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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희년을 말하는 이유 - '뉴스 엔 조이'에서 퍼온 글
  • 우리가 희년을 말하는 이유  
    희년은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




    입력 : 2010년 07월 14일 (수) 18:55:15 [조회수 : 587] 윤희윤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올해 한국교회에 희년이 선포됐다. 희년의 시작을 의미하는 양각 나팔이 울렸다. 4월 16일 제28회 4·19 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소강석 목사는 4·19 혁명 50주년을 맞아 피해자들에게 "평생 피해자, 억울한 사람으로 남지 말고 희년을 계기로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자"고 했다. 물론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는 건 마땅하다. 하지만 구약에서나 신약에서 선포되는 희년 정신은 약자가 강자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화해가 아니다.

    희년은 강자가 약자를 섬기고, 약자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레위기 25장에 따르면 희년은 땅과 집이 원주인에게 돌아가고 노예가 해방되며 부채가 면제되는 해다.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는 가난한 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포로 된 자들이 자유를 얻게 되고, 눈먼 자들이 다시 보며,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는 것을 희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해자들이 버젓이 사회를 활보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희년이라니 어불성설이다.

    희년이 거꾸로 선포되는 한국교회 현실 속에 희년 정신을 되살려 보겠다며 한 단체가 출범했다. 이름은 '희년함께'. 사실 이 단체는 이제 막 생긴 단체는 아니다. 1984년 한국헨리조지협회로 시작한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성토모)과 2007년 성토모를 모판으로 만들어진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희년운동)이 통합된 단체다.

    이들 단체는 통합하여 새 출발을 하면서 이름에 둘의 공통분모인 '토지 정의'가 아니라 '희년'을 내세웠다. 희년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채 희년을 오용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을 반영한 거다.

    토지 운동하며 단맛, 쓴맛 모두 맛보다

    성토모는 사실 참여정부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이 소유한 토지의 재산권을 규제할 수 있다는 토지 공개념을 공공연히 이야기했다. 토지 공유화를 위해 모든 토지를 사들일 수 없으니, 보완책으로 개인의 노력 없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걷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게 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했다. 모두 성토모가 끊임없이 주장하던 것이었다. 실제로 성토모가 만든 일반 시민 단체인 토지정의시민연대를 통해 관련자들이 정부 정책 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

    종부세 정책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을 맛보기도 했지만, 종부세는 지역과 지역, 개인과 개인 간의 경제 격차를 메우는 정책의 중요한 재원으로 사용되었다. 성토모가 주장하는 토지 정의를 통한 경제 정의를 일부나마 실현해 봤던 시간이었다.

    1984년 한국헨리조지협회로 출발한 후 26년의 세월을 보내며 성토모라는 이름은 기독교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한동대, 서울대 등 몇 개의 학교에 성토모 모임도 생겼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회와 기독교 양쪽에서 모두에서 배척받았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거다.

        
      
      ▲ '희년함께' 남기업 운영위원(좌), 고영근 사무처장(우). ⓒ뉴스앤조이 윤희윤  
      
    안정기에 들어선 성토모가 굳이 단체 이름까지 바꿔 가며 '희년'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무엇일까. 7월 8일 남영동 '희년함께' 사무실에서 만난 남기업 운영위원과 고영근 사무처장은 한국교회가 변해야 사회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지 정의'는 교회 개혁을 포괄하지 못하지만 '희년'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기회를 제공하라고 명령하는 '희년'은 교회와 사회 모두를 포괄하는 단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성토모는 제도 개혁만으로는 하나님나라를 이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토모가 토지 정의를 이루려 노력했던 것도 하나님나라를 위한 노력이었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 제도 개혁은 힘이 없었다.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신설하자 강남의 대형 교회는 이를 공공연히 반대했다. 종부세 폐지 전도사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강남 모 대형 교회 교인이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실제로 종부세 정책은 후퇴했다. '희년'의 삶을 살지 않는 한국교회를 기반으로 한 성토모의 외침은 공허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교회 안에 희년이 먼저 선포되고 교인들이 먼저 희년의 삶을 살아야, 한국 사회가 변할 거라는 이야기가 성토모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2007년 이런 고민으로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을 만들었지만, 좀 더 내부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었다. 토지 운동의 모판인 성토모가 먼저 변해야 했다.

    "제도적 희년과 자원적 희년이 함께 가야"

    2009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성토모, 희년운동 대표자들이 모여 여러 번의 토의를 거쳐 '토지 제도 개혁'만으론 '희년'을 이뤄낼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단체를 통합해 '토지 정의'를 넘어선 '희년 정신'을 되살리는 단체로 변모하자는 데 합의했다. 단체명에 '토지 정의'를 빼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과감하게 결단을 했다.

    단체 이름을 '희년함께'로 한 것은 희년은 북한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처음에는 '희년과 부흥'이라는 이름이 대세였다. 희년을 이루면 부흥이 온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부흥이 '교회 성장'이란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 한국교회에서 뜻이 잘못 이해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와 북한 사람들이 희년과 부흥이라는 뜻을 이해할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희년과 부흥'은 희년이 어떻게 부흥과 연결되는지 설명이 필요하지만, '희년함께'하면 '희년을 함께 만들어 가자', '희년을 함께 누리자'는 의미로 바로 연결된다.

    물론 두 단체를 합해 하나의 단체로 출범하는 데에는 '희년 성취'라는 거룩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두 개가 있다 보니 재정 관리가 어려웠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돈과 힘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최근 대형 교회 건축과 관련해 구성원 개개인이 활동하긴 했지만, 단체 차원에서 대응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단체명의 한계도 있다. '모임'이라는 이름은 동아리 성격이 강했다.

    희년은 토지 제도, 부동산 정책 같은 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제도에 신경 쓰느라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원(自願)적 희년에는 힘을 쏟지 못했다. '희년함께'가 지금까지 성토모나 희년운동이 해 왔던 제도적 희년 방안 뿐 아니라 자원적 희년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 밝힌 이유다.

    자원적 희년은 갚을 수 없는 자들에게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처럼(레 25:35~37) 가난한 자들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자발적 헌신을 말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집 없는 자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집을 제공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집을 지어 주는 '헤비타트 운동'은 자원적 희년의 정신을 이루고자 성토모의 전신인 한국헨리조지협회에서 나온 단체다. '희년함께'는 초창기에 있었던 이런 움직임들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희년함께'가 출범하면서 다른 단체와의 차이점을 보인 것은 인적 구성이다. 공동대표, 지도위원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독교권의 쟁쟁한 사람들의 이름은 별로 없다. 돈줄이 될 대형 교회 목사는 하나도 없다. 대신 그동안 소신 있는 걸음을 걸어 온 작은 교회 목사, 신부, 활동가,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활동위원회나 운영위원은 면면을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할 정도다. 처음 듣는 이름이 너무 많다. 홍주연 문화교육위원회 위원장, 강빛나래․최명은 운영위원 등 20대도 셋이나 된다. 희년을 이루려면 힘 있는 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자원적 희년 정신이 반영된 거다.

    큰 포부를 가지고 '희년함께'가 출범했지만, 현실이 될지 단지 포부에 그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토지'라는 전문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조직은 너무 작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그래도 이들은 '희년'을 꿈꾸고 '희년'을 선포하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과거 영국의 노예제 폐지를 기독교가 견인한 것처럼, 한국 사회에 사람들을 노예 되게 하는 토지 문제, 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게 하는 데 한국교회가 앞장서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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