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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와 토지 - 대천덕
  • -- 전강수·홍종락 옮김

      이미 살펴보았다시피 BC 200년, 즉 콘스탄틴 시대가 시작되기 500년 전, 로마가 카르타고를 정복했을 때 바알의 토지법이 많은 로마인들의 탐욕을 부추겼다. 바알의 토지법은 아합 시대에 이세벨의 친척들이 카르타고를 세운 이래 줄곧 카르타고의 지배원리였다.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싸웠던 로마의 참 전 병사들은 카르타고 제국의 영토였던 북아프리카의 토지를 하사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마의 구제도는 바알 제도로 대체되고, 이탈리아의 불굴의 자영농들은 새로운 지주 계급의 땅에서 농노로 전락하였다. “벽돌로 지어졌던 로마를 대리석으로 바꾸어 놓은”, 바로 그 바알 제도로 인해 로마 제국은 쇠퇴를 거듭해 끝내는 멸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교회는 그 제도를 개혁할 마음이 없었고, 오히려 지주들의 지배 아래 놓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북아프리카의 모든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기독교에 대항했으며, (성경에서 차용한)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구호 아래 이슬람교도가 되었다. 이와 똑같은 상황이 중동에서도 재현되었다. 유럽에서는 야만인들의 침략으로 로마 문명의 유산이 파괴된 후, 교회는 좀 더 평등한 토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교회가 진정한 경제정의의 비전을 회복하기에는 그 전에 바알 제도와 타협했던 기간이 너무 길었다.

      16세기 제세례파1)가 성경적 토지개혁을 요구했을 때,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그들을 무자비하게 박해했다.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교회는 이미 최대의 지주였던 것이다. 신교와 구교 사이의 전쟁에서 진정한 문제는 종교가 아니라 토지였다.

      ‘기독교적인’ 유럽인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를 땅에 굶주린 식민주의자들에게 분배하면서, 비교적 공정했던 아프리카의 토지 제도를 붕괴시키고 바알 제도를 수립하였다.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이로써 아프리카인들은 가난과 착취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토착민들과 식민주의자들 간에는 깊은 증오심이 생겨났으며, 식민주의자들은 부패에 빠져 들었다. 식민 열강은 차나 커피 농장 아니면 다이아몬드와 기타 광산물의 생산을 위해 가장 생산성이 높은 토지를 ‘샀으며’, 토착민들에게는 농장과 탄광에서 일하게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만 지불한 채 거기서 나온 모든 이윤을 유럽으로 송금하였다.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로 있던 국가들이 정치적 독립을 되찾았다 하더라도 경제적 착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아프리카는 전쟁과 살인, 분노, 두려움, 토양부식, 기아 등으로 고통당하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화된 나라들은 대부분 한때는 겉으로나마 기독교 국가였다.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그리스도인들이나 그 동맹자들이 성경적 토지 제도나 그와 유사한 토지 제도를 거부하고 바알의 토지 제도를 시행했다는 데 있었다. 반면에 토지개혁을 실시했거나 토지가치세(토지는 팔아서는 안 되며 임대할 수 있을 뿐이라는 희년 개념을 현대화하려는 시도 가운데 한 가지)를 도입한 국가들은,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막아 냈으며 놀라운 번영을 누려 왔다(예를 들어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등). 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토지개혁의 성과를 지속시키지도, 토지개혁을 다시 단행하지도 못해서 지금 큰 난관에 처해 있다.

      우리는 극심한 가난과 기아가 ‘과잉 인구’가 아니라 불평등한 토지 분배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이라도 좀 더 평등한 토지 제도를 가진 덕분에 주변 국가들보다 잘산다. 경작 면적과 작물재배 기간을 감안할 때,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홍콩(1평방마일당 1만7천명), 한국(5천명), 일본(4천명), 중국 본토(2,115명), 북한(1,900명), 영국(1,300명), 대만(1,250명), 베네룩스와 레바논(각각 1,100명)이다.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는 자바(800명) 방글라데시(700명), 필리핀(600명), 인도(250명), 파키스탄(150명)이다. 이들 나라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안 된 이야기지만 서구 모델은 적절한 토지사용 규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경제 ‘전문가들’(헨리 조지와 성경에 근거한 그의 경제학을 논박하기 위해 양성된 사람들) 또한 그 어떤 형태의 토지 투기 대책도 가르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토지개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희년’이 선포되고 토지가 어느 정도 재분배되고 나면, 바알주의 경제로의 복귀가 시작되고 반세기 내에 토지 투기가 또다시 극성을 부리게 된다. 그러니 자연 중산층은 사라지고 지주 계급은 더욱더 강력해지며, 결국엔 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점점 더 무산계급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이제까지 바알 제도 하에서 교육을 받아 온 기독교 선교사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성경 말씀이 현대의 상황에 얼마나 적절한지 전혀 모르고 있다.

      우리 모두 세계 모든 나라들이 바알 제도를 철폐하고 성경적인 토지 제도와 금융 제도를 세울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자. 그리스도인들은 미국에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토지신탁(land trust)을 조직하여 토지를 구입하고 그 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땅을 사용하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 혹은 신용조합을 조직할 수도 있으며 토지가치세를 실현시키는 일에 힘을 쏟을 수도 있다.

    --------

      1) 유아세례를 비성서적이라고 보고 ‘믿는 자’의 세례를 강조하여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에게 다시 세례를 베풀었던 프로테스탄트계의 종파로서 현대의 메노파와 후터파 등이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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