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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강명관 선교사 가족 소식 16
  • 아마존 안소식 16

    12월..
    경비행기가 바나와 마을에 착륙할 때 언제나 내 가슴은 잔잔한 감격으로 뜨거워진다.
    활주로에 비행기가 내리기 전에 멀리서 들려오는 비행기 소리에 모두들 나와서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반가운 이웃들..
    ‘잘왔다’는 인사는 없지만 웃는 그들의 얼굴에서 난 말없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아이들이 우리의 짐을 집으로 옮겨다 주는 손길에서 난 마음으로 그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알아가는 것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나의 큰 기쁨이다.


    우리들도 그렇듯이 바나와 인디오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번이라도 이름을 더 불러주면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하는 이들과 더 가까워 질 수 있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고 대할 때 이들의 마음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배울 기회가 없어서 우리보다 지식이 풍부하지 않아도 정글에서 살아가는 지혜는 휠씬 뛰어나다.
    그래서 습관처럼 길들여진 나의 낡은 사고 방식과 오랜 시간 동안 내 몸 속에서 굳어 져서 내가 옳다 믿는 가치로 인해 그 동안 혹 내가 주황색을 노랑색이라 우기며 살지는 않았는지 가끔은 겁이 나기도 하다.

    성탄절이 오기 전에 강선교사는 바나와 언어로 세곡의 성탄 곡(고요한밤 거룩한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예수님 오셨네) 을 번역하였다.

    노래 한 곡을 가르치기 위해서 나는 이들이 귀로 듣고 외워서 부를 때까지 곡의 마디마디를 나누어서 수십 번씩 반복해서 부르며 이들에게 익숙해 지도록 들려주어야 한다.

    새로운 찬양을 접할 때마다 박자와 리듬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찬양이 나올 때 마다 신기해 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인디오들이 감사해서 나의 찬양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우리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함께 찬양을 불렀다.

    찬양의 리듬이 재미있고 좋다면서 조금씩 외워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겁고 보람되었다. 그래서 빨래 할 때에도, 간식을 먹을 때에도 그리고 일할 때에도 부르다 보니 약간 틀리는 부분이 있지만 자기네들끼리 모인 곳에서 흥얼거리며 찬양하는 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기타 코드는 강선교사가 ‘다피’와 ‘아리파’에게 찬양 인도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나는 어릴 적 주일 학교에 다닐 때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 곡에 맞추어 촛불 무용을 배웠었던 기억을 더듬어 인디오 아이들을 모아서 지도하였다.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무용을 서로 보며 쑥스러워 웃느라 많은 시간이 걸려 찬양보다 더 어려움이 많았다.

    드디어 성탄절이 돌아왔다.
    강선교사는 어젯밤 늦게까지 교회 안에 400개의 반짝이는 작은 전구를 달고 여러 색깔의 풍선을 불어서 교회를 아름답게 장식하며 예수님께서 오신 날을 준비하였다.

      

    미리 사냥하여 준비해 놓은 네 마리의 야생 멧돼지 구이와 거북이를 넣어 끓은 수프 그리고 내가 요리한 죽과 주스를 준비해 놓고 바나와 마을의 즐거운 성탄절을 맞이했다.
    먼저 축하 예배를 드리고 특별 순서로 준비한 아이들의 촛불 무용은 어른들에게 처음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라 감격하며 즐거움을 더하여 더욱 빛나게 하였다.

    찬양 순서를 마치고 한 사람씩 초를 나누어 주고 불을 밝히며 바나와 마을의 어른이신 ‘싸바따웅’과 ‘바디’의 간증에 이어서 ‘아리파’, ‘베뚜’, ‘다미르’, ‘파우치’ 청년들도 한마디씩 받은 은혜들을 나누었다.
    아리파는 몸을 많이 움직이며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하였고 파우치도 큰형답게 위엄 있고 힘있게 말했다.
    네시간이 넘도록 드려지는 축하예배에 아쉬움으로 마지막 찬양을 부르는데 촛불에 비춰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오나피니자 야마나피 십바라      
    오다나피 아모나 따보라자
    벨렝자 예수 와따이
    또위싸 와까 나미자네메자
    예수 아모니 따미나이
    예수 아모니 따미나이 –

    바나와 언어로 된 ‘고요한밤 거룩한 밤’


    밤마다 천정과 지붕 사이로 다니는 박쥐들의 움직이는 소리에 깊은 잠을 놓칠 때가 많다.
    천정의 벌어진 나무들 틈 사이로 박쥐의 분비물들이 밑으로 떨어진다.
    임시로 넓은 테이프를 붙여 놓았지만 쌓이는 분비물이 무거워져 수시로 바꿔야 한다.
    ‘싸바다웅’의 늦동이 아들 ‘아다웅’의 우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온다.
    아마 배가 고파서 우는 것 같은데 그냥 울다가 지쳐 잠이 들기를 기다리는 듯 엄마는 달래지 않는다.
    더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며 촛불을 켤까 하다 부엌 쪽의 그물 침대에 기대어 누웠다.
    싸바따웅의 집은 며칠째 사냥을 하지 못하여 먹을 것이 떨어졌다.
    저녁에 우리 집의 남은 음식을 건네어 주었지만 모든 식구의 허기를 채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나와 마을에 살면서 강선교사와 나는 말을 배워 가며 글을 만들고, 또 글을 가르치고 성경을 번역하면서 때론 의사가 되기도 하며 음식도 도와 주지만…
    우리가 항상 이들의 배고픔을 다 채워주거나 해결 할 수 없기에 마음이 아프다.

    바나와 마을에 살면서 인디오들이 필요한 다른 부분을 도울 수 있는 누군가가 오기를 나는 기도한다.



    2월..

    ‘조꿍’ (예수전도단)에서 인디오들에게 가르치는 성경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리파, 다피,  베뚜와 아내 마리까와 아들 마르코스 그리고 동생 네피도 함께 데리고 나왔다.

    훈련이 있을 때 가족이 아닌 네피를 데려올 필요는 없었지만 나와 강선교사는 네피를 계속적으로 우리와 함께 살면서 브라질 학교를 다니게 하여 장래 전문인으로서 바나와 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희망을 가져 보기로 하였다.

    처음 우리 집에 온 네피는 굉장히 수줍어했다.
    예슬이가 쓰던 방에서 지내게 하고 화장실 사용 방법과 화장지 사용법, 샤워할 때 수도꼭지를 트는 법, 밤에 불을 켜는 법, 우리 집에서 생활하기 위해 사용 할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니 긴장했던 얼굴이 조금씩 환해지고 있었다.

    9살 정도 된 네피를 1학년 과정으로 현지 브라질 학교에 다니도록 등록시켰다.
    다행히 학교가 센터 입구에 있어서 걸어서 다닐 수 있었다

    아직 브라질 말을 알아 듣지 못해 처음에는 많은 실수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번의 실수 후에 네피는 나름대로 귀보다 눈으로 알아 듣기를 시도하며 적응하였다.
    눈치로 수업을 받으며 친구들도 사귀고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집으로 돌아 오는 일이 없어졌다.

    조꿍에서 인디오들을 위한 교육이 있을 때는 교육비에 숙식비도 포함된다.
    네피는 우리 집에서 지내기 때문에 따로 훈련생들의 이름에 포함을 시키지 않았는데 식당에서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우리집 에서 식사를 하고 교육받으러 나온 인디오들이 식사하는 식당에 가서 네피도 식사를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하루 여섯 끼를 먹은 셈이다.
    배고파서 먹었냐고 물으니 오빠가 보고 싶고 함께 먹고 싶었다고 한다.
    식사 후에 만날 수 있고 우리 집에서만 먹어야 한다고 당부를 했는데도 식당으로 또 찾아가서 할 수 없이 식당에서 식사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식당으로 나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빨간티를 입은 네피와 친구>               <강선교사, 베뚜, 아리파, 다피>

    진정한 기쁨은 무엇일까?
    바나와 인디오들과 우리의 작은 인연을 통해 분명히 복음의 빛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다.

    아름다운 일들을 기다리며..
    심순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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