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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에서의 마지막 편지 - 유명희 사제
  • 기도편지서른일곱번째                                           이천구년오월

        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 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요,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심는 사람과 물 주는 사람은 하나이며, 그들은 각각 수고한 만큼 자기의 삯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요, 여러분은 하나님의 밭이며, 하나님의 건물입니다. 고린도전서 3:7-8

        안동교회의 동역자되신 여러분

       여기 안동의 한 구석진 이곳, 안기동 언덕빼기 산끝자락에는 요즘 흐드러지게핀 아카시아꽃의 향내가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공부방 앞의 은행나무가 초록의 향연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일컫는 5월에 안동에서 드리는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2003년 6월15일에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이제 6월이면 만 6년이 되는데 저는 새로운 사역지 포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알 수 없지만 성직자가 부족한 부산교구의 안타까운 현실로 인해 안동지역선교는 잠정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처음에 이 소식을 접했던 날 밤, 기도시간에는 통곡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음을 정리하기 까지 약 열흘간은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와 같은 이곳에서 6년을 지내오는 동안 기도와 물질로 섬겨주신 수많은 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어찌해야 할 지 송구스럽기만 했습니다. 2003년부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은 저의 동역자이며 안동교회의 동역자이십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듯 했지만 6년간 사역은 씨 뿌리고 밭을 일구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께서 제 곁에 언제나 계심에 주님을 찬양합니다.!!

        6년을 되돌아보면 처음부터 다가가기 쉬운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사역이 이곳의 사역이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안동을 떠나기 전인 지금에서야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전도협회의 ‘글없는 책’을 들고 학교에 가서, 방과 후에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면 맑은 영혼인 아이들은 복음을 듣고 초청에 응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아이들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작은 한옥집인 이 교회에 왔다 간 아이들이 140여명이 됩니다.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는 어린이전도협회로 저를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교회가 어디 있냐고 교회를 물을 때가 참 난감했었습니다. 이 아이들 마음에 심겨진 복음의 씨앗이 자라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 때가 되면 교회로 돌아오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2004년 10월부터 시작한 공부방, 결손가정과 저소득가정의 자녀들을 섬기는 목적으로 하여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보내주신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공부도 하고, 음식도 먹고, 캠프도 가고, 성경말씀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문을 열어 아이들을 맞아야하는 공부방을 하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 아이들하고만 있어야 되었지요. 제가 너무 지쳐서 아이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운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공부방의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이 공급해주신 하나님과 수많은 분들의 사랑에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이곳에 왔었던 아이들이 꿈을 갖고 방황하지 않고 자라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거의 무료로 섬긴 공부방이 그래도 넉넉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또한 감사드릴 것은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이 꾸준히 섬겨주신 것입니다. 우리 교회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봉사자가 끊이지 않고 오셔서 아이들을 가르쳐주시고 사랑해주셨습니다. 그동안 봉사해 주신 선생님들은 약 30여분이나 됩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합니다.

        산골짜기 언덕빼기에 자리한 이 한옥집, 구주부활교회 제대는 지난 6년간 아침과 저녁에 하나님과 만나는 지성소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저의 형편과 처지를 아시고 기도하기도 전에 저의 마음을 깊이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격려하시고 위로하시며 제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말씀하여주시고 걸음 걸음을 인도하신 가장 든든한 동역자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이 교회가 회복되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음을 믿고 싶습니다.

        햇볕이 잘 안드는 이 한옥집은 추위에 약한 저에게 ‘너무 추운 집’이었습니다. 연탄보일러를 설치하고서는 따뜻한 집이 되었지만 연탄갈기, 잠설치는 불피우기, 연탄재 버리기 등 연탄과 관련된 일들도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2006년도 추웠던 1월 초에 성공회 DTS팀 일곱 분이 오셔서 4박5일간 함께 기거하면서 안동지역 땅밟기 했던 일은 우리를 하나님의 용사로 쓰셨던 놀라운 기회였습니다. 안동지역 다른 교회 집사님 두 가정하고 2007년 6월20일부터 100일간 탈춤공원 땅밟기를 하면서 드린 예배와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 공원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드높게 울려퍼질 날들이 올 것입니다. 2008년 9월 추석을 얼만큼 앞두고 올해 선교 100년이 되는 안동장로교회의 중보기도자들 앞에서 안동지역에 대한 강의를 했던 시간도 저의 경험을 나누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임에 감사합니다. 안동에 와서 1년이 채 안되었을 때 안동지역의 영적도해를 리서치하였던 일도 제게 주신 특별한 은혜였음을 고백하며 감사드립니다.
      
       예수원에서 수련받던 해에 여러 번 보게된 환상이 이 안동에서 아이들 섬기도록 하신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광목으로 만든 하얀 치마 저고리를 입고 머리에는 수건을 둘러쓴 여자가 호미로 밭을 매고 있는 것, 절구질을 하는 것, 바느질을 하는 것, 냇가에서 방망이를 두들기며 빨래하는 것, 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여주고 있는 것, 우리 가락에 맞춰 여유있게 춤을 주는 것,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치관과 문화를 연상시키는 이 환상,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적인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이 환상 속의 여자는 저였습니다. 우리 공부방에 왔던 아이들은 대개 어머니가 不在한 아이들이 왔습니다. 제가 그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하기는 커녕, 생각없는 언행을 한 것들이 못내 아쉽습니다.

        낯설고 물설은 이 곳, 안동에 와서 지내면서 참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게 주신 사랑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요! 고아와 같이 버려두시지 않으신다는 말씀이 제게도 이루어지는 생활이었습니다. 안동에 개척교회를 해야 한다는 주교님 말씀에 따라서 예수원에서부터 시작된 기도편지로 중보기도를 부탁한 지, 서른일곱번째가 되었습니다. 저의 기도편지를 받아보시는 많은 분들이 편지를 보내드릴 때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지지해주셨고 제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 기대하는 것은 기도편지를 받아보신 분들이 안동교회를 지켜보셨고 잘 아시기에 이 교회를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하실 수 있는 증인들로 삼아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의 때에 이 교회를 다시 일으켜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성령님, 제가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알지 못하지만 저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롬 8:26)

        연초에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시겠다고 하셨던 말씀이 새로운 사역지인 포항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포항교회에는 두 번 주일성찬례를 집전하였습니다. 81년부터 준비해서 83년에 설립, 86년에 축성(낙성)한 안드레아교회입니다. 최근 5-6년간 대여섯 분 정도 목회자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많은 기도가 필요합니다.포항교회도 기도편지가 필요한 교회인지는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동역이 필요한 교회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교회에서는 제자훈련과 양육을 중점적으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중보자를 훈련하고 중보하는 교회로 인도하시는 것 같습니다. 교회 주변이 창포동 시장이고 주공아파트단지입니다. 한동안 땅밟기를 해야만 합니다. 기도와 예배에 주력해야 합니다.

      안동에서 5월말쯤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아이들과 도 작별하였습니다. 공부방을 맡을 사람, 기관, 교회를 찾았지만 집세를 내면서 수입도 없이 공부방을 하기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부득이 공부방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이들에게 복음 전하는 시간을 매주 가졌던 것에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언제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늘 함께 해주세요.  


    * 기도해주실 기도제목을 드립니다.

    1. 안동교회가 하나님의 때에 다시 세워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2. 영접한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도록 기도해주세요.

    3. 공부방을 거쳐 갔거나 지금 다니는 아이들이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세워지도록기도해주세요.  

    4. 안동교회를 위해 기도와 물질로 섬겨주신 분들에게 백배, 천배로 축복해주시기를 기도해주세요.

    5. 유테레사 사제가 말씀묵상과 기도에 성령님의 기름부으심이 날마다 충만 충분하고 복음의 비밀을 깨닫
    고 전하는 자가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6. 포항교회에 새벽제단을 쌓는 교인들을 세워주시고 전심으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은혜를 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만일 서른여덟번째 편지를 보내드린다면 포항에서 보내드리게 될 터인데 언제가 될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열심히 기도하면서 사역에 전념하는 것뿐이겠지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 안에서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길 기도하며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2009년 5월 25일

    안동 안기동 언덕빼기 산끝자락 십자가 있는 작은 한옥집에서 드리는 마지막 기도편지를 드리며
    유테레사 사제 올림

    e-mail : teresa-yu@hanmail.net
    블로그 : blog.naver.com/yuteresa153
    안동교회주소 : 경북 안동시 안기동 220-6 우) 760-260
                   054)858-0691
    포항교회 주소 : 경북 포항시 북구 창포동 622-2 우)791-846
    핸드폰 전화 : 010-9937-0692

댓글 1

  • 니니안

    2009.05.30 22:01

    하나님께서 6년동안 신부님을 통해서 부우시던 안동지역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끊기는 기분입니다.
    영접한 아이들이 예배의 삶이 끊어질까 염려합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또 다른 계획하심에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건강 지키시구요. 기도제목에 기도합니다.
    그리고 38번째 편지를 기다립니다. 제자교회 니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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