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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읽기 -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 (프레시안에서 퍼온 글)
  • 10년 전이다. 한 교수일본 잡지를 보여준다. 표지 모델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던 여배우였다. 그런데 그 표지를 본 사람들의 입에선 낮은 탄식이 새나왔다. 입에 꽤 두껍고 기다란 김밥을 한입 가득 물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썬 김밥이 아니라 썰기 전의 김밥을 손에 쥐고서 살짝 웃는 얼굴로 말이다.

    그 여배우든 그의 매니저든 그 장면의 의미(?)를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해외 진출은 꽤 중요했나 보다. "꼭 저렇게 해서라도 일본에 가야 하나" 싶었지만 이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성적 측면에든 어느 측면이든 개방된 사회를 탓할 필요도 없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탓할 필요는 더욱 없다.

    국위 선양 포르노그래피

    싸이의 '젠틀맨'을 봤다. 발매한 지 사흘이 지나서였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뜨자마자 언론이 "1000만 뷰" "3000만 뷰" "5000만 뷰"를 카운트 해대기 시작하고 저녁 뉴스에까지 등장하니 아니 볼 수가 없었다. 나는 평소 이른바 B급 문화응원하는 사람이고 우리 사회에 성적 억압도 없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젠틀맨' 뮤직 비디오는 보기에 조금 불편했다. 확실히 '불친절'한 뮤직 비디오였다.

    선탠을 하는 여성의 비키니 끈을 풀어버리고, 여성이 커피를 마시는데 잔을 툭 치고, 여성이 앉는 것을 도와주는 척 하다가 의자를 빼버리고, 그래서 쓰러진 여성을 이번엔 다른 남성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는 듯하다 내동댕이쳐버리고….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 비디오에서 싸이 등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이 여성에 대한 "학대(abuse)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고 그래서 대단히 "여성 혐오적(misogynic)"이라고 평한다. 또 아이들 장난 같기도 한데 이게 약을 올리는 방식이라서 보다 보면 짜증이 난다는 반응도 꽤 된다.

    이보다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선정성이다. 그런데 이 선정성의 수준이 '섹시'나 '에로틱'의 수준을 넘어서 포르노그래피의 수준이다. '젠틀맨'은 성적 코드를 내재적으로 기호화하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방식을 거부한다. 여성(마네킹)의 가슴을 만지고, 선탠을 하는 여성의 배를 쓰다듬는다. 수영장에서 누워 있는 남성들의 얼굴 위에서 비키니를 입은 반라의 여성들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다가 남자들이 발을 올리자 그 발을 잡고 계속 엉덩이를 흔든다.

    압권은 오뎅을 먹는 가인의 모습이다. 맥주 캔을 흔들어대며 하얀 거품을 사방에 뿜는 싸이도 꽤나 성(행위)적이지만 우동을 정신없이 먹어대는 싸이를 바라보며 마요네즈인지 뭔지 하얀 소스를 듬뿍 바른 오뎅 바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젠틀맨' 뮤직 비디오가 다른 어느 것보다 포르노그래피에 의존하여 탄생한 작품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 싸이의 신곡 '젠틀맨'. ⓒYG엔터테인먼트


    외국인이 좋아하면 포르노도 괜찮아?

    이러한 선정성을 놓고서 어떤 이들은 "외국에서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면서 "우리 사회도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주장한다.

    그 발상이 재밌다. 우선 싸이는 이 뮤직 비디오를 외국인만을 위해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가수를 평하는데 그 기준은 외국사람? '젠틀맨'은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용이었나보다. 이제 우리는 우리 것을 우리의 눈이 아닌 외국의 눈을 빌려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정도는 외국에서 괜찮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뮤직 비디오는 미국에서도 매우 심하게 선정적이고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선정적 장면이 들어간 뮤직 비디오는 심야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데 이 정도로 '저'한 질의 뮤직 비디오는 적어도 나는 심야 시간대에도 본 적이 없다. '젠틀맨' 뮤직 비디오는 싸이가 유튜브를 통한 확산을 1차적 목표로 삼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MTV를 목표로 했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외국에서도 "싸구려 저질(cheap and low)" "역겹다(disgusting)"라는 평이 많다.

    특히 가사의 "mother father gentleman"을 "언어의 유희다", "패러디다" 하며 분석을 내놓는다. 이 후렴구는 영어 욕설을 비튼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비틀었다는 원래의 욕설은 패러디는커녕 비틀고 유희로 삼기에도 민망한 욕설이다. 미국의 욕설 중에서도 가장 세기 때문에 일반인은 아무리 화가 나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런 욕설을 우리는 아주 즐겁게 또 흐뭇하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나는 문화적 개방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뮤직 비디오의 선정성만으로는 글 쓸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느낀 것은 언론과 여론의 관대함이다.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라는 의견들이 대단히 많다. 그래서 '19금'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봐도 모두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젠틀맨'의 선정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 문제 삼더라도 찬반양론을 소개하는 정도다. 여론은 선정성보다는 국위 선양을 강조하며 젠틀맨의 빌보드차트 1위 등극을 바라는 분위기다. 외국 언론이 '젠틀맨'을 다뤄주니 감사하고, '젠틀맨'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면서 '자뻑'하는 분위기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댓글 7

  • (안셀름)

    2013.04.19 13:09

    어떠한 면에서 간사하고 얄팍한 문화의식이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허풍순으로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순위안에 들것 같습니다^^ 냄비근성 같은거도 말이죠~~~ 휴~~
  • 김장환엘리야

    2013.04.19 16:54

    싸이 한류는 포르노그라피라는 지적은 핵심을 찌르는 평가이다
    유트브 조회수가 국력인가
    열광하지 말 일이다
    가수가 춤출때 엉덩이를 옆으로 흔들다가
    앞뒤로 흔드는 때부터 노래는 섹스어필로 둔갑한다
    ... 오뎅과 거품, 여성학대적 장난기, 성추행놀이는
    대중의 저급한 욕망을 자극하는 위장된 노예게임 아닌가
    싸이의 축제는 박코스신을 숭배하며 만취상태에서
    성기에서 솟구치는 거품을 흡입하며 즐기는 종교제의이다
    저작권 지불이라는 당연한 거래로 그 도덕성을 높이지 말 일이다
    섹스를 상품화하는 속물적 장삿속을 창조성이라 미화하지 말렷다
    포르노그라피 비쥬얼로 사람을 미혹하고 영혼을 훔치는 섹스교 사제의 굿판을 지구촌합창으로 미화하는 이 누구인가?
    싸이의 싸이킥 광란을 즐기는 싸이교의 배경은 다름 아닌 심심한 지구이다
    잰틀맨이란 상표 속에 포장된 악동의 장난에 놀아나는 푸른집과 푸른지구촌은 춤추는 도깨비와 손잡았다
    싸이의 독배를 들고서 춤추기를 멈추고 금주령을 내려야 할 판이다
    싸이는 한류전도사가 아니라 폭력적 미국 포르노종교의 수석 사제에 다름 아니다.

    - 황영익 목사.
  • Profile

    김바우로

    2013.04.19 18:52

    싸이는 대중가수일 뿐입니다.

    그다지 훌륭한 음악을 하지는 않지만 대중이 소비하는 음악을 만들 줄 알며,
    그 점에서 나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전작이 증명하듯이 대중은
    그의 퍼포먼스를 좋아합니다.

    그가 직접적으로 비난 받을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그가 천박하기는 하지만 천박함을 원하는 대중에게
    원하는 상품을 팔았을 뿐입니다.  우리도 다들 좋아하는 돈을 벌기 위해...


    문화가 항상 고급일 필요는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부분의 대중은 그런 고급 문화를 소비해 주지도 않습니다.

    싸이의 경우 자기도 좋아하고 장사도 되는 상품을 팔았을 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기사에서도 적시하고 있듯이 문제는 한국의 언론이
    싸이의 수준을 조금도 넘지 못하고 있는, 천박하기 그지 없는,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는, 거짓과 기만과 착각에 가득찬
    오히려 싸이 보다도 훨씬 못한 사악의 덩어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나치다구요?

    아뇨.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회, 정치, 문화 등
    우리 삶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집단은 바로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오래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지....

    프레시안 만세 ㅠㅠ

  • 노아

    2013.04.22 21:51

    역시 프레시안이네요.
    깨어 있어야할때 입니다.
    대중문화의 흐름에 휩슬리지 않도록.
    오늘 식사를 하면서 영화의 잔혹성과 요즘 아이들의 행태가 유사성이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종교가 없는 일반 사람들의 대화였습니다.
    아이들이 듣는 노래와 보는 영화로 인하여 점점 세상의 것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 조기호

    2013.04.23 04:17

    새삼스럽게..............
    10대 소녀들을 벗겨놓고 여신이니 성숙하니 하면서 위 부터 아래까지 즐기는 한국사회가
    먼저 안쓰러운 걸그룹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야하지 않을까?
    싸이는 그래도 성인인데.......
  • 김상철

    2013.04.23 17:00

    맞아요 맞습니다....... 10대 소녀들 아직 성인도 안 된 어린아이들을 상품화 시키는 또 그것을 즐기고 재밌어 하는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큰불행입니다
  • 권혁제 프란시스

    2013.05.10 19:37

    싸이의 작품과 그에 열광하는 세태에 제 마음도 불편했습니다. ㅠㅠ
    걸그룹들의 옷차림과 몸짓들도 본능(?)적으로 저의 감각을 자극하지만..
    이것이 좋은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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