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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그 아가씨~~
  • 조회 수: 3583, 2014-02-18 17:55:06(2014-02-17)
  • D 데이를 위해 맛사지를
    받아보려고 샵에 갔다.

    샵에는 맑고 고운피부를 가진
    20대 후반의 미모의 아가씨가
    인사를 하는데
    생김새와는 달리
    말투가 상당히 건방지고 딱딱했다.

    아가씨야 그렇다 치고
    생전 안 해보던 것이라 혹여
    피부가 반란이라도 일으킬까
    적잖이 염려가 되어
    딸과 내가 2회 분을 예약하고
    만약 얼굴에 뭐가 나면 다음 날은
    취소하기로 미리 약속을 받았다.

    아공~
    역시나 맛사지 받은 날 밤에
    이마가 따끔따끔하더니
    좁쌀같은 것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행히 딸은 괜찮은 듯하여
    다음 날 내 것만 취소하러 갔다가
    어이없는 곤욕스런 말을 들었다.

    기분나쁜 것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나이인데
    얼마나 각박하게 삶을 살았으면
    저럴까 싶어 불쌍하기도 했다.

    돌아와
    아이들에게 이런 얘길 하니
    큰아이가 자기 이마에도 뭐가 났다며
    다신 안간단다.

    에공...
    그러나 환불은 어림없을 터여서
    그냥 참기로 했다.
    실은 그아가씨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한번 받은 맛사지 덕에
    딸은 인도여인처럼 이마 중앙에 난
    큰 뾰루지 하나를 화장술로 덮고
    속상함을 감수하며 결혼식을 치뤘다.

    인륜지대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핸폰을 열어
    많은 축하문자들을 확인 중에
    피부샵에서 보낸 문자가 있었다.
    환불해 줄 테니 가게에 나오란다.

    두번 다시 보기 싫은 마음과
    측은한 마음이 뒤섞여 맘이 불편한데
    그깟 일로 또한 나약하게 물러서는
    내 모습을 보니 더욱 우울해졌다.

    이 상황을 영적인 메세지로 돌아보며
    집에 있는 맛있는 과자 몇 개를
    예쁘게 포장해서 가방에 넣고
    마음을 굳게 먹고 집을 나섰다.

    가게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발을 들여놓는데
    맑고 고운 피부의 그 아가씨가
    왠일로 반색을 하며 반긴다.

    자기주인한테 환불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오히려 자기가 많이 혼났단다.
    듣고 보니 좋으신 분 같은데 (강조^^)
    네가 잘못한거라고...
    자기도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반성을 했다고...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리본에 예쁘게 묶인 과자를 내놓았다.

    갑자기 아가씨의 커다란 눈망울이
    금새 붉게 물들더니
    송글송글 눈물이 솟아 오르며
    눈안 가득 차오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카드환불해 주겠다는 아가씨 말에
    "그러지 말고 그와 비슷한 가격의
    화장품을 하나 달라" 하고
    문을 나서는데
    "고맙습니다" 라고 외치는
    목메인 목소리가 메아리 처럼
    뒷 전에서 울려 퍼진다.

댓글 2

  • 김영수(엘리야)

    2014.02.18 13:28

    참 잘하셨어요.웈하는 마음에 흥분할 상황인데도
    좋은일을 앞두고 슬기롭게 사랑으로 이해하신 마음이
    바로 주님의 마음이군요.
  • 서미애

    2014.02.18 16:12

    와~ 본받을 지혜로우심이...
    전 한판 붙고 후회하는 일이 많은데...
    저에게도 이런 지혜와 너그러움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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