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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어보암직한 글 -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시론 : 4대강의 악몽이 반복될까 두렵다!!
  •   4대강의 악몽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4 계속되고 있다. 억겁의 긴 세월에 걸쳐 이 땅을
    적셔온 우리의 강들은 불도저의 삽날에 허리가 꺾이고 사지가 잘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
    곳에 둥지를 틀고 우리와 벗해 왔던 뭇 생명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죽음의 그림자와 씨름하
    는 상황이다. 가끔 4대강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부근을 지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상전
    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머리에 떠올린다. 버드나무와 갈대밭이 어우러진 정겹고 아름다운
    강변이 어느 새 그런 황량한 벌판이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정말이지 무엇을 망가뜨리려 하
    면 그건 한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나는 이것이 모두 하나의 악몽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가위눌려 신음하다가 번쩍
    눈을 뜨고 보니 악몽이었던 것을 알아차리고 안도하듯, 우리의 강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살
    아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공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지금 그런 희망을 건다는 것 자체가 무리임을 알기 때문에 홀로 가슴을 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목가적인 정경을 찍은 사진을 볼라치면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 될 때가 많다.

      최근 정부는 소위 ‘4대강 지류 정비사업’(이하 지류사업)이란 것을 내놓아 또 다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 4대강 본류를 망가뜨려 놓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듯,
    이제는 작심하고 지류까지 망가뜨려 놓을 작정인가 보다. 본류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인
    공 댐과 제방만도 눈엣가시인데 이젠 전국 방방곡곡의 지천마저 그런 반생태적 인공구조물
    로 가득 차게 생겼다. 그 공사마저 정부의 의도대로 강행된다면 이제 전국의 생태계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아직은 그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지 잘 모른
    다고 한다. 대체로 20조원까지 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엄청난 예산을
    무슨 수로 끌어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학의 제1원칙에 해당하는 것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명제다. 그런 어마어마한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다른 것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에 쓸 예산을 줄이고, 국방력 강화에
    쓸 예산을 줄이고, 공교육 개선에 쓸 예산을 줄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4대강사업에 22조
    원이나 되는 돈을 퍼부어 놓고 또 다시 그에 버금가는 돈을 퍼붓는다면 삶의 질을 올리는
    데 쓸 돈은 어디서 마련한다는 말인가?

      시기상으로 보아 4대강사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류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것도 어
    불성설이다. 지금 단계에서 4대강 공사가 모두 끝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신 있게 예
    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홍수예방과 수질정화 효과가 생긴다고 큰소리치
    는 반면, 우리는 그 반대로 홍수의 위협이 더 커지고 수질도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이 필요하다면 그것의 효과가 명백히 드러난 다음에 시작해야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4대강사업의 효과가 채 드러나기도 전에 사업
    계획을 짠다는 것은 대규모 낭비를 가져오게 될 지름길이다.

      만약 정부 말대로 4대강사업이 홍수예방과 수질정화에 좋은 효과를 낸다면 굳이 후속사
    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종전보다 홍수도 덜 나고 물도 더 깨끗해질 텐데 서둘러서 지류
    의 정비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별 탈 없이
    잘 먹고 잘 살아 왔다 게다가 대강사업 . 4 덕분에 홍수피해도 훨씬 더 줄어들고 수질도 크게
    개선된다는데, 그렇다면 그 과실을 최소한 몇 년 아니면 몇 십 년 즐기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지류를 정비하든 말든 해야 마땅한 일이다. 22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
    으면서 그 정도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쫓기듯 새 사업을 벌어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
    에 그 사업을 시작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그럴듯한 이유 없이 지류사업을 서두는 데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만한 일이다. 나는 정부가 4대강사업의 효과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지류
    사업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본다. 4대강사업이 홍수방지 효과를 낸다고 하지만, 지난 여름에
    드러났듯 지류에서 더 큰 홍수피해가 발생하게 만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류의 역행침식
    문제가 심각한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류사업을 통해 서둘러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
    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4대강사업이 수질정화를 가져온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속으로는 켕기
    는 구석이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대형 댐을 막아 물을 가두면 썩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
    한 이치다. 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저절로 정화된다는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조차 비웃을 허
    황된 과학이다. 구정물을 수조에 가득 채운다고 해서 생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
    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마각이 드러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됨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
    측한다.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지류사업 카드는 묘수 중의 묘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우선
    지류를 정비하는 일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측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래, 당신네들이 주장해 온 지류정비 사업을
    할 테야. 이의 없지?”라고 말함으로써 역공을 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4대강사업을 하지 말고 그 대신 지류를 정비하는 사업을 하라는 것이었지, 4대강사업
    과 지류 정비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 두 가지 선택가능성은 엄연
    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 둘을 엄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정부는 이를 지류사업 정당화의 근거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정부로서 지류사업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4대강사업의 귀결을 효과적으로 은폐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지류의
    물을 정화시키는 데 힘을 쏟는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고, 이렇게 정화된 물은 바로 4
    대강 본류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4대강사업 그 자체로 인한 수질악화 효과를 상쇄키
    기는 역할을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정부는 4대강사업이 수징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동
    네방네 떠벌리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어떤 정책의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다른 조건
    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정확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지류사업이 진정으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정부의 원래 의도가 어떻든 지지를 보낼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생태적인
    방법으로 지류를 정비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정부는 4대
    강을 죽이는 사업을 살리는 사업으로 위장시켜 국민을 속인 전력을 갖고 있다. 죽이기를 살
    리기로 바꿔 말하는 재주를 갖고 있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정부가 하는 말이라면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선뜻 믿을 의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 부분적으로 노출된 계획을 보면 전국의 지류에 30여 개의 소형댐
    을 만든다고 한다. 물놀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데,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상
    이다. 그 한 예만 보아도 정부가 구상하는 지류 정비라는 것이 결국 시멘트로 덕지덕지 발
    라 놓겠다는 것 이상의 것이 아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류에서의 홍수피해 막고 역
    행침식에 대비한답시고 여기저기에 콩크리트 옹벽을 쌓아 놓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
    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은 아무런 장애 없이 그대로 흐르도록 놓아둘 때 가장 건강해진다
    는 진리를 몰라서 그런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 불길한 예감이 들게 만드는 것은 오는 6월까지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대목이다. 6월이라면 지금부터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4대강사업 때도 몇 년
    아니 몇 십 년에 걸쳐 수행해야 마땅한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얼렁뚱땅 끝내고 공사
    에 착수한 전력이 있다. 이렇게 사전 준비작업이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했기 때문에
    뜻밖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이번 지류사업
    도 그 전철을 그대로 밟아 똑같이 부실한 계획으로 첫 삽을 뜨게 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4대강사업의 뼈저린 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이 이번만은 호락호
    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때는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
    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번은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만약 이번도 그와 같은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 정부
    는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철저한 외면을 받는 불행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임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국정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무리수로 스스
    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찌 되었든 이번
    지류사업이 4대강사업의 재판(再版)이 되는 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4대강 본류를 어떻게 되살리느냐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져 있다. 이 숙제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터에 지류사업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로까지
    문제가 확대된다면 우리의 국토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으로 인해 전국이 땅투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판인데 거기에 기름을 퍼붓는 결
    과를 가져오게 될 것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되어야 몇 푼 안 되는 개발이익을 노
    려 만 년을 터 잡고 살아야 할 국토를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일을 그치게 될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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