하지만 얼마전 아프카니스탄에서 순교하신 목사님과 선교팀들로 인해 한참 시끄러웠던 시기에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와 선교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달라는 감독의 말을 듣고 이 필름이 그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도구로 쓰여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파송교회의 뜻에 순종하며 따르겠다고 하였다.

    영화로 인해 믿지 않는 많은 분들이‘믿음이란 것을 가지고 싶다‘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라는 말을 전해 듣고 내 안에 감사의 기쁨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와 상관없이 아마존에서 변함없이 바나와 성경번역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선교지에 계신 분들이나 우리보다 더 고생하시는 선교사님들이 이 영화로 인해 흉을 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해 봤지만 일부 선교사의 오해와 시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어느 선교사님이 인터넷의 자료를 통해 영화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자료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위클리프 성경번역 선교회 대표에게 전하였고 우리는 위클립 대표로부터 긴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우리가 인디언 선교를 한다고 하면서 인디오들을 이용하여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 이익을 추구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영화를 제작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 대해서 우리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하여도 위클리프 미국 대표들이 그들의 서구 문화적 입장에서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의 계약서나 수익금 배당 계약서도 없이 극장에서 상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위클립 본부로부터 영리 추구의 영화로 인해 인디오 보호 지역에서 선교하는 모든 선교사들에게 위험이 생길 수 있을 것을 예상하고 우려하여 브라질을 떠나 있을 것을 통보 받았다. 단지 개인의 문제면 우리가 스스로 짊어지고 감당하겠는데 위클립 선교회 전체를 위해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브라질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만약에..  그리고.. 만약에 다시 브라질을 돌아 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경우를 생각해서 모든 것들을 정리하라고 했다.

    너무나 억울하였다.

    정글에서 나와 주어진 일주일 동안 위클립 성경번역 센터내의 짐들을 정리하면서 난 하염없는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바나와 마을에 다시 들어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충격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어 잠을 잘 때조차 힘들게 하였다.

    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클립 선교회 본부가 있는 미국에 잠시 체류하기로 하고 아이들만 정글 학교에 남겨두고 바나와 인디오들에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강선교사와 나는 브라질을 떠나 미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치지 않는 내 눈물은 억울한 내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2010년 1월

    하늘을 보며 긴 숨을 쉬어본다.
    거짓 없는 하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 하늘에 하나님께서 계시어 이 모든 것을 바라 보시고 아시고 계신다는 사실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져 눈물이 난다.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며칠씩 지내다가
    어느 교회의 선교관에 옮겨 다시 몇 주간을 머물게 되었다.

    ‘고난은 유익이라.’고 말씀하신 주님!
    어떤 유익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무엇을 버려야 참 유익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가..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실감에 빠진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느 때보다 하나님만 의지할 때임을 다시 느끼며 강선교사와 나는 기도원에서 머무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뜻을 구했다.  

    아마존처럼 벌레도 없고 덥지 않고 음식도 풍부한 상황이지만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격려와 위로로 절망적이고 낙심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실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그 동안 아마존에서 많은 고생을 했으니 이제 다른 좋은 곳으로 보내시기 위해 계획하신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 나에게는 가장 좋은 계획과 길은 다른 곳이 아닌 아마존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이런 기도 중에 어쩌면 내가 다시 바나와로 가려고 하는 것이 꼭 나만이 바나와의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고집이나 나의 교만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바나와 사역도 모두 다 내려 놓고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만을 믿고 신뢰하면서 기다리기로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존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마존 정글에 남아 있는 아이들과 바나와 마을 인디오들을 생각하니 다시 초조해 진다.

    나는 세계지도를 꺼내고 만약 하나님께서 다른 부르심이 있는지 각 나라를 자세하게 살펴 보았다. 그러나 다른 곳이 아닌 아마존에 내 마음과 눈이 멈추게 됨에 놀란다.



    2월

    아마존이 그립다.
    아마존의 생활이 많이 생각이 난다.
    전기 없어서 불편하고 벌레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것이 고난은 아니었다.
    이제는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는데..
    마을을 떠나 나올 때에 빨리 내일 다시 돌아오라고 정겹게 말해주던 인디오들이 그립다.

    미국에 있으면서 미국이 너무 좋아 다시 아마존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어느 분이 묻는다.
    그러나 나는 사실 하루도 아마존을 잊은 적이 없다.
    바나와의 식구들이 혹 아프지 않을까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놀라며 정말 감사했다.

    바나와에 있을 때 결코 먹어 보지도 못한 한국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을 때는
    아마존에서 한국 음식이 그리울 예슬이 한솔이에게 미안하고,
    배가 고프다고 자주 울던 옆집 꼬마 아이 ‘아다웅’이 생각나 곧 후회를 하게한다.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도 감사해야 하는데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을 때 불평했었던 나의 모습도 생각난다.

    강선교사는 번역된 70곡의 바나와 찬양을 교정하고 편찬하여 인쇄하였다.



    3월 그리고 4월

    습하고 더운 공기를 들어 마실 때에도 느낌이 없더니 달라붙는 벌레와 적막한 밤의 동물 소리와 정글의 어두움이 드디어 아마존에 돌아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영화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자료들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하고 공증하여 위클리프 선교회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드디어 우리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영화 만들더니 브라질 정부에서 추방 당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과 사실과 다른 소문들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고 힘들고 지치게 하였고 사랑으로 감싸며 기도하기보다 쉽게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며 무섭기도 하였다.

    브라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강선교사와 나는 모든 억울함과 아픔을 주님의 십자가에 묻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용서하기로 다짐하였다

    포토벨류 선교센터 내에 거하는 우리 집 뒤쪽에는 40년이 훨씬 넘은 망고 나무가 있었다. 아주 큰 나무여서 시원하게도 해 주지만 일년에 두 달 정도는 그 나무에서 주는 망고 열매로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집에게도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돌아 와 보니 그 좋고 건강한 나무가 병들어 죽어 있었다.
    나무가 마치 내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듯이 참 쓸쓸히 서 있다.
    나뭇잎 한 잎도 남겨 두지 않은 채 너무나 홀연한 자세이다.

    성경번역 센터 선교사들이 갑자기 말라 죽은 망고 나무를 보면서 우리가 너무 그리워 병이 난 것 같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허전함이 몰려온다.

    아마존에 가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시고 나오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시고 다시 들어 가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기에 감사하려 한다.

      
    <70곡의 새 바나와 찬양집>    <승리를 다짐하며>           <죽은 망고 나무>



    지금 이 시간도 함께 하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며 기도하는

    심순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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