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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음을 소비하는 교회, CEO로 성공하는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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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코뮤날레에서 '자본주의에 대처하는 종교' 다뤄

    성공을 부추기는 긍정신학..개인영성을 넘어 사회적 영성을 회복해야


    2011년 06월 08일 (수) 12:57:07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자본주의에 대처하는 종교의 자세'를 중심으로 제5회 맑스코뮤날레 세션이 지난 6월 3일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종교분과 행사는 우리신학연구소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집단 CAIROS가 주관하였는데, 이 자리에서는 가톨릭교회를 중심으로 '소비된 믿음에 대한 성찰'이 다루어지고, 개신교를 중심으로 '종교자본시장의 교환경제'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경동현 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은 "소비된 믿음을 넘어 사회적 영성으로" 가자고 촉구했다. 경동현 연구원은 먼저 가톨릭교회의 순례와 피정열풍을 분석하면서, "수도원 피정이 인기를 끄는 것은 영성마저 상품화한 신자유주의식 ‘영성 쇼핑’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소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공허한 삶에서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 맑스코뮤날레에서는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상품화되는 종교자본에 대해 고찰했다. (사진/이미영 기자)



    * 순례와 피정 열풍, 신자유주의에 지친 이들의 피로회복제
      일상에서 분리된 믿음 소비.. 신자유주의 비판 없어

      결국 수도원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에 대한 반명제"로,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해독제"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독제가 독성을 없애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영적 충만함, 거룩함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일상을 벗어난다고 하지만, "우리의 영적 충만과 거룩함이 일상과 무관할 때 우리는 믿음조차 상품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 연구원은 특히 신자유주의가 감정마저 '자본'으로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교회는 "결국 상업화된 믿음을 판매하는 종교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장사꾼 소리를 듣는 가톨릭 부흥사들의 눈부신 활약이 교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현상은 천주교신자의 상당수가 상업화된 믿음을 언제라도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보수적 신앙을 지닌 중상층 신자가 많다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일상을 경쟁과 과로로 내모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없이, 단순히 일상을 벗어난 순례나 피정을 소비하는 것은 "이 (참담한) 일상을 다시 견디게 해주는 해독제, 피로 회복제"로 기능하는 것이고, 결국 "우리가 신자유주의와 맺은 파우스트의 거래는 깨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고해진다"고 말했다.


    * '성공(출세) + 자선(나눔) = 구원'이라는 등식, 복음과 상관없어
      <무지개 원리> 등 긍정신학, 하느님을 조력자로 전락시켜

       한편 교회는 성공을 지향하는 '긍정신학을 전파하고 있는데, 이는 ‘성공(출세) + 자선(나눔) = 구원(복음적 삶)’이라는 신앙 도식을 내놓고 있으며, "성공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진단과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의 경우에 이를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자기계발서로 릭 워렌(Rick Warren)의 <목적이 이끄는 삶>, 조엘 오스틴(Joel Osteen)의 <긍정의 힘> 등의 책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초대형교회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긍정신학은 "당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그렇게 끈덕지게 졸라 대면 결국엔 하느님이 당신에게 주실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런 관점은 "하느님의 존재를 집사장 내지 개인적 조력자로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나의 속도위반 딱지를 해결해 주고, 식당에서는 좋은 자리를 찾아 주고, 내가 책 계약을 딸 수 있도록 해준다. 그들은 부를 하느님의 상위에 놓는다. 그들은 죄의 실체를 무시한다. 그들은 하느님을 인간의 종으로 격하시킨다. 영적으로 요구되는 종교적 전통을 하찮게 여긴다"

      한편 경동현 연구원은 가톨릭판 ‘솜사탕 복음’으로 2006년 12월 초판 발행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100쇄를 인쇄할 만큼 베스트셀러가 된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 원리>를 꼽았다. "이 책은 지금도 영문판, 스마트판, 어린이판, 실천편 등 다양한 변형판 형태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창안한 무지개원리를 따라 살면 하는 일마다 잘되고 성공을 거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문제는 성공이라는 가치가 예수의 삶과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긍정신학 전도사들은 "정직한 개인과 행복한 가정이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든다는 신보수주의적 가치를 설파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공명하고 있다"면서, "사회 문제의 구조적 결함을 찾기보다는, 개인적인 변화를 통한 사회 변화를 꾀하며 부의 양극화와 무한 경쟁으로 와해되는 사회 공동체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개인과 핵가족의 안녕과 행복 추구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담론"을 지어낸다고 지적했다.

      경동현 연구원은 "이들 전도사들은 자신의 메시지와 기독교 전통 교의 사이에서 아무런 긴장도 느끼지 않는다"며, "그들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에 대한 비판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 뛰는 선수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사제들이 직접 CEO로 일하고 있는 현상을 사례로 들었다.


    *  사제들이 기업활동을 통해 CEO가 되는 교회.. 복음적 가치 뒷전

      가톨릭계 병원의 경우에, 과거에는 대개 의료시설이 없었던 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진료를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최근엔 대기업이 의료시장에 뛰어들면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수도회들은 수도회 정신을 지키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운영을 포기하였다. 2005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부평성모병원(지금의 인천성모병원)을 인천교구에 넘겼고, 2007년 성가소비녀회는 성가병원(지금의 부천성모병원)을 서울교구에 넘겼다.

      그러나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산하의 병원들은 한국 최대의 의료 기관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2009년 3월에 1조원을 들여 신축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단일 병원 건물로는 한국 최대이며, 하루 입원비 4백만원의 초호화 병실도 두고 있어서 가톨릭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중앙의료원 병원들에서 일어나는 노조 탄압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은 가톨릭 병원이 일반 병원이나 기업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서울교구 산하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2004년에 수익사업체인 주식회사 평화드림을 설립했는데, 평화드림의 CEO가 바로 사제라며 "처음에는 의료품사업, 가구사업, 식료품 지원 사업 등으로 시작해 지금은 여행사업, 건축사업, 상조사업, 외식사업, 전산개발사업, 레저사업 등으로 분야를 넓혔고 (주)평화상조, (주)미셸푸드, (주)평화이즈 등의 자회사도 설립하였다. 이 회사의 설립으로 말미암아 그 동안 가톨릭 기관에 납품하던 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로 말미암아 작은 규모의 재래상권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평화드림과 SSM, 이 둘 사이에는 뚜렷한 논리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기업은 교회를 닮아가고, 교회는 기업을 닮아간다는 분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영성기업' 혹은 '기업영성'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의 전형이 서울교구의 주식회사 평화드림의 경영 비전인데 그 이름이 다름 아닌 '기업영성'이다. 이 '기업영성'에 대해 평화드림은 평화가족 영성이라 이름을 붙이고 교회의 수익사업체 설립의 근본적인 이유에 맞는 경영이념, 지향하는 목표를 형성할 수 있는 근본정신이자 새로운 기업모델 창조의 원동력이라 말하고 있다. 평화드림의 월간회보 <평화와 함께> 창간호(2007년 6월)에 보면 '기업영성'이라는 경영 비전은 교회 정신과 기업 효율성을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사업모델에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말한다. 하느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기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경동현 연구원은 "교회가 말하는 영성이 개인 구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맘몬을 섬기는 일에 면죄부를 주는 차원에서 다뤄질 때 그 신앙은 성숙하기 어렵고 믿음을 소비하는 신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성을 담보하고, 타인과 함께 수평적으로 나누는 관계의 품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영성'의 회복을 촉구했다.


    * 교회가 돈벌이 나서는 것은 '대조사회'가 되길 포기한 것

      한편, 토론에 나선 한상봉 편집국장(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은 "차동엽 신부가 개별적으로 ‘가톨릭판 번영신학’을 시도한 사람이라면, 조직적으로 ‘벌거벗은 상업주의’에 나선 사례가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에서 2004년에 설립한 ‘주식회사 평화드림’이다"라고 정리하면서, "평화드림은 ‘영성’과 ‘수익사업’을 교묘하게 결합시킨 새로운 유통구조"라고 덧붙였다.

      특히 평화드림은 CSO 제도(chief spirituality officer)를 도입해 영성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수익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포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드림에서 발간하는 <평화와 함께> 준비호에서 당시 이원영 CSO가 ‘기업영성’ 즉 ‘사업을 통한 하느님 나라 확산’이라는 ‘사업선교영성’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의 경제행위를 맘몬을 섬긴다고 비난할 수 없듯이, 교회도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재정을 충당하지 않고 바오로 사도처럼 벌어 써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봉 국장은 "여기서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신자들의 경제행위가 아니다. 교회가 자본의 늪에 편입될 때, 교회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예언적 발언을 할 수 없으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없으니 하는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교회가 대조사회가 되는 길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대통령이 기업의 CEO처럼 처신해서는 안 되듯이, 심지어 사제들이 기업 CEO가 되어 돈벌이에 나선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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