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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제자교회대한성공회 제자교회

  • 11월 5일(목) 한겨레신문 성공회 관련 보도 -

  •   성공회는 한국 사회를 주름잡는 몇몇 큰 종교나 교파에 비해서 지극히 작은 교단이지만, 오히려 작은 자로서 작은 이들에게 손길을 펴고, 우리가 살아가는 신앙의 전통 안에서 사회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성공회와 관련된 최근 한겨레의 외신 인용 보도가 한 작은 교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확대하고 있다. ‘로마가톨릭, “성공회를 품안에”’(<한겨레> 10월21일치)라는 기사는 사실을 잘못 파악한 성급한 외신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는 우를 범했다. 기사가 담고 있는 몇 가지 잘못된 정보를 지적하면 이렇다.

      첫째, 교황청의 발표는 성공회 전체를 염두한 것이 아니다.
      교황청이 수용하겠다는 사람들은 이미 성공회를 떠난 사람들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성직자들과 신자들이다. 또한 이런 일은 기사가 인용한 <가디언>지의 잘못된 표현, 즉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최초의 일”과도 거리가 멀다. 개인이나 신자 집단들이 탈퇴하거나 가입하는 일은 여러 교단 상호 간에 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천주교(로마가톨릭)에서 성공회로 온 성직자와 신자도 상당하다. 그런데 기사는 마치 성공회 전체가 천주교에 흡수되는 것 같은 오해를 일으킨다. 사실이 아니다.

      둘째, 교황청 발표의 의도에 관한 것이다.
      교황청 발표의 주된 목적은 성공회 안팎의 보수적인 ‘전통주의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데 있다. 이들은 성공회가 그동안 깊은 연구과 대화 끝에 인정한 여성 사제직, 여성 주교직, 동성애자 서품을 적극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여성과 소수자 문제에 보수적인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이 교황청의 일방적 선언의 핵심이다. 여성과 소수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이 지점에서 한겨레의 세밀한 시선을 기대했을 것이다.

      셋째, 기사는 천주교와 성공회의 태도와 반응 보도에서 균형을 잃었다.
      기사는 성공회 쪽의 당황스러움을 전달하는 반면, 교황청의 발표를 성공회에 대한 ‘선수치기’로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전략처럼 보도했다. 어떤 일의 관계를 전략 게임처럼 보도하는 태도는 몇몇 서구 언론의 특징적인 선정주의다. 오히려 천주교 일각에서도 교황청이 이런 선정적인 언론을 이용해왔다면서, 이번 일도 그런 예라고 비판하고 있다. 균형감이 아쉽다.

      넷째, 기사 말단에 있는 성공회에 대한 보충 설명은
      팽배한 대중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수백년 동안 발전된 한 교단에 대한 설명을 한 왕의 개인사로 돌리고, 그것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쓴 것은 부당한 진술이다. 큰 교단들에 의해 잘못 유포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해당 교단에 문의하거나 간단한 정보 검색만 했더라도 이런 오류는 피할 수 있었다.

      언론이 작은 공동체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면, 그 공동체는 큰 상처를 입는다. 작은 이들을 위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겨레의 창간 정신이 짧은 외신 기사에도 깊이 자리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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