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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존 스토트 신부님과 고 하용조 목사님과의 인연
  • “하용조 목사님은 천국서 일 시작했을 겁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1년 08월 05일

    - 비도 울고, 교회도 울었다. 그리고 폭소도 터졌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고(故) 하용조 목사의 천국환송예배가 열렸다. 지구촌교회 이동원(66) 원로목사는 “하 목사님은 천국에서도 일을 시작하셨을 겁니다. 예수님 앞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시겠죠. 그럼 예수님이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게. 자네는 좀 쉬어’ 그러시지 않았을까요”라고 예배 설교를 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교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목사는 또 “2년 전에 일본 선교 ‘러브 소나타’를 시작해놓고 (하 목사님은) 암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결국 저와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목사님이 대타로 투입됐죠. 아마도 오늘이 목사님 뒤치다꺼리 사역의 마지막 날이 아닐까요” 하고 설교를 이어갔다. 다시 폭소가 터졌다. 그런 웃음 섞인 울음을 뒤로 한 채 운구 행렬은 장지인 강원도 문막의 온누리동산으로 떠났다. 장지의 하관예배에서 이동원 목사는 "하 목사님이 영국에서 존 스토트 목사(신부)를 만나 말씀의 균형을 배웠다고 자랑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애도했다.


    - 존 스토트


      불과 엿새 차이였다. 지난달 27일 ‘개신교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영국 성공회의 존 스토트(1921~2011) 신부(가톨릭에서 독립한 성공회는 개신교에 속하지만 목회자를 신부라고 부름)가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리고 엿새 뒤인 2일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도 소천했다. 둘 사이의 인연은 각별했다. 하 목사의 목회와 예배에는 스토트 신부의 숨결이 깊이 녹아있다.


      하 목사는 1974년 연예인 교회를 시작했다. 건강이 악화됐다. 70년대 후반에 영국으로 떠났다. 거기서 스토트 신부를 만났다. 2005년 타임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스토트 신부의 이름이 올라가있다. 하 목사는 스토트 신부가 꾸리던 런던의 ‘올 소울스(All Souls)’ 교회를 다녔다.


     하 목사 가족이 스토트 신부의 숙소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갔더니 달랑 햄버거만 나왔다. 그것도 가게에서 사온 햄버거였다. 하 목사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식 초대에 햄버거라니. 한국 사람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음식을 차렸을 텐데. 그런데 햄버거를 먹으면서 나눈 대화는 너무도 소중하고 값졌다. 나는 거기서 삶의 겉치레를 벗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하루는 강의가 끝나고 스토트 신부가 하 목사를 불렀다. “러브레터”라며 편지 봉투를 하나 건넸다. 겉봉에는 ‘브라더 하(Brother Hah)’라고 적혀 있었다. 안에는 쪽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 50파운드였다. 가난한 유학생에게 적지 않은 액수였다. ‘이 돈은 내가 쓴 책의 저작료 중 일부입니다. 책을 사 보는 데 쓰세요’라고 쪽지에 적혀 있었다. 스토트 신부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하 목사는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 돈을 이렇게 쓰는 법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하 목사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하 목사는 영국 교회의 예배 풍경을 보고서도 충격을 받았다. 100년이 넘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 백발의 노인이 드럼을 쳤다.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도 신디사이저로 반주를 했다. 하 목사는 “‘다 같이 묵도합시다’로 시작하는 한국식의 판에 박은 예배가 아니었다. 그걸 보고서 나는 교회에 대한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그 꿈을 키웠다. 자신의 목회에도 적용했다. 예배 때 하 목사는 셔츠에 스웨터 차림으로 종종 설교를 했다. 또 홍대 앞 클럽이나 카페에서도 예배를 보고, 음악과 동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해외선교에선 한류스타를 앞세웠다. 스토트 신부에게서 배운 대로 ‘신앙의 겉치레’를 벗고자 했다. 또 온누리교회 개척 때부터 재정의 30% 이상을 구제사업에 썼다. 스토트 신부의 러브레터, 그 50파운드짜리 편지를 꼬깃꼬깃 가슴에 담았던 것이다. 엿새 차이로 타계한 두 사람은 지금쯤 편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을까.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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