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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멈춤 (퍼온 글)
  • 조회 수: 1326, 2003-08-25 17:37:29(2003-08-25)
  • 위대한 멈춤을 기다리며



    2003년 7월 28일 파리 샹제리제 총 길이 3427.5km
    사상 유래없는 폭염으로 알프스 빙하까지 녹아 내리는 유럽,
    이 상황에 자전거를 타고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인내의 레이스 '뚜르 드 프랑스'가
    드디어 7월 28일 파리 샹제리제에서 마지막 레이스를 끝냈습니다.

    이번 대회가 다른 때보다 뜨거운 관심의 시선을 받았던 것은
    단연 대회 5연패를 달성한 미국선수 랜스 암스트롱 때문입니다.
    그는 96년 생존률 50%에 불과한 고환암을 진단받고 뇌조직을 도려내는
    대수수을 세차례나 받은 사람입니다.

    구토가 치미는 항암치료를 이겨내며 다시 페달을 밟았고
    드디어 암완치라는 대단한 일을 이뤄냈으며 대회 5연패까지 했으니
    그의 고국 미국에서 '랜스 암스트롱'하면
    명실공히 '금세기 최고의 Hero'로 추앙 받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얼굴이 랜스 암스트롱이었다면
    의미의 챔피언은 '울리히'라는 독일 선수에게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왜 그럴까요?
    2003년 7월 22일 제 15구간 울리히는 이번 대회 2위,
    99년부터 줄곧 암스트롱에게 1위를 내줘야 했던 만년 2위 선수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기에 위대한 1등에 가려진
    참담한 2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랜스 암스트롱,
    그리고 그의 영원한 맞수,
    얀 울리히 그는 암스트롱에 못지 않는 투혼으로 1등을
    바짝 따라잡고 있었습니다.
    암스트롱과의 시간차는 당시 단 15초!
    페달 한번만 삐끗해도 뒤집힐 수 있는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5구간에서 그런 기회는 정말 찾아옵니다.
    랜스 암스트롱이 응원나온 한 아이의 가방에 걸려 그만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만 것이죠.

    치열한 각축을 벌이던 울리히에게 이 얼마나 단비 같은 순간입니까?
    그는 이제 달려나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고대하던 영예의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되고,
    '만년 2인자'라는 오명도 씻음과 동시에 그의 승전보를 기다리던 조국,
    독일의 국민들에게는 환희와 감격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이클을 세우고 침착한 표정으로 랜스가 일어나길 기다렸습니다.
    랜스 암스트롱이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기 시작해서야
    그도 비로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위대한 멈춤/거룩한 양보.... 아, 울리히 선수 참 바보입니다.
    세상은 누구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지난 4년간 벼르고 별러온 우승인데
    그리고 상금과 명예는 또 얼마나 소중한 것들입니까?

    어쩌면 그는 소중한 것들을 차버린 바보일지 모릅니다.
    이 일은 곧 세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울리히 선수의 멈춤을 아무도
    바보짓이라고 웃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승리자에게 보다 오히려 더욱 뜨거운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이유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똘똘뭉쳐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멈춤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음은 물론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무엇인가를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랜스 암스트롱이 만든 대회 5연패라는 업적도 대단한 일이지만
    울리히의 멈춤도 그 어떤 승리 이상으로 가치있고 위대하다는 사실입니다.
    울리히가 만들었던 멈춤이 "페어플레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것이기에 세상은 이를 "위대한 멈춤, 거룩한 양보"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2003년 8월 대한민국 서울
    어쩌면 모든 승리 뒤에는 누군가의 이러한 멈춤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라인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 뒤에도
    어떤 위대한 멈춤이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히 전대미문이라 부를만한 난관 앞에 서있습니다.
    강대국과 개도국이 함께하는 특설무대에서 무제한급 글로벌 전쟁을 치르는 중이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북한리스크, 지역감정과 세대갈등, 정치대립과 무한 욕구분출 등..
    실로「위대한 멈춤」이 또 한번 발휘되지 않는다면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를 뒤져 보아도, 누구의 말을 들어도
    지금 우리에게 위대한 멈춤의 조짐이나 가능성은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내달리기만 하고 결코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서로 상처투성이가 되는 길고
    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오싹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위대한 멈춤」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릴 순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양보와 멈춤을 만들지 못한다면
    미래도 꿈도 없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기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멈춤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2003년 8월, 한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말입니다.

    글 쓴 이 / 강신장(3Dsjkang@seri.org">sjkang@seri.org)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장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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