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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법정 스님의 시 - 감상
  • + 빈 마음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올라와 펄럭거린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배우고 있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차다.



    +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은
    밖으로 부자가 되는 일에 못지않게
    인생의 중요한 몫이다.
    인간은 안으로 충만해질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잡념 없이 기도를 올릴 때
    자연히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때는 삶의 고민 같은 것이 끼여들지 않는다.
    마음이 넉넉하고 충만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잘사는 것 같아도
    정신적으로는 초라하고 궁핍하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기 때문에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고마움을 잃어버렸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름다움과 살뜰함과 고마움에 있다.
    나는 향기로운 차 한 잔을 통해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삶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산길을 가다가 무심히 피어 있는
    한 송이 제비꽃 앞에서도
    얼마든지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그 꽃을 통해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다.

    또 다정한 친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 한 통을 통해서도 나는 행복해진다.
    행복은 이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데 있는 것이지
    크고 많은 데 있지 않다.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함 속에서 아무 부족함 없이
    소박한 기쁨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충만의 화신이다.
    또 진정으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의 소박한 기쁨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을 살 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모자람이 아니고 가득 참이다.



    + 아름다운 마무리

    우리들 삶에서 때로는 지녔던 것을
    내던져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움켜쥐었던 것을 놓아 버리지 않고는
    묵은 수렁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우리들이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

    그 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
    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지녔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가 온다.
    반드시 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 망설인다면 그는 잘못 살아온 것이다.
    본래 내 것이 어디 있었던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니 시시로 큰마음 먹고
    놓아 버리는 연습을 미리부터 익혀 두어야 한다.
    그래야 지혜로운 자유인이 될 수 있다.

댓글 1

  • 김장환 엘리야

    2010.03.15 11:43

    마치 하느님의 말씀을 읽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진리는 보편적인 계시로 이미 나타나 있기에
    삶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살아간 분들에게서 지혜로 나타나게 되네요.

    이 모든 진리를 마음에 담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로 우뚝 서기를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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