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헨리 조지의 정치경제학 연재 (성토모에서 퍼온 글)
  • 머리말: 이 책을 쓰는 이유

    헨리조지 지음 / 김윤상 외 옮김

    -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정치경제학의 핵심 원리를 분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있다.


      나는 마치 선생님처럼 독자에게 무엇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단지 안내자처럼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을 담담하게 지적하려고 한다. 절대로 독자에게 맹목적으로 따라오라고 요구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의문스러운 내용을 무작정 수용하지 말고 스스로 확인하지 않은 결론을 무조건 인정하지 말도록 촉구하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나를 겸손하게 보이거나 독자에게 아첨하려는 게 아니라, 다만 정치경제학에서 나타나는 본질과 현 상황 때문이다.

      정치경제학은 모든 학문 가운데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학문이다. 이는 부의 본질, 그리고 부의 생산과 분배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며, 대다수 인간이 품은 생각과 노력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문제, 곧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학은 정치와 법률, 사회 이론과 정부 이론, 심지어는 철학과 종교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정치경제학은 모든 문명국가의 장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학문이며, 우리 문명에서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거대한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학문이다.

      정치경제학이 현실적으로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별다른 의문 없이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공인된 진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학자들 사이에 일치된 합의도 없기 때문이다. 가령,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그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무런 이의 없이 손쉽게 인정하는 기본 원리가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안심하고 그 내용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학에는 아직 확실한 원리가 없다. 한 학자나 학파에서 강조하는 가르침이 다른 학자나 학파에서는 부정되고 있다. 복잡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다. 다른 학문에서는 오래 전에 해결되었을 법한 수준에 있는 문제도 정치경제학에서는 공인된 정답 없이 제각기 의견을 달리하여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원리들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서, 가령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번영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유체역학에서 배의 길이와 폭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커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확실한 정답이 있듯이, 정치경제학도 이 정도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처럼 정치경제학에는 모두 인정하는 일치된 이론이 없기 때문에 특정한 권위자에게 의존하여 무슨 내용을 익힐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기 이성을 활용하여 정직하게 진리를 추구하면 얼마든지 확실하고도 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에서 여러 가지 학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중요성 때문이다. 현재 문명세계에서 인간은 부를 소유하려고 엄청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부의 생산과 분배를 다루는 학문이 이러한 투쟁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비합리적인 게 아닐까?

      매콜리(Thomas Babington Macaulay, 1800~1859, 영국 역사가·정치가)가 잘 표현했듯이, 아마 중력 원리를 비판하는 것이 거대한 금전적 이해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더라면, 이처럼 명백한 원리도 아직까지 수용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치경제학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기득권’과 관련된 학문이다. 지대, 임금, 이자를 다루고, 세금과 관세를 다루고, 특권, 독점권, 보조금을 다루고, 화폐, 토지소유, 정부 부채를 다루고, 노동조합에 필요한 이론적 근거와 자본 결합에 대한 논거를 다루는 학문이다.

      이런 학문이 어떤 실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가? 기존 상황에서는 열심히 연구만 한다고 해서 경제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강력하고 집요한 이해관계가 영향력을 발휘하여 쉽게 억압받고 왜곡되기 때문에, 정치경제학은 그저 전진하면 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커다란 정치 문제의 밑바닥에는 예외 없이 경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정치경제학 연구를 왜곡시키고 있다. 마치 신학을 둘러싼 갈등이 세계사를 피로 물들여 왔고, 또 적어도 한 때는 천문학에까지 영향을 주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경우와 같다.

      그리고 아무리 대학 수준에 있는 교육기관이라도 겉으로는 진리를 신중하게 탐구하고 정직하게 공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기관도 정치경제학 연구를 왜곡하는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문명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 사회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부의 생산, 아니 적어도 부의 분배에서 불의가 깊고 넓게 존재한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이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정치경제학의 임무다. 정치경제학은 진지하고 정직한 설명을 통해 이를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은 그 자신의 존재 법칙 때문에 이런 부정의를 낱낱이 드러낼 형편이 못 된다. 부정의는 최소한 상대적으로라도 부유층에게 유리한데, 부유층을 대변하는 견해와 희망이 대학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강성했던 시절 동안 남부 지역에 속한 대학에게 기대를 걸 수 없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북부에 속한 대학에서조차 노예제도에 내재된 부정의성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현 상황에서 대학이 정치경제학을 진실하게 연구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 교수직을 한번 맡으려면, 자신에게 맡겨진 진정한 본분을 제대로 추구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경제학을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원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정치경제학 자체에 내재하는 게 아니라 외부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정치경제학은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 학문이고,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 학문인 동시에 평범한 사람도 가장 쉽게 연구할 수 있는 학문이다. 정치경제학 연구에는 특별한 도구나 장치가 필요 없고 특별한 지식도 필요 없다. 또 연구 대상인 어떤 현상을 실험실이나 도서관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연구 대상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널려 있으며 항상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정치경제학에서 바탕이 되는 원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며, 일상생활에서 늘 생각과 행동의 기초로 삼는 원리다. 정치경제학에서는 연구 과정도, 주로 분석 과정이지만, 우연과 본질을 구분하는 정도로 주의만 기울이면 된다.


      이제 나는 독자와 더불어 정치경제학 핵심 원리를 함께 알아나가려고 한다. 이전에 접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단지 신중하고 체계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누구나 이미 나름대로 정치경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이나 화학, 지질학, 문헌학 따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치경제에 대해서 무지를 자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자기들이 무지하다고 공언하더라도 내심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도 임금, 가격, 이윤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라든가, 관세 효과, 노동을 절약하는 기계가 미치는 영향, 화폐가 담당하는 기능과 소재, 불황과 호황이 일어나는 원인 같은 문제에 관한 자기 견해에 극도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사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선하든 악하든, 옳든 그르든 나름대로 정치경제 이론을 가지고 산다. 그런 이론이 맞지 않을 경우 이를 확인시켜 정확한 이론으로 바꾸게 하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체계적이고 신중한 탐구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탐구에 꼭 필요한 것,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이 있어서 독자들에게 미리 강조하고 싶다. 정치경제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는 물론 그 이후로 거치는 모든 단계에서, 용어로 사용하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분명히 정의하고 언제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어는 말과 글에서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부호나 상징이다. 서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서로 동일한 단어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한 사람은 배 세 척이 보인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두 척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사람은 배라는 단어를 물에서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사용하고, 다른 사람은 가로 돛대가 세 개 달린 배만을 의미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특히 철학에서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

      단어는 사고를 교환하는 수단 이상의 존재다. 단어는 사고를 가능하게 만드는 부호나 상징이기도 하다. 마치 각종 아이디어를 넣어두는 서랍이나 정리함에 붙은 이름표와 같아서 이름표를 보고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속에서 단어를 정확히 사용하지 않는다면 생각도 정확하게 할 수 없다. 이 점은 정치경제학에서 특히 중요하다.

      다른 학문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대부분 해당 학문에서만 사용되는 용어기 때문이다. 가령 화학 용어는 화학에서만 사용된다. 그러나 정치경제학 용어는 정치경제학에 국한된 단어가 아니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많으며, 생활상 필요 때문에 정치경제학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끊임없이 언급되는 단어도 많다.


      정치경제학을 연구하고 관련 문제를 검토하려면, 부, 가치, 자본, 토지, 노동, 지대, 임금, 화폐 같은 용어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고 반드시 그 의미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용어는 일상적인 의미와 항상 차이가 있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단어가 지닌 일상적 의미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또 정치경제학 용어로서 한정된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일상 대화나 독서에서는 그런 용어를 일상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치경제학 용어는 명확성을 결여하여 사고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뛰어난 정치경제학자도 이런 과오를 저질러서 자신은 물론 독자까지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이와 같은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용어가 등장하면, 우선 정확한 정의부터 제시한 뒤, 경제학 용어로서 정의된 의미로만 사용하도록 노력하겠다.

      한 단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단어가 의미하는 것과 의미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우리 마음속에 단어 사이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하여 어떤 단어가 항상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도록 함으로써, 경우에 따라 의미를 증감시키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책 첫 부분에서는 정치경제학의 본질과 범위를 고찰하고, 정치경제학의 기원과 의미 그리고 정치경제학의 대상이 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살펴본다. 이 부분에서 혹시 내가 다른 정치경제학자보다 독자에게 부담을 더 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주제에서 빗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험난한 상황이 닥쳐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석조 건물을 지으려면, 애초부터 암반층을 깊이 파서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정치경제학>은 머지 않아 출판될 예정인 원고입니다. 미리 게재할 수 있게 양해해 주신 출판사 <아름다운 땅>(대표: 최진혁)에 감사 드립니다.




    차례


    머리말: 이 책을 쓰는 이유

    제1부 정치경제학의 의미

    1장 인간과 세계

    2장 더 거대한 리바이어던

    3장 문명에 담긴 의미

    4장 문명의 기원과 발생

    5장 지식과 기술

    6장 자연법

    7장 학문이라고 불릴 만한 적절한 지식

    8장 정치경제학의 의미와 범위

    9장 정치경제학의 요소

    10장 정치경제학의 기본 법칙

    11장 정치경제학 연구 방법

    12장 정치경제학은 학문인가, 기술인가?


    제2부 부의 본질

    1장 부의 의미에 관한 혼동

    2장 혼동이 일어나는 원인

    3장 아담 스미스와 중농주의

    4장 정치경제학의 발전

    5장 부를 정의하려는 학계의 움직임

    6장 정치경제학이 붕괴하다

    7장 부와 가치

    8장 정치경제학에서 의미하는 부

    9장 부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10장 자본으로 불리는 부

    11장 부에 관한 도덕적인 혼란

    12장 어떤 부에 영속성이 있는가?




    제3부 부의 생산

    1장 생산의 의미

    2장 세 가지 생산 방식

    3장 소위 농산물 수확 체감의 법칙

    4장 공간과 시간

    5장 공간과 생산 사이의 관계

    6장 시간과 생산 사이의 관계

    7장 두 가지 협동 방식

    8장 두 가지 협동 유형

    9장 생산에서 교환이 담당하는 역할

    10장 세 가지 생산요소의 순서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79 김장환 엘리야 2163 2010-04-23
78 김장환 엘리야 3753 2010-04-18
77 김장환 엘리야 2273 2010-04-14
76 김장환 엘리야 2582 2010-03-15
75 김장환 엘리야 2170 2010-02-13
74 김장환 엘리야 2658 2010-01-18
73 김장환 엘리야 2730 2010-01-10
72 김장환 엘리야 2861 2010-01-10
71 김장환 엘리야 2154 2009-12-20
김장환 엘리야 2145 2009-12-11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