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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 조행기 한번 보실래요?
  • 조회 수: 367, 2005-06-02 11:06:21(2005-06-02)
  •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나니 비로소 맘이 놓인다.  1년 만에 처음 사용하는 터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의외로 수월하게 시동이 걸리니 왠지 예감이 좋아지려고 한다.  아마 작년 마지막 사용하고 나서 밸브에 있는 기름을 모두 태웠기 때문에 시동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 그걸 몰라 시동이 안걸리는 바람에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트림의 각도 까지 맞추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나서 서서히 당겨주니 보트의 앞부분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가라앉는다.  더욱 당겨주니 맹렬한 굉음과 함께 최고속도에 이르면서 주변의 사물들이 뒤로 멀어져 간다.

        비석섬에 가까이 가자 육지로 연결된 길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물이 찰랑거리면서 간신히 섬이라는 것만 알리는데, 물이 엄청 빠졌음을 실감나게 한다.  하류로 계속 쏘아 나가자 기사동의 입구가 보인다.  몇 년 전 안동을 처음 찾아 계속 헤매다가 입구의 우측 본류대 직벽에서 러버지그로 49cm를 걸어내 드디어 첫 수를 올렸었는데, 그렇게 첫 수를 하고 나서는 모든게 순조로워 연속으로 걸어내던 일, 그 엄청난 파워와 화려한 바늘털이에 감격에 겨워 전율하던 일 등이 차례 차례 떠오른다.  아마 지금도 그곳에는 제법 붙어 있겠지만, 별로 땡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곳은 좀더 내려가야 하고, 그곳에서 내 스타일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절강 마저 지나치고 가는내를 뒤로 한 채 한 굽이 더 지나가자 드디어 목표했던 마동의 입구가 기다린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40분이 걸렸는데, 내심 우려했던 것 보다 훨씬 빨라 몹시 만족스럽다.  330에 10마력을 달고 이 정도면 최선 아니겠는가?

        입구로 들어서는데 벌써 두 대의 보트가 자리를 잡고 있는게 보인다.  보트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골을 찾아 계속 진입해 들어가자 드디어 그 막다른 곳에 다다른다.  적당한 크기의 골이 우측으로 보이길래 다가가 엔진을 끄니 갑자기 정적이 찾아든다.  가이드를 내리고 좀더 가까이 가니 입구의 건너편으로 조그마한 또 하나의 골이 보이고, 그 안에 더욱 작은 또다른 골이 살짝 엿보인다.  아마 그 골 속에도 몇 개의 정말 작은 골들이 숨어 있으리라.
        골에서 골로 이어지는 그 신비함에 매료되어 나는 감히 숨도 쉬지 못한다.  가까스로 숨을 몰아쉬면서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 보니 비록 물이 빠져 만수 때 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살포시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 신비함과 아름다움이 안동을 지탱시키는 힘의 원천이리라.

        모든 채비를 마치고 나니 벌써 8시가 다 돼간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비록 오늘 엄청난 수의 보트가 뜨고 아주 예민해졌을 상황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만 하면 충분히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럴만한 실력과 자신이 있다 라고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그리고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패턴을 빨리 정하는 일이다.
        대저 패턴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낚시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낚시하는 방법을 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배스가 어디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스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낚시하는 방법을 정할 수 있는게 아닌가?  배스의 위치는 오전 오후 밤 낮이 다르고 지형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 시시각각 변하는 배스의 위치에 따라 낚시하는 방법을 정하는 것이 바로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패턴의 처음이자 끝은 바로 배스가 어디 있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오늘의 주채비가 될 검은색 바탕에 금색 줄무늬가 그어진 자라스푹을 집어든 나는 눈앞의 곳부리에 캐스팅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낚시에 들어갔다.  약 20여분이 지나도록 아직 입질이 없다.  그렇게 가이드로 계속 나아가는데 문득 마사토에 돌이 무너진 곳이 보인다.  그 경사로 봐서 수심은 꽤 되어 보인다.  어쩌면 돌조각들이 물속까지 굴러떨어져 있을 것이고, 잘하면 배스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내 생각이 맞을지는 잠시후에 밝혀질 것이다.

        이런 경사진 곳이나 직벽에서의 채비는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웜이나 러버지그류가 주였지만 최근에 와서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미국의 프로가 이런 직벽에서 스피너베이트의 버닝 기법으로 잡아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미국의 프로들만이 할 수 있는 테크닉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느날 문득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하여 마침내 성공했을 때의 그 희열을 어디에 비길 수 있으랴!  사이즈의 크고 작은건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고, 새로운 경지에 한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너무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또한 가장 큰 장애는 실력이 아니라 망설임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런 마사토의 경사진 곳이나 직벽에서는 웜 등을 쓰는게 훨씬 편하고 조황도 좋을 것이다.  배스들은 대개 바닥에 있거나 혹은 떠 있을 테니 바닥으로 가라앉히거나 혹은 폴링중에 입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 스타일은 밑에 있는 놈을 위로 치고 올라오게 해서 덮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식으로 한 마리 잡는게 달달 떨면서 10마리 잡는 것 보다 훨씬 좋고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직벽에서 보팅을 하는 요령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직벽을 마주 보고 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마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발전하면 45도의 각도로 계속 전진하면서 하는 방법이 있는데, 뒷사람이 먼저 가장 좋은 포인트에 캐스팅하는게 좋다.  왜냐하면 앞에서 가이드를 모는 사람은 얼마든지 캐스팅 각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뱃머리의 방향이 직벽쪽으로 향하면 뒷사람이 도저히 캐스팅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물의 한가운데 쪽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약간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보트를 직벽에  1~3m 정도로 바짝 붙여 하는 것인데, 루어가 항상 포인트에 머물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과 어떤 고도의 기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스피너베이트의 버닝이나 크랭크베이트의 바텀범핑 때 필요한 것 같다.

        보트를 45도의 각도로 유지한 채 가이드 1단으로 전진하면서 돌 무너진 곳을 넘겨 캐스팅하곤 약간 빠른 박자로 리트리브를 하기 시작했다.  서너번 혹은 대여섯번의 연속적이고 빠른 박자로 로드를 내리쳐주니 ‘촤라락촥--촥촥---촥촤촥’ 하는 묘한 소리와 함께 좌우로 기우뚱 거리면서 자라스푹 특유의 액션을 보인다.  
        입질이 없음에 빠른 속도로 회수하자 마자 좀더 앞쪽으로 다시 캐스팅하곤 리트리브를 시작한다.  로드를 3번 내리치니 ‘촥촤촥’ 하면서 기우뚱 거리더니 머리를 빼꼼히 내민채 멈춰선다.  스테이를 약간 짧게 가져가고 바로 불규칙적으로 대여섯번 로드를 내리치니 ‘촤라락촥-촤촥’ 하면서 비틀거리다가 다시 멈춰선다.  이번에는 스테이를 약간 길게 가졌다가 다시 두어번 로드를 내리치고 스톱을 하니 ‘촤촥’ 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면서 멈춰선다.  그리고 그 짧은 정적의 순간 다시 리트리브를 하려는데 갑자기 ‘푸악’ 하는 소리와 함께 자라스푹이 사라지는게 아닌가?

        자라스푹이 시야에서 사라짐을 확인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빠른 속도로 슬랙라인을 감아들이니 문득 묵직함이 느껴진다.  이에 챔질없이 로드를 위로 들어주면서 다시 빠른 릴링을 해주니 놈의 허연 배가 희번득거리는가 싶더니 묵직함은 곧이어 심한 저항감으로 바뀌면서 라인이 옆으로 흐른다.
        자라스푹의 그 커다란 훅이 놈의 연약한 턱에 관통했음을 직감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라인을 감아들여 절대 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준다.  약간 라인이 헐렁한 듯한 느낌에 더욱 빨리 릴링을 해주면서 단단히 대비를 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놈이 갑자기 수면 위로 튀어오르면서 전신을 좌우로 맹렬하게 흔들어대는데,  너무도 선명히 온몸을 대여섯번 뒤틀면서 흔들어대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는게 마치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을 보는 것 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헐렁함을 느끼면서부터 미리 대비했던 나는 놈이 수면위로 튀어오르는 바로 그 순간에 맞춰 로드를 뒤로 빼면서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더욱 빠른 속도로 라인을 감아들인다.  그러자 라인은 결코 늘어지지 않고 팽팽함을 유지하면서 놈의 바늘털이를 원천봉쇄하니, 오직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는 직감과 요령인 것이다.  
         나는 라인의 흐름에 맞춰 몸을 돌리면서 릴링의 속도를 조절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물밖으로 다시 튀어오르면서 온몸을 뒤틀어대는 놈의 새하얀 배가 햇빛에 번쩍이는데,  그 바람에 사방으로 튀겨올라간 물방울에 햇빛이 투과되면서 황홀한 무지개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사라지는게 아닌가?  이것이 바로 안동의 참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이게 다라면 안동은 결코 그 지독한 악명(?)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바로 이 시점에서 땅을 쳤던가?  두 번씩이나 튀어오르고도 놈은 지치지 않는지 이번에는 다시 보트 밑으로 파고드는가 싶더니 이내 옆으로 내달리면서 그대로 수면을 박차고 올라와 자유를 향해 산화하듯이 온몸을 내던지는 것이다.  참으로 그 엄청난 파워와 투혼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만약 이 마저도 모자라 보트 밑으로 파고들어가 반대쪽에서 튀어오르는 놈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세 번을 튀어오른 놈은 목을 길게 뻗은 채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최후의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즉각 랜딩하지 않고 잠시 기다려주자 온 몸을 꿈틀거리더니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튀어오른다.  나는 물이 튀는 것도 모른 채 화답하듯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괴성을 질러댄다.  그리곤 그것으로 놈은 완전히 뻗어 버리고 나는 놈의 턱으로 손을 가져가 번쩍 들어올리면서 다시 한 번 괴성을 질러댄다.  

        그렇게 마수걸이를 하니 비로소 맘이 놓이면서 한결 여유가 생긴다.  아마 담배를 끊지만 않았더라도 벌써 한모금 빨고 있었을 것이다.  대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어나 안전핀을 끼운다.
        이후 그런 식의 돌무더기 있는 곳과 고사목 있는 곳에서 탑워터로 2마리를 더 한 후 장소를 이동하기로 한다.  기다란 곳부리를 지나 다시 한 굽이 넘어가니 꽃골이 나타나는데, 벌써 입구에서부터 보트가 한 대 보인다.  약간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각 골마다 한 대씩 벌써 대여섯대의 보트가 박혀 있다.  안동을 다니면서 이렇게 많은 보트가 뜬 걸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어쩌다 한 대 보기 힘들었는데...

        도저히 갈 데가 없어서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어디로 갈까 둘러보니 입구쪽에 골 하나가 비어있는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게 영 맘에 차지 않지만 별 수 있으랴 하는 심정으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나에게는 첫 번째 행운이 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눈에 띄는 곳이 있어 캐스팅 해보지만 입질은 받지 못한다.  그리고 골의 맨 안쪽에 고사목이 몇그루 보이는데 지형을 살펴 보니 그저 밋밋해서 어째 그런 곳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좀전에 그런 밋밋한 곳의 고사목에서 걸어낸 지라 한 번 해보기는 하자 라는 심정으로 다가간다.

        가까이 가니 뒤쪽으로 고사목이 3그루 나란히 서 있고, 다시 앞쪽으로 약간 굵고 시커먼 고사목 2그루가 나란히 있다.  어느곳으로 던질까 잠깐 고민하다 뒤의 3그루와 앞의 2그루 사이의 중앙쪽에 던져보기로 했다.
        휙하고 날아간 자라스푹은 아주 정확한 자리에 떨어지기는 했지만 내가 원했던 곳은 그 보다 약간 왼편이었다.  그래야 리트리브를 하면서 나무에 바짝 붙이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약간의 잘못된 캐스팅이 전화위복이 되어 2번째 행운으로 작용할 줄을 어찌 꿈엔들 알 수 있었으랴!

        자라스푹이 너무 정확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일반적인 리트리브를 하면 나무에 걸릴 듯 보였다.  그렇다고 그냥 회수하기에도 뭐해서 할 수 없이 나무에 안걸리게 하려고 백핸드로 로드를 조심조심 놀려주었다.  
        로드를 한 번 탁 쳐주니 자라스푹이 오른편으로 기우뚱하면서 나무에 걸릴 듯 보인다.  이에 다시 연이어 탁 쳐주니 다시 왼편으로 기우뚱거리며 걸림에서 벗어난다.  잠시 스톱했다가 탁 쳐주니 오른편으로 기울면서 나무에 걸릴 듯 하다가 또다시 탁 쳐주니 왼편으로 다시 기울면서 약간 벗어난다.  
        그런 식으로 몇 번 해주니 마지막에는 나무에 살짝 스치는 듯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약간 튕기면서 드디어 나무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다.  앞서 잘못된 캐스팅이 2번째 행운이라고 한 것은 아마 나무를 벗어나기 위해 느린 리트리브를 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나무에 스치듯 약간 튕기면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아울러 나무를 벗어남에 한숨을 돌리느라고 잠깐 스테이를 준 것도 그 중의 하나라면...

        어쨋든 나무를 막 벗어나면서 잠깐 스테이를 하는데 순간 ‘푸악’ 하는 소리와 함께 그 큰 자라스푹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입질이 들어왔던 것이다.  나는 즉시 로드를 당기면서 릴링을 해주니 슬랙라인이 제거되면서 묵직함이 들어오는데 훅킹에 성공했음을 짐잠케 해준다.  어렵게 얻은 입질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로드의 손잡이 끝을 아랫배에 대면서 더욱 빠르게 릴링을 해준다.
        순간 놈의 허연 배가 희번득거리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언뜻 그 크기가 앞서의 놈들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였다.  놈의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하곤 더욱 빠르게 라인을 감아들이자 라인이 오른편으로 흐르는 듯이 보였다.  오른편에는 나무가 있기에 라인이 감기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로드를 당기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릴링을 하자 다행히 라인이 다시 왼편으로 흐르는게 보인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세를 잡고 대비를 하니 놈은 왼쪽으로 계속 째고 나가는데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만다.  아아, 놈은 5짜였던 것이다.    

        3번째 45 정도 되는 놈을 잡고 나서 라인을 살피니 라인이 몇 m 정도 군데군데 상처나 있는게 보였다.  즉시 상처난 부분을 아낌없이 잘라내고 이상없는지 확인한 것이 곧이어 닥쳐올 대물과의 싸움에서 3번째 행운으로 작용하리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건 다만 오랜 경험에서 나온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습관일 뿐이었다.
        왼편으로 째고 나가는 놈의 파워는 앞서의 4짜들과는 그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놈이 막강한 힘으로 째고 나가자 그 서슬에 로드가 활처럼 휘는가 싶더니 ‘드드득’ 하면서 드랙이 비명을 지르고 그 반동으로 마치 총쏠 때 처럼 팔이 흔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번 휘청이는가 싶더니 놈이 다시 오른편으로 째고 나가는게 라인의 움직임을 통해서 확연히 드러난다.  내가 즉시 빠른 릴링으로 슬랙라인을 제거하면서 몸을 돌리자 그 바람에  배도 한바퀴 휘익하고 따라 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드랙이 ‘드드득’ 하면서 비명을 지르더니 또다시 팔이 서너번 흔들린다.  이런 식으로 팔이 흔들리는 것은 20여년전 M16 사격연습 할 때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어쨌든 나로서는 버티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자 뭘 그거 같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이번에는 놈이 왼편으로 째고 나가자 로드가 다시 활처럼 휘면서 드랙도 ‘드드득’ 하면서 또 한 번의 비명을 질러댄다.  아마도 놈은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나의 정신을 빼놓을 심산이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쪽에는 엔진의 프로펠러가 있기 때문이었다.  화들짝 놀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로드를 반대쪽으로 당기는 일 뿐이었다.

        확실히 이 날은 나에게 행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놈이 나의 바람을 알았다는 듯 다시 오른편으로 째기 시작하자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연출되기 시작한다.  라인의 움직임으로 보아 오른쪽으로 계속 째고 나갈줄 알았던 놈은 갑자기 방향을 90도 바꾸더니 그대로 나를 똑바로 보고 내달리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라인이 늘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릴링을 하는 것과 로드를 배에 받치고 위로 세워주는 일이었다.  나에게 똑바로 달려와 그대로 지나쳐 배 밑을 지나 반대편으로 계속 째고 나가니 그 파워에 눌려 로드에 탁하는 충격이 전달된다.  그러나 그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엄청난 힘을 감당하지 못해 위로 세워졌던 로드는 어느새 고개를 숙이더니 급기야는 물속으로 쑤셔박히고 만다.  그 과정에서 ‘쉬이잉’ 하는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드드드드득’ 하면서 연달아 다섯 번이나 드랙이 울리면서 손이 심하게 떨린다.
        나는 그만 기도하는 심정이 되어 로드가 더 이상 쑤셔박히지 않고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좀전에 라인을 점검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12파운드의 p-라인(CXXX-tra Strong Monofilament)이 과연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4년전 55짜리의 대물이 <생애 최고의 파이팅>을 보여준 이후 처음 느끼는 긴장감에 손은 어느새 땀으로 축축하게 젖는다.

        한없이 내달릴 것만 같았던 놈이 갑자기 힘을 풀자 ‘탁’ 하고 로드가 튕겨가면서 찰나의 간극이 생긴다.  줄다리기를 하다가 한쪽에서 갑자기 줄을 놓으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는 것과 같은 이치다.  7년전에도 이 찰나의 간극으로 라인이 늘어지면서 얼굴도 못보고 털려버린 정말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다행히 나는 버티면서 로드를 당겨주는 상태였기 때문에 간극을 메우면서 라인의 늘어짐을 방지할 수 있었다.
        놈이 힘을 푸는 순간 지체없이 로드를 당겨주면서 아주 빠르게 릴링을 하자 놈이 ‘어어’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속절없이 끌려오는게 느껴진다.  그렇게 등뒤에 있던 놈이 보트 밑으로 해서 다시 내 앞으로 끌려나오더니 그만 맥없이 수면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들이키고 마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놈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황급히 물속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왼편으로 째기 시작한다.  놈의 선회하는 그 기세에 또 한번의 ‘휘이잉’ 하는 바람소리가 나는 듯 싶더니 ‘드드득’ 하는 드랙의 비명소리가 연거푸 들린다.  그러나 좀전의 엄청났던 기세와는 달리 힘이 빠졌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릴링을 하면서 로드를 들어올리자 녀석은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그만 물밖으로 끌려나오더니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보니 자라스푹의 뒷바늘이 놈의 아래턱에 간신히 걸려있는데 그만 조바심을 금치 못한다.

        지난주 5짜에 육박하는 놈을 이 뒷바늘에 걸었다가 털렸던 뼈아픈 일을 당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안동 오기 전 그 바늘을 살펴보니 휘어져 있는게 아닌가?  바늘을 다시 펴주려다가 생각을 바꿔 아주 날카롭고 튼튼한 걸로 갈아줬는데, 그것이 4번째의 행운으로 작용할 줄은 미처 몰랐었다.  아니 어쩌면 충분히 준비된 자에게는 행운이 따라준다고 보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뒷바늘에 간신히 메달린 놈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이리저리 꿈틀거리면서 튀어오르려고 한다.  나는 절로 다급한 심정이 되어 로드를 이리저리 놀리면서 놈이 튀어오르지 못하게 한다.  사실 왠만한 경우에는 놈에게 튀어오를 마지막 기회를 주는 편이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그럴 형편이 안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놈이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게 로드를 놀리면서 재빨리 보트 쪽으로 당기자 놈도 위기를 직감했는지 기어이 한 번 머리를 흔들면서 튀어오른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짐작한 나는 충분히 대비했던 터라 로드를 놈의 튀어오르는 방향에 맞춰 살짝 들어올리면서 절대로 절대로 라인이 늘어지지 않게 한다.  
        튀어올랐던 놈이 물방울을 튀기면서 떨어지자 마자 즉시 당겨 끌어낸 다음 그 커다란 놈의 턱으로 손을 뻗어 강력한 힘으로 꽉 쥔다.  그러자 놈도 좌우로 머리를 흔들어 대지만 이미 승부는 끝난 뒤였다.  만약 이때 어설프게 잡았다간 놈의 흔들어대는 기세에 뾰족하게 삐져나온 바늘이 손에 박히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그리고 하늘로 번쩍 들어올리곤 서 정원이 일본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감격에 겨워 주먹을 불끈 쥐고 골세레모니를 펼쳤던 것 처럼 나도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앞뒤로 흔들면서 괴성과 함께 랜딩세레모니를 펼친다.  오직 승자만이 취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놈의 입에 주먹을 넣으니 쑥 들어가면서 출입왕래가 자유롭다.  그렇다면 무조건 56 이상이다.  과연 놈을 눕히고 계측을 해보니 56이 나오는데, 아마 3kg 정도 되지 않을까?
        이로써 나의 탑워터에 의한 최고기록은 56으로 갱신되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으랴!  그리고 탑워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짜릿함과 황홀함에 도취되어 내 자신을 잊는다.
    Profile

댓글 4

  • Profile

    강인구

    2005.06.02 11:07

    크헉!

    초록 김경호 님의 실제 안동댐 조행기입니다.

    부러버... 부러버...
  • Profile

    김바우로

    2005.06.02 16:00

    하나도 잼없어... -,.-
  • 마르코

    2005.06.02 18:47

    잼나겠당
  • 김장환 엘리야

    2005.06.02 20:26

    ㅎ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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