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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사회중후군에 걸린 한국사회]
  • [피로사회중후군에 걸린 한국사회]

    어느 꾀많은 목자가 양들에게서 더 양질의 우유, 고기, 양털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양들을 "자기개발"로 유혹하는 것이었다. “양들이여, 너희는 무한성장할 수 있는 존재다. 경쟁을 통해 승리하면 너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성공하여 너희 존재의 최고 가치를 누리거라”라고 선언했다. 성과에 따라 무한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말에 양들은 솔깃했다. 통제하지 않아도 보상에 눈이 먼 양들은 서로 경쟁하며 일 등급의 우유, 털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양들의 삶은 점점 더 피곤해져 갔다. “성과주체”가 된 양들은 전보다 더 큰 공허함과 불행을 경험했다. 우울해지고 불안을 못 견디어 자...살까지 선택하는 양들도 계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피로사회증후군인 신경정신적 질환들이 만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성과사회는 자기 착취사회
    재독 철학자 한현철의 책 “피로사회”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현대 사회는 ‘성과사회’며 성과사회의 이면은 피로사회다. 즐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성과에 대한 집착은 필연적으로 피로와 탈진 상태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성공과 부”라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착취한다. 성과사회의 압력은 외적 강제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욕망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기에 무한한 유혹이 가능하다. 삶은 무한경쟁을 넘어 투쟁이고 전쟁이 된다.

    성공과 부를 위해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이다(“Yes, we can!”).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퇴출의 대상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긍정의 과잉이다. 개인의 존재는 성과에 의해 결정되기에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해 힘들다는 생각은 나약함의 징표요 질병일 뿐이다. 죠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은 이런 기류에 상승하여 우리의 욕망을 부추긴다.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헬스클럽, 사우나, 보약을 찾는다. 아침부터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 밤에는 술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 끝은 늘어나는 우울증과 자살
    그러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 하면서 성과와 성공을 위해 달리지만, 그 끝은 어디일까? 욕망은 끝이 없어도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슈퍼맨은 환상이다. 그래서 우울과 피로 속에서 모든 것이 소진되는 상태에 이르는 이들이 생겨난다. 죽기 살기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경철의 말처럼 성과사회의 개인은 자신을 괴롭히는 가해자인 동시에 자신의 피해자이다. 그래서 성과 사회는 피로사회증후군을 보이는데 그 핵심적인 질병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신경증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 늘어나면서 10년 전보다 우울증 환자는 두 배가 늘었다.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이도 늘었다. 가장 경쟁적인 사회가 될 때 우울증과 자살률은 가장 높아질 것이다. 성과사회란 아내가 남편을, 부모가 아이를, 상사가 부하직원들을 달달 볶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기가 자기를 달달 괴롭히는 피로사회다.

    그럼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은 성과 사회의 가치관에 중독되어 있다. 최고급 카지노보다 더 화려하고 더 중독적인 곳이 성과사회다. 외딴곳으로 도피하기 전에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온갖 내용의 미디어를 피할 길도 없다. 욕망을 근거로 한 성과사회의 지배력을 개인이 저항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다. 시스템이 바뀌기 전에는 개인은 계속 가해자며 동시에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다.

    물론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연대하여 저항하는 것이다. 이 연대에 교회가 앞장서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수많은 교회도 세상을 닮아 성과교회가 되어 성장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칙적이고 이론적인 해결책을 주장하기란 쉽다. 그러나 성과사회의 욕망은 너무나 커서 이를 저항하기엔 아무리 좋은 말과 글도 이론에 불과할 정도다. 수많은 힐링서적과 강연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피로에 지친 도박꾼에게 휴식을 주어 다시 도박판에 뛰어들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회의 희망은 오히려 불행의 공유다. 다수가 정신적으로 소진되고 고통당하면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것이고 연대하여 성과사회를 저항하게 될 것이다. 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결국 예언자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발과 성장으로 파괴된 환경 때문에 인류가 겪게 될 대재앙도 막을 수 있다. 답은 간단하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성공과 부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즐겁지 못할 경쟁을 하지 않고 자족하고 살면 된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최상의 길이다. 디모데 전서 6:6-10에서 사도 바울도 이를 말하고 있다.

    6:6 그러나 지족(知足) 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히 큰 이익이 되느니라
    6:7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6:8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충분한 줄로 알 것이니라
    6:9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윤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6:10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느냐고?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부와 성공에 욕망하면서 안식의 삶을 누릴 수는 없다. 성과사회의 가치관을 거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일이다. 평안과 안식이 따를 것이므로. 오늘도 밤은 깊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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