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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2010년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사순절 사목서신
  • 서울교구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신자 여러분에게 드리는
    2010년 사 순 절 사 목 서 신


    서로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새벽을 흔들어 깨우리라.(시편 108:2)”


      봄의 문턱으로 접어드는 입춘(立春)이 지났습니다. 며칠 후면 지난 겨울 동안 단단하게 얼어 있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를 맞습니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결국 봄의 기운은 초목에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할 것입니다.

      우수(雨水)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 교회는 40일간의 사순 절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을 맞이합니다. 생명의 기운이 온 땅을 뒤덮는 계절인 이 봄에 해마다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념하기 위한 신앙여정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1년 365일 중에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특별히 사순 절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바탕에 있는 큰 사건 속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던지며 광야에서 오롯이 서 있는 자신을 성찰하면서 오늘 나의 신앙과 삶을 돌이켜보는 귀한 시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광야와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어느 것 하나 우리들에게 포근한 하느님의 품을 느끼게 하지 못합니다. 어린이들조차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슬픈 현실로부터 시작해서 청소년의 불안, 그리고 청년들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고뇌, 점점 더 삭막해 지는 가정환경과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든 정치 현실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를 걱정과 근심을 안고 힘들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어찌 전쟁터나 황무지 같은 광야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지난한 시간을 보낸 후에 비로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경험하는 광야의 시간은 더 나은 세상을 열기 위해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하느님의 훈련기간으로 삼아 더욱 큰 용기를 가지면 오늘을 희망 속에 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신앙인은 저마다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신 까닭이 무엇인지, 나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부지런히 살피며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황무지와 같은 광야의 모습이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밭을 일구고 씨앗을 심어서 생명이 자라나도록 힘쓰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사순 절기의 은총은 바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가를 깨닫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림 절기가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 주시려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사순 절기는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시며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며 그분께서 이루신 위대한 역사에 더욱 깊이 참여하는 귀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리는 감사성찬례에 온 마음을 싣는 것처럼 이 사순 절기에 예수님의 삶과 사역에, 그리고 그분의 부르심에 진실하게 우리의 고백을 바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백이 삶의 현장 안에서 하느님 나라라는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하도록 적극적인 실천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우리가 보내게 될 여정 속에서 우리 교회는 다시금 구원의 신비를 깊이 되새기며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 모두를 광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광야에서 건네시는 당신의 말씀을 듣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나시고, 새로운 은총을 힘입어 구원이라는 놀라운 사건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끄신 것처럼 우리도 그 자리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우리 삶의 자리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충만한 자리로 만들어 가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기쁘게 해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주십시오.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 교회의 신앙 여정에 여러분 모두의 기도와 헌신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주 작은 것을 가장 소중하게 살피시는 하느님의 자애로우심을 이번 사순절을 통해 경험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사순절의 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벽을 힘차게 깨우는 모습으로 기쁜 부활을 맞이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느님의 축복을 드립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김근상(바우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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