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大事
  • 조회 수: 1134, 2013-02-17 21:18:09(2013-02-06)

  • 동네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세월의 때가 묻은 담벼락과
    건드리면 곧 무너질 것 같은 굴뚝 앞에
    누가 봐도 알만한 작대기 줄 들이
    석필로 찍찍 그어져 있습니다
    좀 산다하는 집은 작대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 집집 마다 고상하게 말하면
    재래식 화장실인
    변소가 있고 그 속엔 변 통이
    들어 있습니다
    통이 오물로 차오르면
    그집의 어르신들은
    긴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애들은 무조건 신문지를 이용해야 하고
    어른들은 큰 것만 보게 했습니다
    액체로 분량을 채우면
    넘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쌓기를 하는 겁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위기상황이
    되었을 때, 온 동네를 울리는
    구세주의 외침~~
    "또옹~퍼~어!!"
    "왔다, 왔다, 너 빨리 나가서
    아저씨 한테 우리꺼 부터
    퍼 달라고 해"
    엄마의 재촉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힘들어 보였던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던
    아이는 잽싸게 튀어 나가
    아저씨를 부르고
    굴러다니는 뾰족한 돌맹이 하나
    주어 들고 지겟수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반짝입니다
    "너 정확히 세라
    그리고 아저씨! 통 좀 더 채워요"
    "아이고 아줌마, 그럼 똥이 넘쳐 흘러요"
    "안 흘리게 하는게 기술이지!"
    아귀다툼 속에도 아이는
    그 임무를 야무지게 완수합니다


    그날은 온 동네가
    지대로 발효 숙성된 암모니아 냄새에
    쩝니다

    온 동네가 한바탕 대사를 치루고
    식구들은 저녁 상 앞에
    옹기종기 모입니다
    이제 당분간 편안하게
    뒤를 볼 수 있다는 안도감과
    밀려오는 행복감에
    아이는 밥 한그릇을
    거뜬히 비웁니다~
    오늘 밥 값 제대로 했습니다

댓글 4

  • 니니안

    2013.02.06 23:04

    도시는, 순서를 기다려 돈 주고 하루~이틀사이 퍼,   냄새가 길어야 3일이지만
    시골은,

    오늘은 순이네,내일은 철수네...... 그것도 주변 밭에 거름으로 늘 그 냄새가 시골 냄새화되어......
    그래도 지금은 시골서도 맡기 어려운 우리네 옛 향수로 그 냄새와 함께 사라진 시골의 촉촉한 정도 함께 사라진 듯 하여

     그때를 그립게 하는 추억입니다.

     

    마리아님 요즘 밥값 제대로 합니다. 옛날 짜장면 곱베기 값까지ㅎㅎ    감사합니다.

  • Profile

    김바우로

    2013.02.07 13:07

    나도 그 작대기들고 금을 긋던 아이 중에 하나였다는...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보지 않은 젊은이들은 절대 이해 못 할걸....
  • 김영수(엘리야)

    2013.02.07 13:31

    똥(굳이 X라고 표현할 필요없이) 이야기가 나오면

    왠지 마음이 참 푸근하고 체면도 없어지고 참 좋습니다.
    저는 군대생활중 (방위시절) 군똥차가 올 때면
    화장실(당연히 퍼세식) 뒤쪽에 뚜껑을 열어 모여 있는 엄청난 양의 똥들을
    흡입하기 좋게 물로 희석을 해야 합니다.
    한팀은 물을 퍼다 붓고 다른 한팀은 막대기로 휘젖어 묽게 만듭니다.
    그래야 호스에 잘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 일은 방위들이 하지요.
    작전(?)을 하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냄새가 옷에 스며들어
    퇴근시 시내 버스를 방위들이 쭉 타면
    먼저 타고 있던 승객들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버스 이곳 저곳에서 똥방위 어쩌구 저쩌구 하며 수군거리는 소리에 참 창피했었지요.
    그러나 방위들은 굳굳이 서서 차창 밖만 바라보면서 빨리 하차할 때를 기다렸답니다.

     

    < 잘키운 방위하나 열공수 안부럽다! >

    속으로 외치며...

  • 승유맘

    2013.02.17 21:18

    ㅋㅋ, 정말 재밌어요. 영화처럼 그 상황을 떠올려봅니다. 전 그런 시절 안살고 똥차가 푸는 것만 봤는데..재밌는 동화 읽는 것 같아요. 우리 교회에서 이렇게 과거를 함께 느끼는 어른 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좋네요. 너무 빨라진 세월인데....
    엘리야 회장님 방위셨군요.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3465 수산나 1131 2012-07-02
3464 이병준 1131 2013-03-26
3463 김장환엘리야 1131 2013-04-19
3462 김장환 엘리야 1132 2012-04-24
3461 정석윤 1132 2013-01-01
3460 박마리아 1132 2013-04-24
3459 이병준 1133 2004-05-09
3458 임용우 1133 2006-09-25
3457 임용우 1133 2010-07-02
3456 † 양신부 1133 2010-06-20
3455 권혁제 프란시스 1133 2012-03-09
3454 청지기 1133 2012-05-28
3453 김장환엘리야 1133 2012-12-26
3452 박마리아 1133 2013-03-06
3451 김장환엘리야 1133 2013-04-09
3450 강인구 ^o^ 1134 2009-02-15
3449 김장환 엘리야 1134 2012-03-17
3448 니니안 1134 2012-11-17
3447 김장환엘리야 1134 2013-01-07
3446 박마리아 1134 2013-01-12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