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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약에 나타난 희년법과 그 정신 1 - 김근주 교수
  • 구약에 나타난 희년법과 그 정신

    --- 김근주 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구약의 세계는 오늘날의 세계와 다르다. 인구의 대부분이 작은 시골이나 마을에 살았으며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 업은 대대로 이어졌으며, 노예제도가 있었고, 여성은 가정 내에서의 역할과는 상관없이 아무런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장이 모든 것을 좌우하였다.

      오늘날 도시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구약과 신약의 본문에서 오늘날 우리를 향한 말씀이나 지침을 찾는 것은 결코 쉽거나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낯선 땅을 흘끗 보기”정도가 우리가 성경에서 발견하는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그 때 그 곳의 사람을 위해 주어진 말씀을 수 천 년의 세월을 넘어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으로 적용하고자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선적으로 그 때 그 상황에서 주어진 말씀과 그 시대의 해석에 유의하는 것이며, 그러한 이해 위에서 오늘 우리의 변화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 글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구약의 희년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회체제의 차이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희년법은 시내산에서 주어진 말씀이라는 맥락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종교적인 규례로서의 기본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오늘날의 경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활용이 어렵고, 나아가 그러한 희년 읽기 자체가 부적절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점에 유의하면서, 희년의 기본 정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본 정신이 구약 이스라엘과 같은 농경 사회에서 어떠한 형태로 실현되게끔 규례가 주어지고 있는지, 나아가 희년 규례가 이후의 구약 역사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 보려고 한다.


      1. 희년법의 맥락

      1.1. 레위기와 성결 법전

      희년에 대한 규례는 레위기 25장에서 볼 수 있다. 레위기 25장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25장이 포함되어 있는 보다 큰 틀인 레위기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레위기 규례의 핵심에는 하나님을 닮는 삶(imitation of God)이 있다. 음식규례의 준수에도 이 점이 강조된다: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 땅에 기는 바 기어다니는 것으로 인하여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찌어다(레 11:44-45; 또한 18:30; 20:25-26; 22:32).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삼으시려고 이스라엘을 선택하셨고, 그래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본받아 그들 역시 거룩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닮도록 부름 받았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는 길로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여러 규례들을 주셨다. 이러한 규례들의 의미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유들을 추론해보지만, 본질적으로 이러한 규례는 주어지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준수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명하신 규례를 행함으로써 거룩하신 하나님을 세상에 알리고 드러내도록 부름 받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그 거룩하심을 닮는 삶에 대한 규례를 담고 있는 모음이 레위기 17-26장이며 이 내용은 흔히 “성결 법전(Holiness Code)”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거룩의 규례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세상에 보이는 이들이다.

      성결법전은 제의적인 차원에 대해서나 일상생활의 차원에 있어서나 모두 구별되어야 함을 일러주고 있는데, 제사와 제물 규례(17장, 22장), 그릇된 성관계의 금지(18장, 20장), 일상 생활에서 지킬 규례(19장), 제사장이 지켜야 하는 규례(21장) 등을 담고 있으며, 23-25장은 절기 규례가 있고, 마지막에 복과 저주에 관한 말씀이 결론으로 놓여 있다(26:3-46).

      특히, 이러한 여러 규례의 마지막에 위치한 절기에 관한 규례는 23:1-26:2인데, 이 부분은 첫머리에 안식일 규례에 관한 말씀이 있고, 마지막에도(26:12) 안식일 규례로 맺어져 있어서 전체를 묶어주고 있다. 안식일의 중요성은 하나님의 세상 창조의 틀 속에 안식일이 놓여 강조되고 있다는 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창 1:1-2:3).

    특히, 그 날을 “거룩하게” 하셨다는 언급(창 2:3)은 안식일의 근본에 ‘구별됨’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금송아지를 섬긴 사건으로 하나님께서 진노하셨으나, 모세의 기도와 더불어 그들을 용서하신 사건의 전말은 특이하게도 안식일 준수에 관한 말씀으로 틀이 지워져 있다(출 31:12-17; 35:1-3).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위해 천하 만민 가운데 “구별”된 백성이라는 것이다(출 33:16). 그러므로 열방의 소위를 본받지 말고 그 주신 말씀을 지킬 것이 요구되며, 이 맥락에서도 역시 절기를 바르게 지킬 것이 명령된다(출 34:18-26). 그런 점에서 이 사건 전체가 안식일 준수로 틀짜여 있다는 점도 일관된다고 하겠다.

      하나님은 쉬지 아니하시는 분이시되 안식하셨고 그 안식일을 구별하여 이스라엘로 지키도록 명하셨다. 이스라엘은 거룩하신 하나님을 본받아 안식일과 안식일로 대표되는 절기를 지키며 그를 통하여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이다.

      만일 이스라엘이 이러한 규례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하나님을 본받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것은 그들의 존재의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본받도록 부름 받았으며,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본받도록 부름 받았다. 그리고 그러한 본받음에 절기의 바른 준수는 큰 중요성이 있다.

      그렇게 볼 때, 성결 법전의 마지막 부분이 절기 준수에 관한 말씀으로 맺어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그에 관한 말씀이 안식일 준수로 틀짜여 있다는 점도 의미깊다. 그러므로, 절기 준수에 관한 23-26:2의 본문은 성결 법전 전체의 결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룩한 삶을 규정하는 제사와 정결 규례를 말하고 있는 레위기 1-16장의 경우, 제사와 정결규례의 총합으로 제시되며 결론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 대속죄일 규정이다(레 16장). 그런데, 레위기 25장에서 자세히 규정되고 있는 희년의 경우 바로 이 대속죄일에 선포된다(레 25:9). 그런 점에서 1-16장의 결론으로서의 16장과 17-26장의 결론으로서의 25장이 서로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레위기의 이러한 짜임새는 성결 법전의 결론으로 절기 규정을 고려하게 하며, 특히 희년 규정이 대속죄일 규정과 상응하면서, 성결 법전을 비롯해서 레위기 전체를 반영하고 담아내는 부분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게 한다.


      1.2. 안식일

      이레째 되는 날은 이스라엘이 거하는 각 처에서 쉼을 통해 지키는 안식일이다. 이 안식일은 보통 “샤바트”라고 불리고, 몇몇 경우들에서는 보다 더 강조된 의미인 “샤바트 샤바톤)”으로 불리는데, 이 때의 의미는 ‘특별한 안식일 규례들과 더불어 지켜져야 하는 안식일’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HAL).

      절기 도중에 노동을 쉬도록 된 절기의 첫 날과 팔일째 되는 날들은 그저 “샤바톤”이라고 불리는데 비해(레 23:39; 참고 레 23:24), 안식일은 모든 안식 중에서 진정하고 가장 큰 안식의 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쉼을 주셨지만, 안식일은 그 가운데서도 모든 사람과 심지어 동물까지도 포함하여 완전하고 평등하게 그 진정한 쉼을 누려야 함을 안식일을 가리키는 이러한 표현에서 알 수 있다.

      “안식일은 십계명에서 유일하게 창조에 근거한 계명이다. 안식일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점에서 다른 휴일들과 구별된다. 지위나 성별, 심지어 동물까지라도 이 날에는 모든 노동을 쉬게 된다. 이방인들까지 여호와께 연합하게 만들었던 것도 바로 안식일 규례였다(사 56:2-6).”

      “샤바트 샤바톤”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광야에서 만나가 내리기 시작한 후의 첫 번 안식일을 가리킬 때이다(출 16:23). 안식일의 중요성은 앞에서 살펴 본 대로, 금송아지 사건의 처음과 끝에서 안식일 규례를 두고 있는 데에서 볼 수 있으며, 이 규정들에서 안식일을 가리켜 “샤바트 샤바톤”이라고 부르고 있다(출 31:35; 35:2).

      대속죄일 역시 “샤바트 샤바톤”이라 불리기에 참으로 합당한 날일 것이다(레 16:31; 23:32). 그런데 제7년 안식년 역시 “샤바트 샤바톤”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레 25:4). 이것은 진정하고도 참된 쉼으로서의 안식일 정신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안식년임을 나타내고 있다. 안식년에 절로 자라난 것들은 그 땅의 주인뿐 아니라 종과 나그네와 들짐승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안식을 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안식일 규정은 하나님을 닮는 것을 근본으로 하며, 사람과 피조 세계에 미치는 온전한 쉼을 주장하고 있고, 안식일 규정이 제시하는 쉼과 구별은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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