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재건선언문
  • 정의평화사제단 재건 선언문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건져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이사야43:1)  


      이 말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제들의 온 마음과 몸을 전율케 합니다. 사제는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엎드린 사람들입니다. 그 부르심이 사제의 정체가 되고, 사제의 심장이 됩니다. 소명자는 하느님의 뜻을 바로 볼 줄 알고, 들을 줄 알며, 바르게 말하는 사람입니다. 하기에 이 시대를 향해 주시는 말씀을 전할 수 없다면 우리는 소명을 따르는 사제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세상은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몸소 지키고 가꾸어야할 참된 가치들이 상실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용산에서 있었던 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만연된 부패, 양극화 현상, 언론법 문제, 민간인 사찰, 충분한 국민적 여론수렴 없이 진행되는 4대강 사업 등, 하느님의 뜻과는 어긋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언자 하바꾹의 애끓는 외침이 지금 이 땅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야훼여,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이 소리, 언제 들어주시렵니까? 호소하는 이 억울한 일, 언제 풀어 주시렵니까? 어인 일로 이렇듯이 애매한 일을 당하게 하시고 이 고생살이를 못 본 체하십니까? 보이느니 약탈과 억압뿐이요, 터지느니 시비와 말다툼뿐입니다. 법은 땅에 떨어지고 정의는 끝내 무너졌습니다. 못된 자들이 착한 사람을 등쳐먹는 세상, 정의가 짓밟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복음은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모든 생명이 자기의 생명을 온전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 복음의 정신입니다. 그러므로 사제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가담해야 합니다. 또한 생명을 해치는 불의를 꾸짖어 물리쳐야 합니다.  그로부터 교회는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갈 수 있는 것입니다.

      생명과 인권이 경시되던 80년대, 신앙과 역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던 정의실천사제단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과거 굴절된 역사의 한복판에서 예언자의 목소리가 되어 불의를 꾸짖고, 양심을 일으켜 세운 소중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통찰하고 책임지려 했던 그 목소리들은 척박하고 그늘진 삶의 현장으로 스며들었고, 대한성공회 사회선교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웃들과 함께 계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교회는 너무 잠잠합니다. 생명들이 아우성치는데, 부르심 앞에 엎드렸던 사제들이 목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정말 무기력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죄스럽습니다.

      이에 우리는 부조리한 시대를 바라보면서 과거 불의에 저항한 정의실천사제단의 영성을 이어받아 새롭게 정의평화사제단을 재건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다시 모인 뜻은 부끄러움과 죄책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함이 결코 아닙니다. 돌이켜 하느님께서 부르신 뜻을 다시 기억하고, 우리의 영성을 일깨워 하느님과 사람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정진케 하고자 함입니다. 우리의 생명이신 예수께서는 어둠과 혼돈 속에 있는 세상을 갱생하시고자 우리를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길로 부르셨음을 믿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부르심 앞에 온 마음과 정성과 뜻을 모아 나가기를 결단합니다.  


      1.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까지 불의에 침묵함으로써 동조했던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합니다.
      정의, 평화, 생명 등 삶의 근본적 가치를 불편하게 여겼던 이기심과 안일을 깊이 반성합니다. 이웃의 아픔에 눈물 흘릴 줄 모르는 무정함, 불의한 세상을 향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참회합니다.  

      2. 교회 안에 들어온 물질주의와 반생명적 가치들을 분별해야 해야 합니다.
      교회의 삶의 자리 깊숙이 물질(맘몬)적 요소를 끌어들인 신앙의 허약성을 살펴야 합니다. 또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탐욕의 굴레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튼튼한 신학적 담론을 교회 안에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3.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고자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호소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대언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4.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분단은 고통의 출처입니다. 분단은 하느님의 뜻에 반한 것입니다. 따라서 같은 민족 사이에 적대와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아름다운 일이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 일에 헌신 하고자 합니다.

      5. 우리의 삶의 터전인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와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강과 산, 갯벌이 탐욕에 찬 소수의 재물 축적과 권력 획득을 위한 각축장이 되지 않고, 축복의 요람으로 보전되도록 잘 지켜내야 합니다.  

      6. 이와 같은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 일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구호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면면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하는 논의와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결의를 다지기 위해 우리 안에 담겨 있는 다양성과 일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관용과 중용의 정신을 보여야 합니다. 중도는 한 가운데가 아닙니다. 중도는 서로 다른 입장을 바라보고, 차이를 인식하며,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모든 노력 안에 깃든 진심과 배려입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심어서 정의의 열매를 거두어들입니다." (야고보서3:18)


      2009년 10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일동

댓글 2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493 김장환 엘리야 1253 2010-06-05
492 김장환 엘리야 1258 2011-04-04
491 김장환 엘리야 1261 2009-10-16
490 강인구 ^o^ 1262 2008-09-24
489 김장환 엘리야 1263 2010-08-12
488 김장환 엘리야 1266 2010-05-25
487 김장환 엘리야 1266 2010-06-22
486 김장환 엘리야 1267 2009-01-27
485 김장환 엘리야 1269 2011-03-11
484 청지기 1272 2011-11-14
483 이병준 1275 2010-05-18
김장환 엘리야 1277 2009-10-19
481 김바우로 1278 2009-01-30
480 † 양신부 1279 2010-06-16
479 김장환 엘리야 1281 2009-07-24
478 ♬♪강인구 1281 2010-01-05
477 청지기 1284 2010-11-14
476 김장환 엘리야 1285 2010-08-27
475 ♬♪강인구 1286 2010-07-25
474 김장환 엘리야 1298 2010-08-12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