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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커피 한 잔을 하며...
  • 눈이 많이 왔습니다.
    거의 네 시간이나 걸려 회사에 오고 보니 점심시간이 가깝습니다. ^^
    멀리 가면 고생이라 회사 옆 건물의 구석에 붙어 있는 분식집에서 비빔밥 한 그릇을 비벼 먹고 올라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창 밖을 바라봅니다.
    이웃 아파트 정원에 소담히 내려 온통 솜사탕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이따가 집에는 어떻게 가나?’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군요...
    그 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겠지요?
    아직 30대인 직원들은 눈싸움을 하니 뭐하니.. 들 하면서 목소리가 한껏 톤엎되어 즐거운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계속해서 눈이 내립니다.
    아침나절에는 떡가루처럼 날리던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어서는 아주 그럴 듯 합니다.
    직원들이 눈에 대한 얘기들을 떠들어 대는군요.
    이 친구들도 다들 애들이 하나 둘씩 있는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즐거운가 봅니다.
    전혀 쓰잘데기 없는 얘기들로 기뻐하는 것을 보면 오랜만에 온 큰 눈이 딱딱했던 마음들을 두드려서는 특별한 감상들을 마구 자극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싫지 않은 소란을 뒤로...  어릴 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확한 년도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인터넷 검색을 해 봤습니다.
    검색어는 ‘빨간마후라’
    요즘 친구들은 이 검색어 말하면 섹스스캔들을 떠 올리겠지요?
    네이버에도 역시 그러그러한 얘기들로 채워지다가 아주 아래쪽에 ‘신상옥 감독의 영화’라는 말이 나오면서 제가 찾던 영화에 대한 정보가 잠깐 나옵니다.
    ‘64년 제작된 이 영화의 속편이 46년 만에 속편이 만들어진다... 뭐 어쩌구저쩌구...’
    그렇다면...  제 나이가 6살 때이군요.
    그 해 겨울에 눈이 크게 왔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세류동에 살 때 였었는데... 큰누이의 손을 잡고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제 생애 최초의 영화가 아닐까 하는데...  물론 내용은... 전투기 조종석에 누군지 모를 아저씨가 빨간 마후라를 목에 매고 바람에 흩날리던 장면 이외에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과 미끌어지지 말라고 잡아주는 누이의 손에 거의 매달려 갔던 그 길...
    세류동36번지에서부터 지금은 없어진 수원극장(아직 있나요? 잘 모르겠네...^^)까지 가는 그 길이 엄청 쌓인 눈과 영화를 본다라는 기대감으로 나를 공중에 뜨게 했던 그 기분과... 극장 앞에서 팔던 군고구마의 냄새만큼은... 지금도 그대로... 어쩌면 더 좋은 기억으로 덧칠해져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큰 눈을 경험했지만 그 때 만큼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 철이 든다는 것... 세상을 더 알거나 사고의 폭이 넓어지거나... 하는 것들이 내 안에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교우님들은 지금... 온통 하얀 바깥 풍경을 바라 보시며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요?
    혹시 저처럼 걱정만 하고 계시지는 않으시겠지요?
    .
    .
    새해 벽두에 오는 눈은 서설이라고 다들 그러듯이... 아무쪼록 2010년 한 해에 우리 제자교회 교우님들 모두에게... 오늘 오고 있는 눈처럼... 주님주시는 복이 영육간에 펑펑 쏟아져서 기쁜 새해 되시기를.... 우리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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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김장환 엘리야

    2010.01.04 14:32

    애쓰셨네요.....

    돌아오시는 길, 주님께서 안전하게 지켜주시길....

    샬롬~!^
  • 니니안

    2010.01.04 17:40

    감사! 남선교회 글을 보고 출근을 했나? 염려가 되더니......
    빨간 마후라는 신성일이 주연으로 기억나고 학교 단체관람으로 시끄럽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지금보면 영화같지도 않겠지만 촌놈인 내게 저 하늘에도 슬품이 와 함께 기억되는 것이죠.
    출근도 포기한 내게 쉼의 연장으로 지내다 헌금입금으로 은행엘 걸어서 가면서 큰길이나,골목도 눈 싸움하는 꼬마도 어른도 보이지 않던데......
    장소차이가 아니라 세대차이로 눈 싸움이나 놀이는 사라진 모습인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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