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문창극 사태에 관한 백승종 교수의 글
  • 1.
    문창극. 저도 그 사람의 문제 동영상을 전부 다 봤어요. 한 시간 넘게... 참 가관이더군요. 한 마디로 말해, 상식이하 발언으로만 가득했습니다.

    2.
    새누리 당에서는 그 동영상을 의원들이 단체로 시청한 모양이던데, 그 당의 어느 국회의원은 "애국심이 느껴진다", "진정성이 있는 발언이다"라고 평했지요. 어느 변호사도 그 동영상에 대해, "기독교인이면 당연히 이해할 법한 당연한 역사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3.
    제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선 기독교도라고 해서 누구나 그런 역사관에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신이 과연 인간의 역사에 시시콜콜 직접 개입하느냐? 대다수 신학자들은 이런 문제 자체를 유치한 질문으로 취급합니다. 유독 이 나라의 기독교 신자들만이 아직도 "기독교-신-민족-번영"이라는 이상하고, 낡은 도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말 기독교가 처음 이땅에 수용될 당시에는 이러한 단순 도식이 사회진화론과 맞물려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21세기 초반까지 "기독교 믿어야 선진국 된다"거나 "신의 뜻에 따라 민족과 국가가 고난을 받는다 "는 식의 미신이 횡행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아마도 한국교회에는 문창극을 포함해서 아직도 그처럼 단순하고 유치한 미신적 발언을 밥 먹듯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들 자신도 믿지 않는 이야기를 의례적으로 늘어놓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들이 읊조리는 "신-국가-번영"론은 알맹이가 전혀 없는 일종의 수사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런 수사를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주고 받는 교회란 몰지성적이고, 미신적인 불신앙의 교회요, 허례허식에 짓눌린 엉터리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4.
    그 밖에 문창극이 인용하는 각종 사실들은 엄격한 사료 비판이 요구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승만이 과거 시험을 포기한 것은 과연 기독교에 대한 신앙 때문이었는가? 제가 알기로는 1894년에 과거제도가 폐지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서정주의 이승만 전기) 비숍여사가 경기도 양평에는 착취를 일삼는 아전이 8백 명이라고 썼다는데, 그 역시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입니다. 도무지 양평에 그렇게 많은 아전들이 존재할 수가 없는 일이지요. 문창극은 이런 저런 기록들을 자기 입맛에 맞춰 인용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무책임한 나열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선무당에게 칼을 맡기면 얼마나 위험한가. 문창극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멋대로 해석하는데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그 사람의 지적 게으름과 무책임을 잘 보여줍니다.
    소름 끼치는 대목도 있지요. 문창극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문학을 공부했다는 사실까지도 비난합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윤보선은 실천적인 학문을 배웠어야한다는 겁니다. 문창극에게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 따위는 중요하지가 않다는 거지요. 그는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이 "게을러 빠져서 입만 놀리면 되는" 사회학 같은 공부를 일삼았다고 욕했습니다.
    그는 "신의 의지"를 내세우면서 한국사회 전체를 모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부정하고, 개인은 국가발전의 부속품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일삼는 자입니다. 그에게는 가난하고 억눌린 이웃에 대한 배려 따위가 전혀 없습니다. 동영상에 적나라하게 나타난 문창극의 생각이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물질적 성취만을 좇는 반기독교적인 속물근성으로 치부될 수박에 없다고 봅니다.

    5.
    이땅의 기독교회는 결코 문창극을 두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른바 우파로 자처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파란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존중해야할 사람들이 아닌가요. 국가주의와 물질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몰지각한 인물을 더 이상 싸고 돌 일이 아닙니다.

    6.
    그런데요. 십자가를 장식한 교회는 차고 넘치지만 과연 이 나라에 진정한 교회가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군요. 우파를 자처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들이 과연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인지도 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뭡니까? 그들은 기독교도가 아닌 "개독교도"들이요, 우파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아까운, "꼴통"들이란 말이 되겠군요. 그게 이 나라 기득권층의 민낯일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너무 허탈해 집니다. 역쉬 세월호 사건은 그래서 일어난 일이었군요, 그래서!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109 김장환 엘리야 2734 2010-01-10
108 김장환엘리야 2737 2014-03-04
107 김장환 엘리야 2757 2012-06-18
김장환엘리야 2773 2014-06-18
105 김장환 엘리야 2783 2009-03-25
104 김장환 엘리야 2786 2010-10-07
103 김장환엘리야 2800 2014-07-22
102 김장환 엘리야 2801 2011-11-08
101 김장환 엘리야 2805 2009-06-03
100 김장환 엘리야 2807 2009-03-02
99 청지기 2810 2009-03-25
98 김장환 엘리야 2815 2012-02-22
97 김장환엘리야 2817 2014-07-22
96 김장환 엘리야 2830 2008-08-20
95 김장환 엘리야 2847 2011-07-14
94 김장환엘리야 2853 2014-07-23
93 김장환 엘리야 2862 2010-01-10
92 김장환 엘리야 2867 2012-10-20
91 김장환엘리야 2871 2013-02-13
90 김장환 엘리야 2879 2012-08-27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