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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약에 나타나 희년법과 그 정신 2 - 김근주 교수
  • 2. 희년규례

    2.1. 레 25장

      레위기 25장은 하나님께서 거룩을 위해 명하신 안식일 규례의 틀안에서, 안식년에 대한 규정으로 시작하며, 일곱 번째 안식년으로 나타나는 ““대안식년””으로서의 희년을 명령하고 있다. 절기 규정들의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그 내용의 면에서 희년은 절기 규례의 절정 혹은 결론으로 볼 수 있다. 되풀이의 주기가 가장 길고,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25장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I. 안식년 규례(1-7)

    II. 오십년 희년 규례(8-22)

    가. 희년규례(8-12): 일곱 안식년 대속죄일 자유 각각 기업과 가족으로
    나. 기업 매매를 위한 규례(13-17)
    다. 규례 준수에 대한 격려와 약속(18-22): 안식년에 대한 예

    III. 기업 무르기에 대한 세부 규정들(23-55)

    가. 원칙(23-24): 모든 토지는 하나님의 것 나그네 토지 무르기의 허용.
    나. 빈곤의 심화 단계에 따른 규정들(25-55)
            1. 토지를 팔게 된 경우(25-28)
            2. 집을 팔게 된 경우(29-34)
            3.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경우(35-38)
            4. 종이 되어 자유를 잃게 된 경우(39-46)
            5. 이방인에게 종이 된 경우(47-55)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희년에 대한 규례가 기본적으로 안식년 규례의 확장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희년은 일곱 안식년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안식년에 하나님이 베푸실 약속이 희년 규례를 격려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18-22절)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희년은 안식년과 결부되어 있으며, 안식년에 담겨 있는 정신의 확장이요 결론이 희년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5-55절에 제시되고 있는 세부적인 규례들은 가난의 정도에 따른 개별 상황들을 담고 있는데, 하나님이 주신 땅에 살고 있는 한 농부의 상황이 경제적으로 계속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과 그로 인한 빈부격차와 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희년 규례가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모든 이스라엘이 각기 하나님께로부터 기업을 받고 농사지으면서 살아가는 사회 구조이지만, 이러저러한 현실들로 인해 자유로운 이스라엘이 가난해질 수 있음이 염두에 두어져 있으며, 그러한 가난이 일시적이지 않고 점점 심화되어가는 것 역시 반영되어 있다.

      먼저는 경작하던 땅을 팔고, 자신과 가족이 사는 집을 팔게 되고, 마침내는 다른 이의 도움을 힘입어 더부살이로 연명하게 되며, 급기야는 자신과 가족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게 되고, 나아가 외국인들에게 팔리기까지에 이른다.

      가난은 이스라엘을 자신이 천부적으로 받은 땅으로부터 소외시킬 뿐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유한 삶의 근본인 육체노동으로부터도 소외시키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업 무르기에 대한 세부 사항들은 희년 규례가 이상적인 이스라엘의 묘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대처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근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위한 규례일 것이라고 여기게 한다.

    2.2. 희년법의 정신

    2.2.1.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

    희년법은 옛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진보적이거나 혁명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이 그 맡은 자로부터 멀어졌을 경우, 가까운 친족이 물러야 했고, 아니면 희년에 이르러 원래 맡은 자에게로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무르기는 자선의 행동이 아니다.

    여기에는 땅은 여호와의 것이며, 모든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종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년은 대농장주의 형성을 가로막고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예언자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에 대해 경고와 심판의 메시지를 발할 뿐이지만, 레위기에 따르면 제사장은 율법의 실행을 통해 그러한 현실을 바로잡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희년법은 구조적으로 가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이 적절하게 강조되지만, 땅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땅을 매입하는 사람의 선한 의도가 없으면 가난한 사람은 착취당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땅을 매입한 사람이 악할 경우 그는 희년때까지 토지를 고갈시킬 수도 있고 그 어떠한 악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희년 규례가 끊임없이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할 것을 명령하고 있는 것에 유의하게 된다. 25장에서 여러 번 반복되면서 여호와를 경외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구절들은(25:17,18,36,43) 이 법들을 사회적 차원의 도덕법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의 본질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고대근동의 다른 법들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법에는 끊임없이 법의 준수의 동기가 부여되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애굽에서 종되었던 경험에 대한 강조이다: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나의 품군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25:55; 또한 25:38).

    사회의 균형이나 유지가 희년법의 동기라기보다는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근본적인 언약관계가 형성되는 출애굽의 경험이 법의 근본정신 혹은 동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희년법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 이스라엘이 지킬 사회적 규례라기보다는 그들의 신앙의 근본적인 종교적 영적 규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봇과 아합의 예에서 보듯이 악한 의도 앞에서 이스라엘의 토지법은 무기력하게 붕괴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희년규례는 여호와를 경외할 것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으로 생각할 수 있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이들에 대한 명령이며 권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여호와를 알지 못한 자들에게 구조적이고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사항이 아니라 여호와를 알고 그를 섬기는 자들을 향해 가난한 이웃을 돕고 사랑하도록 선포된 신앙의 권면이다. 25장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네 형제”라는 표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기업을 무르는 것 역시 가장 가까운 친족을 통해 갑작스레 당한 곤경을 돕도록 배려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절대적인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모두에게 각각의 기업이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지만, 그들이 각각 지닌 재화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아울러, 희년이 대속죄일에 선포되었다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 성결 법전의 절정으로서 희년이 제시되고 있고, 지극히 제의적이며 신학적 성격의 대속죄일에 희년이 선포된다는 것은 희년이 지닌 제의적 성격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희년 규정은 거룩한 이스라엘의 사회적 차원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닮고 하나님을 본받는 가장 근본적인 신앙적, 영적 차원을 반영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희년법의 원칙에 대해서이다. 희년 규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으며, 땅을 사고 팔 수 없는데, 이것은 모든 땅이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다(23절). 그래서 희년 규례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이 주신 유업으로서의 땅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게 하는 데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이 원칙은 단지 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이스라엘은 비록 가난하여 남에게 자신을 팔아야 할찌라도 종으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호와의 품군, 여호와의 소유이기 때문이다(42,55절). 그러므로 희년법은 땅과 이스라엘이 모두 여호와의 것이므로 이 땅과 이 이스라엘은 여호와 아닌 그 누구의 사적인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유로이 여호와를 섬기기 위해 그들에게는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땅이 있어야 하며, 사람의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자유로운 땅위에서 자유롭게 그들에게 주어진 시내산의 규례를 따라 여호와를 섬기는 백성이 이스라엘인 것이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종되었던 집에서 건져내었듯이, 그들 역시 종되었던 그들의 형제를 건져내어야 한다.

    희년에 선포되는 드로르는 자유라고 번역되지만, 이 자유는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의사결정권과는 무관하다. 공동체내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주어지는 땅과 몸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여기서 선포되는 자유이다. 희년의 자유는 몸과 마음의 온전한 자유이다.

    그런 점에서 이사야 61장의 자유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풀이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마음의 억눌린 데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기업과 몸의 회복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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