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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교황청의 영국 성공회 탈퇴자에 대한 수용 조치에 대하여 (주낙현 신부)- 퍼온 글
  • 최근 교황청의 영국 성공회 탈퇴자에 대한 수용 조치에 대하여


      이번 화요일에 나온 교황청에서 나온 조치에서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언론 쪽에서 전하는 내용들이 내용의 사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왜곡할 여지가 있는 불분명한 것들이어서 우선 사실에 따라서 몇가지를 바로 잡는게, 이후의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곳을 통해서 게재하기로 하고, 이 게시판에는 몇가지 중요한 점들만 지적하겠습니다.


      읽기에 앞서 알아두실 것은, 이 일은 현재로서는 영국 성공회(The Church of England)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아직 세계 성공회(the Anglican Communion) 전반에 관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 일은 나중에 세계 성공회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교황청의 이 조치 발표는 영국 성공회(캔터베리 대주교)와는 사전 협의가 거의 없었으며, 그 통보 조차 매우 촉박하게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이런 교황청의 태도에 대한 서술은 삼가겠습니다.


      1. 이 조치의 내용은 무엇인가?  천주교(교황청)가 성공회를 흡수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교황청 발표가 말하듯이, 실제로는 이미 성공회를 떠난 그룹(이른바 Traditional Anglican Communion: TAC 과 같은)을 우선 대상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들과 비슷하게 성공회를 떠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교황청 말로는 이들이 오랜동안 이런 조치를 요청해 왔으며, 이에 대한 응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내용은 천주교 교황청이 영국 성공회를 떠난 주교와 사제들을 받아들여, 이들을 천주교 사제로 다시 서품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천주교 사제가 된 이들이 그전에 자신들이 사용했던 (영국) 성공회의 전례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겠고, 성공회를 떠난 성직자와 신자들을 특별 관리하는 교구 형태의 관리 기구(Personal Ordinates: 군종 교구와 같이 지역 구조가 아닌 특별 교구 형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밝힌 것이 바로 새로 말한 '사도 헌장'이라는 교황 문서입니다. 그러나 아직 '사도 헌장'의 전반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천주교가 성공회를 떠난 전직 성공회 성직자를 받아들이는 통상적인 진행 과정은 이렇습니다.

      성공회를 탈퇴하여 천주교로 가겠다는 전직 성공회 출신 성직자는 천주교 안에서 새로 서품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성직별 통례는 이렇습니다. 결혼한 주교는 사제로만 서품받고 주교로 서품받는 일은 없습니다. 결혼한 사제는 다시 서품받고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나, 이후 천주교 주교가 될 수 없고, 재혼할 수도 없습니다. 성공회 출신 독신 사제는 천주교 서품 이후로 결혼할 수 없습니다. 결혼하고 싶으면 부제로만 서품받거나, 서품 전에 결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조치는 실제로 성공회를 떠난 사람들을 천주교 안에서 인정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물론 그 파장은 성공회를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의 행보를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미 (영국) 성공회를 떠난 사람(주교와 사제)이 다시 천주교 서품을 받는 것이므로, 천주교가 성공회를 흡수 운운하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성공회를 떠난 사람을 수용한다는 게 맞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천주교 사제가 천주교를 떠나 성공회에 대거 들어온다고 해서 성공회가 천주교를 흡수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2. 이러한 조치의 발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로 이 일은 교황청이 베네딕도 16세의 내년(2010년) 영국 방문 계획이라는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16세기 천주교와 성공회의 분열 이후, 교황의 첫번째 역사적인 방문을 만드는 시점에서, 이미 성공회를 떠나서 그들만의 교회를 만든 사람들, 그리고 성공회 내에서 천주교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공격적인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영국 성공회 내의 갈등입니다. 현재 영국 성공회 안에서는 여성 사제 서품, 여성 주교 성품 문제, 그리고 세계 성공회 안에서는 동성애자 문제와 관련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영국 성공회 관구 의회에서는 여성 주교 성품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교회법이 제거된 상태이기에, 여성 주교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성공회를 떠난 사람들과 떠날 사람들이 있고, 이 기회에 천주교는 여성 사제와 여성 주교를 극구 반대해 온 마당에, 영국 성공회 안에서 여성 성직 반대자들을 자기 교회로 끌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세계 성공회 차원에서 여성 사제, 여성 주교, 그리고 동성애 문제로 인해서 세계 성공회 자체를 탈퇴한 국제적인 그룹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교황청은 우선 이렇게 갈라져 나온 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3. 새로운 일인가?

      일어난 일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1992년 영국 성공회 관구 의회가 여성 사제 서품을 인정하고, 1993년에 실제 서품이 이루어지자, 이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영국 성공회를 버리고 천주교로 갔습니다. 물론 성직자들은 이번 조치와 똑같이 새로 천주교 사제로 서품을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결혼한 성공회 주교나 사제, 혹은 정교회 사제가 천주교에 가서 다시 서품받거나(성공회), 서품 없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정교회)가 있습니다.

      또한 성공회나 정교회에서 온 성직자와 교회가 자기 전통의 전례를 사용하는 경우도 이미 존재합니다. 이른바 성공회 전례를 쓰는 천주교회(Anglican use Roman Catholic)나, 비잔틴 전례를 쓰면서도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여 바티칸의 관할 아래 있는 동방 가톨릭 교회 등이 그렇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조처입니다.  


      4. 그런데 왜들 호들갑인가?

      이미 개인적인 천주교 '개종'이 있었지만, 교황청의 허락 아래, 개인적으로 된 일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교황청이 문서를 발표하여 법제화했다는 것입니다. 천주교 쪽의 상당히 적극적인 시도인 것이지요. 게다가 이번에는 성공회를 떠난 성직자와 신자들로 구성된 특별 교구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성직자와 신자가 개인 자격으로 기존의 천주교 지역 교구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통해 지역 교구 중심 전통의 치리 체계에 예외를 두어 이런 특별 교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이미 탈퇴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요하고 있는 성공회 신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주 파상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입니다. 아주 고약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황청의 공식적인 결정인 만큼 이것은 곧 다른 나라에도 파급 효과가 생길 것입니다.

      여기에는 큰 논란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런 조치는 성공회의 내적인 문제에 끼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공회 안에서 이견이 있는 그룹들이 함께 살아가고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을 거의 차단해 버릴 것입니다. 한편 양 교회가 오랜 동안 일치를 위한 대화와 노력을 해왔는데, 이것은 동등한 협력자로서 일치를 위한 그간의 노력을 상당히 후퇴시키는 일입니다. 사실 이 문서가 교황청의 일치 성성이 아니라, 교리 성성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 후퇴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것도 천주교의 오랜 습관입니다. 다른 교단들(성공회, 정교회, 개신교)과 일치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엊는 교황 문서들이 발행된 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특히 전직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


      5. 성공회 쪽에서 생각해 볼 일들

      앞서 말한대로, 몇몇 관행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좀더 적극적인 관리 체계를 제안하면서 교황 문서로 나온 이상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러니 성공회로서는 스스로를 돌아 볼 일들이 많다고 봅니다. 그  몇가지들을 두서 없이 제 개인적인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동의 여부는 물론 독자의 몫입니다.)

      1) 이런 일들은 성공회, 특히 영국 성공회가 자기 신학과 선교 비전에 따라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여성 사제 및 여성 주교직과 관련해서, 이를 반대하며 영국 성공회 자체의 분열까지를 들먹이며 성공회 내 일치를 위협했던 이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없이, 그저 서로 좋은 대로 함께 가자는 우유부단함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반대파들은 자기들끼리만의 관구를 만들겠다고도 공언했습니다. 그 공언이 실제로 천주교의 이번 조치로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성공회가 아닌 천주교 안에서.)

      2) 어쨌든 세계 성공회 차원에서는 1944년 이후 여성 사제(홍콩의 리 팀 오이)를 서품해왔고, 이미 세계 성공회 안에는 여성 주교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늦게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었던 교회가 영국 성공회(1992년)였습니다. 이 때 분란을 일으켜 성공회를 나가 천주교로 갔던 사람들에게 영국 성공회는 온갖 혜택을 베풀었고, 그 때문에 남아 있는 성공회 성직자들과 신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서 호시탐탐 성공회를 나가려 했던 사람들에게 큰 빌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성 주교직을 두고 다시 발목을 잡힌 찰라, 천주교가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세계 천주교, 그리고 영국 천주교 안에서도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즉 사제 서품과 관련하여 천주교는 독신 사제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들로 기혼 사제가 천주교에 계속 유입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존의 천주교 독신 사제들 가운데 결혼할 생각이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어찌되느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황청이 받아들이겠다는 첫번째 대상인 TAC의 한 대주교는 전직 천주교 사제였다가 성공회로 와서 다시 성공회를 떠났고, 게다가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한 사람입니다. 이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지 흥미롭습니다. (천주교의 자충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4) 성공회를 떠나서 천주교로 가는 것은 뉴스거리가 되지만, 그 반대로, 천주교에서 법제화된 독신 사제 조항, 여성 성직 반대, 교황권 등에 대한 이견으로 천주교를 떠나 성공회나 다른 교단으로 들어오는 천주교 사제나 신자들에 대해서 언론은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성공회를 떠나 천주교로 가는 성직자보다는, 천주교에서 성공회로 오는 성직자가 더 많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와 관련하여 천주교에서 오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5)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성공회 가운데 영국 성공회는 성공회라는 교단적 정체성이 가장 빈약한 교회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 태생이 이른바 모든 국민을 통합하자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실제로 국민 교회(National Church)라는 이상 속에서 국교(Established Church)로 기능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정체성과 선교 전망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상은 있되 현실은 정반대가 되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아시다시피, 세계 성공회 안에서는 영국 성공회 만이 유일하게 국교입니다.

      6) 한편 이 과정이 영국 성공회 자체와 이후 세계 성공회 전체에도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 성직 문제를 비롯한 여러 진보적인 결정들에 대해서 극구 반대하던 그룹들이 성공회를 아예 빠져 나가 천주교로 갈터이니, 어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사람 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이 이 조처의 파생효과로 영국 성공회 뿐만 아니라 세계 성공회 전체의 유대가 깊어지고 그 갈 길이 좀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7) 매우 소극적인 생각입니다만, 어쩌면 떠날 사람을 잡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지혜로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상처를 입되, 더이상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테니까요. 떠나는 사람을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리할 곳을 천주교를 통해서나마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8) 이 참에 성공회는 성공회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특별한 선물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게 여성 성직이든, 동성애 문제이든, 성공회는 성공회 식대로 다른 의견을 감싸고 인내하고 표용하면서 하느님의 선교라는 전망에서 성공회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게 사실 다른 교단 전통에게 바르게 도전하는 것이고 공헌하는 길입니다.


       * 이 글은 성공회 서울 교구의 한 사제로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펼친 글이며, 대한 성공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새로운 내용과 다른 분들의 지적에 따라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주낙현 신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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