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우리시대의 신정론(6)고통에도 하나님의 뜻이......
  • 우리시대의 신정론(6)
    고통에도 하나님의 뜻이......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고통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가?

    “신정론”에 대한 첫 번째 글이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제 식민지배와 같은 암울한 역사 속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지를 보려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유사한 경우에도 적용될 것이다. 즉 세월호 재난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변증법적 과정>
    앞서 “신정론”에서 보았듯이, ‘식민지배’ 자체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식민지배는 살상, 죽음, 폭력, 인격의 왜곡 등 성경의 중심 사상과 위배된다.
    ...
    식민지배라는 악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에게 묻기 전에, 그러한 현실을 허용한 우리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를 보았다.

    그리고 어둠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님과 인간의 변증법적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성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또한 우리는 어떻게 결단해야 하는지를 보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신앙은 구체화될 것이고, 우리의 주체성이 하나님의 은혜를 마주할 것이며, 우리는 잘못된 현실을 이기기 위해 헌신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신앙의 선조들도 위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그들은 고통과 재난 자체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고백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악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때로는 이스라엘의 잘못을 지적하고, 때로는 잘못된 현실에 맞서기 위해 결단했다. 이러면서 광야에서의 고통, 전쟁, 기아, 고난 속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찾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은 고난을 통해 자신의 신앙이 성장했다고 고백하고, 때로는 그 고난이 하나님의 훈련이었다고 고백하였던 것이다.

    ‘성경에 언급된, 고난 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뜻’을 변증법적 해석의 과정 없이 단선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고난과 재해 자체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해석이다. [이런 사고 안에서, 식민지배나 세월호 사건, 심지어 전쟁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회개, 어둠의 현실을 이기기 위한 헌신, 하나님과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신중하게 ‘어둠의 현실’, ‘고통’ 속에 들어있는 하나님의 뜻을 물을 수 있다.

    이때 던지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질문은, 어둠의 현실을 용인하면서, 아무런 헌신도 없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은혜에 대한 헌신과 응답이 없을 때, 하나님의 은혜는 ‘값싼 은혜’가 된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 어둠의 사건 속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 그러나 어둠의 사건 자체가 하나님의 뜻인 것은 아니다.
    회개와 결단 없이 묻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물음은 공허하다. 이때 하나님은 침묵할 것이다.
    당신은 아무런 헌신의 마음도 없으면서, 왜 하나님의 뜻을 물으려 하는가? 단지 그의 뜻이 궁금한가? 당신은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가자.

    회개와 결단, 헌신, 그리고 하나님 앞에 서는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식민지배의 흑암 속에서도 함께 아파하고 고통받으며 우리 민족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뜻을 물을 수 있다. 우리는 식민지배 속에서도 우리 민족을 버리지 않고, 그 고통의 현실에서 함께 고통당하셨던 하나님의 뜻을 찾을 수 있다.

    세월호 사건도 마찮가지이다. 제2의 세월호를 방지하기 위한 헌신 없이, 희생자와 유족과 함께하는 고통없이, 그냥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이는 성경의 하나님, 생명의 하나님을 ‘고통의 신’으로, ‘죽음의 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막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 대한 각성, 희생자들의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한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헌신하면서, 그 분의 뜻을 물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침몰하던 세월호의 어두운 격실 속에서 그 학생들과 함께 계셨고, 팽목항에서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유족들과 함께 울고 계시던 그 분의 뜻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여,
    값싼 은혜를 추구하지 말라!
    입술로만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자여,
    하나님의 뜻을 공허한 언어유희로 만들지 말라!

    은혜는 귀한 것이고
    그의 뜻은 공의로운 것이니.......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229 김장환 엘리야 5915 2004-05-03
228 이병준 7656 2004-06-02
227 John Lee 8077 2004-06-10
226 임용우 6875 2004-06-22
225 김장환 엘리야 6774 2004-07-09
224 이숙희 6009 2004-07-31
223 김장환 엘리야 6528 2004-09-30
222 김장환 엘리야 5572 2004-10-22
221 김장환 엘리야 6638 2004-10-22
220 강인구 5762 2005-02-03
태그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