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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와 하나님의 나라 -- 고영근(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 <출처:복음과 상황 12월호>

      ‘쓰레기학(Garbology)’이라는 용어가 있다. ‘garbage(쓰레기)’에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 ‘logy’를 붙여 만든 신조어인 쓰레기학은 쓰레기장을 조사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실태를 알아보는 사회학의 수법 중 하나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보면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대강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칼리지에서 시장(market place)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폴 스티븐스(R. Paul Stevens)와 세계적인 복음전도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위클리프 홀의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이 같이 쓴 ‘그 분의 말씀 우리의 삶이 되어(Living the Story)’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쏟아내는 쓰레기, 다른 사람들이 굶주릴 때 우리가 즐기는 부(富) - 그것이 일어나 우리를 쳐서 증거 할 것이다.”
      마지막 심판 때에 우리들이 평생 동안 소비한 쓰레기들이 일어나 우리를 쳐서 증거 할 것이라는 아주 기발하면서도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말이다.  


      자신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이 돈을 어떻게 벌고 번 돈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디에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가 곧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우선순위, 삶의 방식과 흔적 등을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게 여기는 정치․경제학이라는 학문도 따지고 보면 부(富)를 어떻게 생산해서 어떻게 나누느냐에 관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경제학을 가지고 산다. 돈을 어떻게든 벌고 쓰면서 살고 있다면 자신만의 경제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러한 경제법칙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나를 증거 한다


      폴 스티븐스와 마이클 그린은 같은 책에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내 친구 하나는 광고업계가 분노, 정욕, 탐욕, 폭식, 나태, 시기, 교만 등 칠대 죄악에 호소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학술 기사를 썼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북미인은 하루 평균 1,400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바깥’에서 줄잡아, 1,400개의 메시지가 들어오는 셈이다. 날로 더해가는 신(新)이교적 사회에서 삶의 복잡성이 어찌나 혼란을 주는지, 일부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 일하는 것만이 안식처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종종 보다 교묘하게 위장되었을 뿐 거기에 가도 상황은 똑같기에 그들은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쉬운 탈출구는 없다. 다행히 우리의 환난과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틀이 성경에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 우리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 우리나라도 폴 스티븐스와 마이클 그린이 살고 있는 북미와 영국 못지않게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에도 물질만능주의가 교묘하게 위장되어 침투해 있다는 두 학자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 안에도 물신숭배와 바알주의, 성장주의, 성공주의, 기복주의, 혼합주의 등이 깊숙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인들을 늘리기 위해 세상의 공격적인 마케팅․홍보기법을 사용하고 늘어난 교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경영 및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이제 한국교회에서는 능력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목회기법으로 통한다.


      또한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어떠한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입고(衣) 먹고 마시며(食) 잘(住) 곳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식들을 가르치고(敎) 병에 걸렸을 때 치료(醫)를 받아야만 한다. 인간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해야만 하는 이 다섯 가지를 통해 우리들의 삶에 나타나는 일곱 가지 죄악(분노, 정욕, 탐욕, 탐식, 나태, 시기, 교만)을 점검해 볼 수 있다.

      단테의 신곡중에서 지옥편에 나온다는 이 일곱 가지 대죄악은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세븐(Seven)’을 통해 더 유명해졌다. 사실 일곱 가지 대죄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범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한번 점검해보자.    



      내가 입고 있는 옷이 혹시 뽐내기 위한 허영과 교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이 혹시 혀의 쾌락과 탐식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집과 땅이 혹시 나의 필요를 넘어서 탐욕을 채우기 위한 부동산투기용은 아닌지?
      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혹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시기와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경쟁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혹시 더 아름답고 섹시하게 보이려는 교만과 정욕은 아닌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하고 있는 것을 내가 못 가졌거나 하지 못해서 혹시 비교하며 분노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마도 그리스도인들이라 자칭하는 우리들도 세상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주고 있을까?

      그 답은 이미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주기도문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도록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말씀하신다.



      쌓아놓을 양식이 아닌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먼저 하나님 나라의 공평과 정의를 이루라고 명령하신다. 그리고 평생 쌓아놓고 먹을 양식이 아닌 일용(日用)할 양식(daily bread)을 구하라고 말씀하신다. 사도 바울은 “돈을 사랑치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하나님께서는 구약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의 율법을 통해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말씀들은 모두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잠시 살다가는 나그네라는 진실을 일깨워주고 우리는 하나님의 것을 잠시 동안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일 뿐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우리들이 교회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청지기라는 정신이 바로 물신숭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이 말해주는 대답이다. 성경은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세상 그 어느 것 하나도 나만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지금 전 세계에는 경제공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이러한 경제공황은 어쩌면 하나님의 말씀과 법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자연적인 심판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신학자가 그랬던가? 죄에는 심판이 이미 내장되어 있다고. 자신의 분수와 필요를 넘어서 단지 집을 사두면 집값이 올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둔 사람들과 은행에서 100%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로 인해 지금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고 있고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는 국가부도를 맞았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나라에서 그렇게 주택 과소비(혹은 투기)를 한 사람들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러한 재앙에서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신 경제학자는 바로 우리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한 치의 에누리도 없이 정확하고 공평하신 경제학자이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진정한 경제법칙을 만드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구약에 나오는 선지자들도 그 당시의 경제적인 불의를 폭로하고 희망의 대안을 노래했던 하나님의 경제학자들이었다.
      
      우리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께서 정확하고 공평하신 경제학자이신 것처럼 그리고 구약의 선지자들이 정의로운 경제학자들이었던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먼저 하나님 나라의 공평과 정의를 이루고 자족과 코이노니아를 이루며 살아가는 청지기들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물신숭배의 시대에 청지기라는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모습을 되찾는 것은 이 세상과 교회를 살릴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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