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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사 - 김근상 바우로 주교(제5대 서울교구장), 2009년 1월15일
  • 취임사

    우선 여러분 모두에게 마음을 다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며칠 많이 추웠는데 참석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취임사라는 것을 준비하면서 참으로 겁이 많이 났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해야 진정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만족해 하실까?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있기는 한가? 여러 가지 생각하면서 이 취임사를 만들었습니다. 김근상 주교가 오늘 서울 교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파산하는 자본주의의 끝을 말하려함이 아닙니다. 이미 무한 경쟁과 힘의 축적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이렇게 무너지도록 예견된 것입니다. 그 결과 돈이 필요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포탄을 쏟아 붓는 전쟁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 멀리 팔레스타인에서는 무고한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어처구니없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또는 정의의 이름으로 자국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곳 뿐이 아니지요. 미얀마에서, 구르지아에서, 우리의 반쪽 저 북에서도 우리 하느님은, 우리 예수님은 고통을 당하고 계십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회사가 부도가 나고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매이며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쩔쩔매는 어려운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위기가 꼭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닐 것입니다. 단지 경제적인 문제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 삶에 더 소중한 것인지를 잃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교회가 이런 문제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교회도 맘몬을 욕하면서 맘몬의 노예가 되어가는 성장주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여야 합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근본적으로 새로워져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쓰러져 가는 세상을 향해 외치신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다시 한번 기억해 내야 합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예수님 스스로 어떻게 사셨는지를 기억해 내야 합니다.

    하느님은 비교가치에 따라 은혜를 베풀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환율에 따라 은총을 내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기름 값에 따라 나라를 선택하지도 않으시고 집값에 따라 살 곳을 정하지도 않으시며 증권의 부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는 더 특별한 민족도 없으며 이슬람이나 유다인이나 개신교인이나 로만 가토릭이나 성공회 교인의 이름표도 소용이 없으십니다. 오직 십자가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실 뿐입니다. 우리는 이 은혜를 붙잡고 값을 매길 수 없는 하느님의 은총만 가지고 감동하며 살아가는 교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참으로 어리석게 보이고 보잘것없이 보이겠지만 그런 눈으로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 그런 손으로 예수님을 만날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삶을 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교회는 세상 질서를 거슬러 인간과 세계를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시키고 하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 바쳐 갈등의 담을 헐고 화해를 가능하게 하셨듯이, 설사 자기는 썩어 없어질 지라도 세상을 향해 화해의 증인이 되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교회입니다. 여기에 교회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런 교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저의 교구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는 저 개인의 영광을 넘어있습니다. 물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저는 기꺼이 이 영광스러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동시에 부담스러우시겠지만 그 무거운 책무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성직자 수도자 교우 여러분, 그리고 한 시대를 함께 사는  동지 여러분! 제가 훌륭히 주교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니지요. 제가 여러분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이 주교직은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교회의 시작이며 끝입니다. 저는 제가 오늘 수여받은 이 주교직이 여러분으로부터 비롯되어 여러분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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