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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민 몰려오는 대형 아파트 단지, 전도 경쟁 뿌리치고 손잡은 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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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로의 선명한 노란색 중앙선, 화단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시들한 나무들, 분주하게 오가는 이삿짐센터 차량. 막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 너머엔 손에 주보나 홍보물을 들고 삼삼오오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교회 전도팀이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 교회들은 전도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일수록 잠재 교인은 더욱 늘어나기에, 전도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신규 아파트는 입주민이 기존 교인일 경우 교회 이동이 많다. 비신앙인을 전도하는 것보다 몇 배는 손쉽게 교인을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종 교회 간 전도가 과열되면서 갈등을 빚거나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전북 전주시 효자 5지구의 경우도 처음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은 대한주택공사가 시공하는 아파트가 일부는 완공됐고, 향후 1∼2년 사이에 전체 세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택공사가 시공하는 세대수는 무려 7,200세대. 이중 1,200세대가 이미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효자 5지구 내에 위치한 전주온누리교회 정용비 목사는 첫날 전도 활동을 나갔던 때를 회상하면서 당시 씁쓸한 기억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교회는 조금 늦게 도착한 셈이었는데, 이미 여러 교회가 아파트 입구에 부스를 설치하고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차마 부스를 차리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정 목사는 철수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그냥 그렇게 (철수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고 했다.

    목원교회 권대호 목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권 목사도 아파트 전도를 시작하면서 불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생각해봐도 입주민 입장에서 하루에 6번 넘게 초인종이 울린다고 해보세요. 얼마나 짜증이 났겠습니까." "경쟁적으로 홍보물을 돌리는 모습도 보기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권 목사의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권 목사를 비롯한 인근 6개 교회 목회자들이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물꼬는 권 목사와 정 목사가 텄지만, 이미 4개 교회들도 누군가 나서주기를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었다.

        
      
      ▲ 전도를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이웃 교회들은 손을 잡고 자신의 교회 이름을 내세우는 일을 멈추게 됐다. 대신 지역 교회 연합 이름으로 이사에 한창인 입주민들에게 빵과 음료를 제공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목원교회 권대호 목사, 소망교회 정두섭 목사, 우림교회 성상현 목사, 온누리교회 정용비 목사, 전주홍산교회 배동석 목사, 효자동교회 백남운 목사, 이렇게 6명의 목회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8월 1일. 합동, 통합, 기장, 합신 등 제각각 교단은 달랐지만, 이들은 "이렇게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견을 모은 끝에 이들 6개 교회는 전도 활동을 단일화했다. 전도를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입주민들 불편도 덜고 교회 소개도 일괄적으로 함으로써 입주민들의 교회 선택에 폭을 넓혀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효자지구지역교회연합회'다.

    이 여섯 교회는 연합회 이름으로 교회 소개지를 만들었다. 이 홍보물 앞부분에는 지리를 모르는 입주민들을 위해 인근의 병원, 시장, 음식점, 주유소 등의 정보를 담았다. 또 인근의 등산로와 체육 시설, 학교, 은행, 관공서 등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빼곡히 적었다. 그 이후에 각 교회 소개가 이어진다.

    각 교회에서 지원한 2명의 교인들이 한데 모여 입주민들에게 이 홍보 책자를 생수와 빵, 선물까지 곁들여 나눠주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전도에 참여한 교인들도 입주민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마주치는 입주민들의 태도도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남운 목사는 "교회 연합으로 전도를 진행한 일은 백번 잘한 일"이라면서, "서로가 힘을 합해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전도를 시작하자 각 교회도 부담을 덜게 됐고, 무엇보다 입주민들에게 교회 이미지를 잘 세워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정두섭, 성상현, 배동석 목사도, 이번 계기가 작지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 달을 넘긴 교회 간 협력 전도는 입주가 완료되는 10월에 잠정 중단된다. 하지만 다음해 잔여 세대가 완공되고 입주가 시작되면 다시 활동할 예정이다. 이렇듯 협력 전도 활동은 시기에 맞춰 진행될 것이지만 교회 연대는 계속될 모양이다. 아파트 전도를 위해 모인 6개 교회는 이 기회를 살려나갈 또 다른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함께하는 문화 공연은 물론 다양한 교회 연합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도 현장에서 서로가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이웃 교회들이 이제 손을 잡았다. 이 교회들이 앞으로도 경쟁이 아닌 함께 연합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해나갈 수 있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댓글 4

  • 김장환 엘리야

    2009.09.10 20:12

    아마도 년초가 되면
    교회 주변 아파트 입주에 따른 전도? 아니 교회 홍보! 로
    입주민들이 불편해 할 것이 예상 되는 바,
    교회 홍보가 아닌 전도,
    그것도 입주민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전도의 방법이 없을 지?....
    고민하던 중 보게 된 기사입니다.

  • 손진욱

    2009.09.11 10:01

    개인적으로 크고작은 수많은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간혹 느끼는점이 있는데 교회끼리의 경쟁과 세상에서의 광고와 다를것이 없는 교회홍보등 복음을 전하기보다 교회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비춰질때 마음이 매우 불편합니다.
    오래된(지역이 개발되기 오래전부터 어렵게 개척한 교회들) 교회 바로옆에 무슨생각으로 열심히 교회를 높이 높이 세우고 있는건지... 위의 소식은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실일이라 생각됩니다. 형제끼리 무슨 경쟁... 자식들이 치고박고 싸우다고 생각하면... 제자교회는 요란하지않고 조용하지만 파워있는 전도를위해 노력하는교회가 될것을 믿습니다.
  • Profile

    강인구 ^o^

    2009.09.11 10:35

    아멘~!!
  • 니니안

    2009.09.15 01:01

    성공회 제자교회는 입주민의 불편함과 교회간의 과도한 경쟁적 전도를

    하나님의 공의로 여기지 않기에 이 안내문으로 대신합니다

    본 교회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를 원하시면 031-374-6006으로 전화 주세요

    이런 프랑카드는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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