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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경제체제안에서의 아이티
  • 세계 경제 체제 안의 아이티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 때까지>로 아이티 바라보기

      
       아이티가 겪은 참상은 단순히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이상이다. 아이티를 돕기 위해 온 세계가 손길을 모으고 있지만, 아이티가 겪는 현실은 단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기나긴 식민지 시절의 참혹함이 누적된 결과다. 아이티와 같은 가난한 제3세계 국가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세계로부터의 도움은 자칫 한순간의 온정에 그칠 수 있고, 아이티의 가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의 책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홍병룡 옮김, IVP)는 이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월터스토프는 칼뱅주의가 오늘의 개혁 운동에 주는 함의를 새롭게 한다. 저자는 '세계 형성적 기독교'라는 말을 선호한다. 이야말로 기독교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각 시대마다 기독교가 단행한 개혁의 모습은 다를 수 있어서 그들의 강령과 이데올로기를 오늘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기가 몸담은 사회 질서의 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주님께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사명 중 하나다.

      우리 삶에 어떤 악하거나 위협적인 문제가 있을 때 대부분의 종교는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더 고상한 실재를 추구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는다. 저자는 이를 '회피적 종교'라고 부른다. 이와는 달리 '삶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것을 묵인하고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개혁하려고 애쓰는 것'을 '형성적 종교'라고 부른다.

      신앙을 실천 속에서 담아내고자 할 때에 당연히 수반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바른 분석일 것이다. 월터스토프의 책이 빛나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순종이라는 원칙이 세상 질서를 분석하고 변혁하고자 하는 일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는 각 사회가 고도의 근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근대화론에 파산을 선고하면서 월러스타인(I. Wallerstein)의 '세계 체제론'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남미 지역의 억압적 상황은 그 지역에 미친 미국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으며, 결국 저개발 국가는 고도 개발 국가의 하청 구조 안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에 주변부 국가들이 희생된 것이다.

      흔히들 가난한 나라들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지만, 이것은 국민성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중심부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주변부 국가들을 재편한 결과에서 기인한 것이 훨씬 근본적인 원인이다.

      월터스토프가 예를 들고 있듯이, 자생적이고 완결적이던 방글라데시 경제는 서구 세력의 진입 이후, 완전히 영국 경제의 하부 구조로 재편됐고 그 모든 자생성과 자립성은 박탈됐다. 그래서 더 이상 영국과 관계가 없으면 존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서구 중심부 국가들은 스스로 주변부 국가들이 발전하고 성장할 상황 자체를 박탈한 채, 원조를 해도 여전히 개발되지 않는 현실을 국민성으로 돌리는 일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로서 세계 체제를 보지 않고 단일 국가 내부의 일만을 분석한다면, 반드시 우리가 속해 있는 국가의 행복은 다른 국가의 가난한 사람의 희생 위에 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월터스토프의 분석은 참으로 정직하며 진실하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위에서 그는 참으로 이 세상 가운데서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정치·경제적 조치들을 취할 때에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초보적인 일이면서 가장 근본적인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성경적이다.

      국가의 존재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이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나라의 가난한 민중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경제 체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월터스토프의 글은 한국교회가 그리도 중시 여기는 칼뱅의 사상이 얼마나 개혁과 변화를 지지하고 지원하는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나라 백성인 한 개혁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땅의 나라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질서와 말씀들을 따르는 한 세상 그 누구보다 개혁적이고 진취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개혁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운명과도 같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의 방향은 하나님의 나라이며, 월터스토프의 적절한 표현대로 하자면, 정의와 평화의 나라이다. 참된 평화는 정의의 실현에서 오며, 그로 인해 임하는 평화는 하나님과 사람의 회복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회복, 사람과 자연의 회복까지도 모두 포괄한다.

      정의와 평화가 함께 만나는 세상이 가능함을 믿고 바라고 달려가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며, 이러한 꿈과 소망을 가진 것이 우리의 자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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