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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절에 읽는 시

  • ♤-부활절 새벽에 : 송인  -♤

    모든 어두움은 비켜서고 있었다
    나무와 풀들은 입을 열고
    새들은 동지에서 날개를 펴고
    길은 환하게 열리고 있었다
    마리아는 온 밤을 뒤적이며 목이 마르다
    ... 기나긴 밤을 무거운 침묵과 싸우며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어두움이 대지를 누르고 바람은 먼지를 몰아오고 있지만
    마리아는 새벽산을 오른다
    사랑은 가장 귀한 것을 준비해서
    산길을 오른다
    숨가쁜 언덕길
    밟히는 돌멩이
    몸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여!
    언제까지 빈무덤으로 향하고 있는가?
    죄가 만든 무덤은 비어 있고 죽음의 그림자는
    어느 구석에도 찾을 수 없었다
    구겨진 세마포를
    감당할 수 없는 영역
    나의 님은 어디로 가셨나?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아헤매는 자여!
    무덤은 영원히 열리고
    죽음의 권세는 영원히 깨어지고
    주님은 약속의 땅으로 가셨다
    햇빛은 어두움을 가르며 쏟아져 내리는데
    너는 또 얼마나 많은 밤을 기다릴 것이냐?
    더 얼마나 많은 산을 오를 것이냐?
    나의 마리아여!
    갈릴리로 가라!
    갈릴리로 가라!




    ♤- 부활절 아침에 - 이해인 -♤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 봄바람 , 봄햇살을 마시며
    새들과 함꼐 주님의 이름을
    첫노래로 봉헌하는 4월의 아침

    이 아침, 저희는
    기쁨의 수액을 뿜어내며
    바삐 움직이는
    부활의 나무들이 됩니다.

    죽음의 길을 걷던 저희에게
    생명의 길이 되어 오시는 주님
    오랜 시간
    슬픔과 절망의 어둠 속에
    힘없이 누워 있던 저희에게
    생명의 아침으로 오시는 주님

    당신을 믿으면서도 믿음이 흔들리고
    당신께 희망을 두면서도
    자주 용기를 잃고 초조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해 온 저희는
    샘이 없는 사막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사소한 괴로움도 견뎌내지 못하고
    일상의 시간들을 무덤으로 만들며
    우울하게 산 날이 많았습니다
    선과 진리의 길에 충실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당신을 배반하고도 울 줄 몰랐던
    저희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보시고
    이제 더욱 새 힘을 주십시오

    미움의 어둠을 몰아낸 사랑의 마음
    교만의 어둠을 걷어낸 겸손의 마음에만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스며들 수 있음을
    오늘도 빛이 되어 말씀하시는 주님

    주님이 살아 오신 날
    어찌 혼자서만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어찌 혼자서만
    주님을 뵈오러 가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뵙기 위해
    기쁨으로 달음질치던 제자들처럼
    저희도 이웃과 함께
    아침의 언덕을 달려갑니다.

    죄의 어둠을 절절히 뉘우치며
    눈물 흘리는 저희의 가슴속에
    눈부신 태양으로 떠오르십시오
    하나 되고 싶어하면서도
    하나 되지 못해 몸살을 하는
    저희 나라, 저희 겨례의 어둠에도
    환히 빛나는 새 아침으로
    어서 새롭게 살아 오십시오.

    - 이해인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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