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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가의 황금소-한겨레신문
  • 구약성서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바알신이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을 가장 먼저 유혹한 것도 바알이었다. 모세가 야훼의 계약을 받으러 간 사이, 이들은 바알의 상징인 황금송아지상을 만들고, 음주가무에 난교까지 벌이는 제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로 인한 저주 탓인지 당대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이른바 약속의 땅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바알은 바빌로니아의 신 벨에서 파생한 말인데, 주인 혹은 주님을 뜻한다. 벨 역시 다산과 풍요를 관장하는 신으로, 이런 종류의 신앙은 가나안·메소포타미아 등 중동지역 전반에 퍼져 있었다. 이곳에서 천국이란 특별한 게 아니었다. 시냇물과 나무가 있는 곳이 천국이었다. 그만큼 비는 중요했다. 그 비를 관장하는 신이 바알이다. 황소는 바알이 타고 다니며 비를 내리게 했던, 바알의 상징이었다. 이민족의 땅에 발을 들인 이스라엘로서는 현지에 동화될 필요가 있는데다 엄격한 야훼보다 실용적인 바알신이 매력적일 수 있었다. 구약의 고비고비마다 야훼와 바알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건 이런 까닭이었다.

    가나안 원주민들은 곡식을 싹 틔우고 열매 맺게 하는 비는 바알이 쏟아내는 정액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신전에 여자 사제들을 두고, 바알을 흥분시켜 사정하도록 온갖 자극적인 춤과 난교를 벌였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선민의식이 원주민의 신앙을 과장 왜곡한 측면도 있지만, 바알은 유대교와 기독교에 탐욕과 타락의 상징이 되었다.

    요즘 ‘점령’의 대상에서 지구적 차원의 ‘처벌’ 대상으로 격상되고 있는 월가의 상징이 바로 황소다. 부단한 주가 상승을 기원하고 투자자를 고무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지만, 지금은 황소의 성기가 풍요를 약속하는 심벌이 됐다. 바알의 소와 같다. 월가 하면 머독, 공화당, 기독교 근본주의 따위가 떠오르지만, 실은 바알을 추종한다니 대단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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