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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를 넘어 사회적 건강한 소유로!! - 당당뉴스에서 퍼온 글
  •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살짝 비틀어보다.  
    가난한 시골 샌님이 한 '무소유'에 대한 단상  

    송성호목사

    '무소유'란 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주었던 법정. 그는 누가 뭐래도 현대 한국 정신사에 등불이 되었던 위대한 스승 중 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가 보여준 '무소유'의 정신과 삶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훌륭한 거울이었다. 소유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참으로 고마운 메시지였다.  

    하지만, '무소유'에도 소유는 있었다. 그가 낸 책 '무소유'는 유명 작가라는 타이틀을 소유하게 했다. 그 후광은 그의 다른 저작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했다. 그로 인해 벌어들인 인세만 해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도 그로 인해 얻어진 명성과 존경심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훌쩍 뛰어 넘어섰다. 하다못해 그의 사후에조차 그가 저술한 책의 출판권으로 인해 한 동한 시끄러웠다. 그가 원하지 않았다 해도 '무소유'를 팔아 소유하게 되었다.  

    물론 그가 소유한 재산과 이익을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에게 돌려주었다는 미담을 알고 있다. 정작 그는 그 모든 소유들을 누리지 않았고, 아주 소박하게 살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언행일치가 세상에 더 큰 메시지를 주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무소유'가 뜰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소유 절대주의를 지향하던 현대인들. 자본주의의 맛에 길들여져 가던 현대인들. 한편 그로 인해 지쳐있던 현대인들에게 '무소유'는 복음이었다.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말하자면 '무소유'란 가치는 법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가 갈망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무소유'란 책을 읽고, 그 책을 말하며 논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팔던 아주머니도, 새벽 일찍 어디론가 팔려가던 인력사무실 노동자도, 오늘은 어디에서 잘까를 염려하던 노숙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소유'란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법정의 주변에서 그를 띄워주었던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꽤나 행사하던 사람들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시대에서 소유를 많이 한 사람들이 법정과 그의 '무소유'를 뜨게 했다.  

    그것은 바로 '대리만족, 보상심리'에서 기인한다. 자신들이 그리 살지 못한 것을 살아내는 법정을 바라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소유로 일관해왔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한 심리의 발로였다. '무소유'란 시대적 정신은 소유에 대한 콤플렉스가 일구어낸 열매라 할 수 있다.  

    법정은 말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여기서 '불필요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가지는 것이 소유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는 것이 '무소유'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것이 무소유라고 말하지 않은 솔직함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어쩐지 씁쓸하다. '필요'와 '불필요'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을 분별하고 나누는 마음이 공평무사하기는 한 걸까. 아니면 자기중심적 발상에서 오는 것일까. 당장 우리 자신을 돌아보건대 대부분 후자에 속하지 않는가.

    또한 필요라는 것도 항상 변하는 것이다. 어제 필요했던 것이 오늘 불필요할 수 있고, 어제 불필요한 것이 오늘 필요할 수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불필요와 필요를 반복한다.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는 빈부격차와 계층격차를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10평도 안 되는 사글세방에 사는 사람에게 대형 벽걸이 TV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80평이나 되는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그것은 필요할 수 있다. 가난한 노숙자에겐 소형 오토바이를 갖는 것조차 불필요한 사치가 될 수 있지만, 대기업 재벌에겐 대형 세단 승용차는 필요를 넘어 필수적일 수 있다. 필요와 불필요는 결국 빈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체념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훌륭한 시대적 스승에게 괜히 딴죽을 걸고 싶어서가 아니다.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 조금이라도 더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 욕구가 자신을 개발하고 인류를 진화시킨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사회 전반적 구조와 빈부 격차의 현실을 직시하여 서로를 살리는 소유의 적정선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개인적 '무소유'보다는 사회적 '건강한 소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좀 더 솔직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벌어들인 재산을 가난한 자에게 돌려주고,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갖지 않았던 법정의 삶이 '건강한 소유'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법정이 보여준 '무소유'도 '건강한 소유'의 한 방식이라면 좀 더 다양한 방식의 '건강한 소유'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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